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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안 논설위원이 간다] 시장 떠나고 대통령 안오고…광화문광장 ‘공사 위한 공사’

중앙일보 2021.03.16 00:22 종합 25면 지면보기

의문투성이 공사 배경 추적해보니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중장비를 동원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일부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일환으로 동쪽 도로를 넓히고 서쪽 도로를 폐쇄했다. 장진영 기자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중장비를 동원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일부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일환으로 동쪽 도로를 넓히고 서쪽 도로를 폐쇄했다. 장진영 기자

지난 10일 오후 5시쯤 서울 광화문광장은 여기저기 파헤쳐지고 공사장 가림막이 곳곳에 설치돼있다. 세종대로 동쪽 차도를 확장하면서 길가에 바짝 붙게 된 세종대왕 동상 옆의 좁은 공간으로 시민들이 지나다닌다. 횡단보도 표시가 돼 있는 곳에 잠시 서 있으니 안내 요원이 다가와 “이곳으론 못 다닌다”며 다른 쪽을 가리킨다. 폐쇄한 서쪽 차도 변에선 시민 셋이 공사장 앞에 설치된 안내판을 보고 있다. 잠시 뒤 안내 요원이 다가가 버스정류장 가는 길을 설명해줬다. 지난 6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으로 도로 구조를 바꾸면서 현장이 혼란스럽다. 길이 막히고 잘못 진입한 운전자가 헤맨다. 내비게이션 안내와 차이가 나 당황해하는 경우도 빈발했다. 서울시 측은 “교통체계 변경 첫날은 사직로 통행속도가 약 13% 감소했으나 신호조정 등을 통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광화문 집무실’ 공약
결국 무산되며 박원순 계획 차질
지하광장·사직로 우회도 ‘없던 일’
“791억원 들여 멀쩡한 광장 뜯나”

광화문광장 공사로 제기된 반발 가운데 교통문제는 일부에 불과하다. 경실련과 서울YMCA를 비롯한 9개 시민단체는 “시장이 궐위된 상황에서 긴급하게 공사를 강행할 필요가 없다”며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4월 7일)를 앞둔 상태에서 광장을 파헤치는 이유가 무얼까.
 
2008년까지 서울 세종대로에 광장이 없었다(왼쪽). 2009년 8월 광화문광장이 조성됐고(가운데), 서울시는 이를 다시 고치는 수정안(오른쪽)을 추진 중이다. 새로운 서울 시장 선출을 앞두고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공사에 들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중앙포토]

2008년까지 서울 세종대로에 광장이 없었다(왼쪽). 2009년 8월 광화문광장이 조성됐고(가운데), 서울시는 이를 다시 고치는 수정안(오른쪽)을 추진 중이다. 새로운 서울 시장 선출을 앞두고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공사에 들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중앙포토]

◆‘광화문 시대’ 대통령 공약에 급물살= 광화문 개조 구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불을 붙였다.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광화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떠올랐다. 선거 직전인 2017년 4월 10일 당시 문 후보와 박 시장이 만나 ‘국민과 함께하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약속하면서 광화문광장 사업이 날개를 달았다.
 
이듬해 서울시는 문화재청과 협의해 광장을 3.7배로 확장하는 구상을 공개했다. 광화문 앞을 역사광장으로 만들어 일제강점기 때 훼손된 월대(月臺·궁전 건물 앞에 놓는 넓은 단) 등을 복원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를 위해 광화문 앞을 지나는 사직로를 정부 서울청사 뒤쪽으로 돌아가는 U자형 도로로 바꾸기로 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올 정부 서울청사 앞에 역사광장과 시민광장이 들어서는 그림이다. 역사광장 조성에는 국비를 투입하고 예비 타당성 조사가 면제됐다. 완공 시점이 차기 대선을 1년 앞둔 2021년이어서 박 전 시장의 ‘대권 프로젝트’라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시는 광장 설계를 위한 국제공모전을 열고 승효상 심사위원장을 위촉했다.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공약 무산에 난기류=2019년 1월 4일 변수가 돌출했다.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 자문위원이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1월 21일 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다. 광화문광장 지하에 거대한 공간을 만드는 구상이 파격이었다. 그러나 다음날(1월 22일) 문 대통령은 “경제가 엄중하다고 하는 이 시기에 많은 리모델링 비용을 사용하고…”라며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의 연기를 공식화했다. 광화문광장에 먹구름이 끼었다.
 
서울시는 1월 24일 ‘행정안전부와 서울시가 성공적인 광화문광장 조성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번엔 김부겸 당시 행안부 장관이 “서울시의 설계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대놓고 반박했다. 석 달 뒤 행안부 수장이 진영 장관으로 교체됐다. 서울시는 진 전 장관에게 희망을 걸었으나 반대가 더 셌다. 행안부에서는 “진 장관은 광화문광장 사업 자체를 납득 못 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2019년 8월 서울시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두 사람이 문 대통령과 함께 만나 광화문광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하지만 결과는 “원점 재검토”였다. 박 전 시장은 9월 이런 방침을 밝히며 “기간에 연연해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 유고전 강력히 지시”=10개월 뒤 박 전 시장이 비서 성희롱 사태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광화문광장은 공중에 떴다. 상황은 지난해 11월 서정협 시장대행이 광화문광장 계획을 수정해 공사에 들어간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급변했다. 예산 낭비와 월권을 지적하는 각계의 비난이 쏟아졌다.
 
서울시 간부들은 “시장대행이 월권 한다”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말한다. “왜 강행했느냐”고 물을 게 아니라 “왜 중단하지 않느냐”를 질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박 전 시장이 숨지기 전에 이미 계획을 확정하고 강력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원점재검토 약속 뒤 3개월 동안 61차례 시민들과 토론해 계획을 수정했고 지난해 2월 방향을 확정했다는 것이다.
 
박 전 시장은 5월 회의를 주재해 “광화문광장 사업은 어떠한 흔들림 없이, 현재 계획에 따라 행정역량을 집중하라”고 했다는 증언이다. 한 회의 참석자는 “박 전 시장이 이렇게 강한 톤으로 지시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두달 뒤 박 전 시장이 숨지자 이 사업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서울시 고위 간부들의 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진행돼온 사업을 중단하면 그것이 오히려 정치적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 서울시 정상택 광화문광장추진단장은 “이미 교통 협의 등 22가지 절차를 거친 상태기 때문에 되돌리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황인식 대변인은 “서 대행이 강행했다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14일 확장공사로 인해 파헤쳐진 서울 