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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스가 벌써 두번 접촉…韓美와 너무 비교되는 美日밀착

중앙일보 2021.03.16 05:00 종합 12면 지면보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국방 수장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오른쪽)이 15~18일 일본과 한국을 방문한다. 첫 대면외교 상대국으로 동북아 핵심 동맹을 선택했다는 의미가 크지만, 동시에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쌓고 있는 동맹의 층위 차이가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포토]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국방 수장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오른쪽)이 15~18일 일본과 한국을 방문한다. 첫 대면외교 상대국으로 동북아 핵심 동맹을 선택했다는 의미가 크지만, 동시에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쌓고 있는 동맹의 층위 차이가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포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두 달을 맞으면서 미·일동맹이 뜨고 있다. 미국이 코너스톤(cornerstone·주춧돌)에 비유한 일본과의 관계에서 외교와 안보 모두 밀착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인 한·미동맹은 미·일에 비해 공조의 농도에서 상대적으로 옅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출범 두 달 만에 정상 간 두 차례
외교수장 끼리 이미 세 차례 접촉

미·일 신밀월 2.0 

바이든-스가 날개 단 미·일 동맹.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바이든-스가 날개 단 미·일 동맹.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일 밀착은 다른 어느 동맹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전방위적이다. 이미 미·일 정상은 두 달간 두 차례 접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8일만인 1월 28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30분 간 통화했고, 지난 12일엔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 정상회의에서 화상으로 조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 역시 두 차례의 통화와 한 차례의 쿼드 외교장관 회의로 이미 상견례 단계를 지났다.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일본 방문에서 예정된 외교장관 회담과 외교·국방 2+2 회담까지 감안하면 미·일 외교장관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두 달만에 다섯 차례에 걸쳐 현안을 협의한다.  
과거 버락 오바마(왼쪽)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구축한 미일 간 '신밀월' 관계가 한 층 발전한 형태로 구축되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첫 대면 정상회담을 예정해 미일 간 동맹의 끈끈함을 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버락 오바마(왼쪽)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구축한 미일 간 '신밀월' 관계가 한 층 발전한 형태로 구축되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첫 대면 정상회담을 예정해 미일 간 동맹의 끈끈함을 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일 밀착을 놓곤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구축한 ‘미·일 신밀월 관계’가 한층 진화한 형태란 평가까지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일 정상은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했고, 아베 총리는 2015년 4월 일본 총리로는 최초로 미국 상·하원 합동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했다.  
 
미·일 신밀월 2.0의 본격적인 시작은 이르면 다음달 9일께로 예상되는 백악관 미·일 정상회담이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일본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정상회담 상대국이 된다. 미·일동맹의 끈끈함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에도 실기동 훈련 미ㆍ일

일본 시즈오카현의 육상자위대 히가시후지 훈련장에서 미 공군 C-130J 수송기에 탑승한 육자대 제1공정단 대원들이 멀리 후지산을 배경으로 공중강하 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지난 9일부터 시작했으며 수송기는 도쿄의 미 공군 요코타 기지에서 이륙했다. [사진 요코타기지 페이스북]

일본 시즈오카현의 육상자위대 히가시후지 훈련장에서 미 공군 C-130J 수송기에 탑승한 육자대 제1공정단 대원들이 멀리 후지산을 배경으로 공중강하 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지난 9일부터 시작했으며 수송기는 도쿄의 미 공군 요코타 기지에서 이륙했다. [사진 요코타기지 페이스북]

군사 분야에서도 미·일 밀착이 뚜렷하다. 한·미는 2019년부터 대규모 실기동 연합훈련을 중단한 상태다. 반면 미·일은 지난해 10월 격년제 대규모 실기동훈련인 ‘킨 소드(Keen Sword)’를 실시하는 등 쉼없는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오키나와 주변 해역 등에서 진행된 킨 소드 훈련은 미 해군 항모전단(로널드 레이건함)과 미군 병력 9000명, 자위대 3만70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연합훈련이었다. 
 
연중 실시되는 부대 단위 훈련도 최근 부쩍 강화됐다. 지난 9일에는 요코타 기지(도쿄)에서 출격한 미 공군 C-130J 수송기 등에 탑승한 육상자위대 제1공정단 대원 550명이 공중에서 뛰어내리는 강하훈련을 처음으로 가졌다. 미군 군용기가 일본 자위대 병력을 실어 실전에 투입하는 '연합군' 상황까지 양국은 준비하고 있다. 
  

방위비분담금 인상 韓 13.9%, 日 1.2%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정통계정보시스템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정통계정보시스템 방위비분담특별협정]

한국 역시 한·미동맹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정(SMA)을 타결한 게 그 신호탄이다. 다만 타결된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에서 한·일 간 편차가 드러난다.
  
이번 한·미 SMA의 핵심은 2021년 한국 측 방위비분담금을 기존 대비 13.9% 인상하고, 이후 2025년까지 국방비 상승률(연 평균 6.1%)을 적용해 매년 분담금이 인상된다는 점이다. 반면 일본은 2021년 지난해보다 약 1.2% 늘린 2017억엔(약2조1100억원)의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미국과 체결했다. 물론 일본은 6년 다년 계약을 맺은 한국과 달리 1년 연장 계약이었지만, 13.9%와 1.2%라는 숫자가 동맹 간 결속력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한미 간 공식 협의는 '통화 외교'를 제외하곤 뚜렷한 일정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상 간 두 차례의 접촉, 외교수장 간 세 차례 접촉을 이룬 미ㆍ일과 대비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 사진 청와대, 뉴스1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한미 간 공식 협의는 '통화 외교'를 제외하곤 뚜렷한 일정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상 간 두 차례의 접촉, 외교수장 간 세 차례 접촉을 이룬 미ㆍ일과 대비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 사진 청와대, 뉴스1

  
한·미 정상 간 대화를 포함한 고위급 협의 역시 일본에 비해 접촉면이 빈약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두 달간 이뤄진 한·미 정상의 공식 접촉은 지난달 4일 전화통화가 유일하다. 블링컨 장관과의 접촉 역시 지난 1·2월 각각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통화가 전부였다. 지난 두 달간 미·일 접촉과 대비된다.  
 

'통화 외교' 단계 한국, '북핵' 발언권 약화하나

미일 간의 밀착이 강화되며 북핵 문제에서까지 한국이 주변부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2019년 6월 남북미 판문점 회동 당시의 모습. [연합뉴스]

미일 간의 밀착이 강화되며 북핵 문제에서까지 한국이 주변부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2019년 6월 남북미 판문점 회동 당시의 모습. [연합뉴스]

역대 미 고위급 인사의 동북아 방문은 대부분 한국에 앞서 일본을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이 시작됐다. 다만 이번 블링컨·오스틴 장관의 경우 북핵 문제에서도 한·미 협의에 앞서 미·일 협의를 먼저 진행하자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해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시각을 먼저 반영한 이후 한국과 협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한국은 북핵 문제의 당사국이면서도 수동적인 위치로 밀릴 수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열린 쿼드 정상회의에선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할 것을 재확인했다"는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핵심 당사국인 한국이 없는 논의 테이블에서 북핵 문제의 방향성이 제시됐다. 사진은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화상으로 쿼드 정상회의를 갖는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열린 쿼드 정상회의에선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할 것을 재확인했다"는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핵심 당사국인 한국이 없는 논의 테이블에서 북핵 문제의 방향성이 제시됐다. 사진은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화상으로 쿼드 정상회의를 갖는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12일 쿼드 정상회의에선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했다. 한국이 논의 테이블에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이 북핵 문제를 논의한 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할 것을 재확인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한국이 제외된 상태에서 미·일 주도로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와 관련한 방향성을 정립했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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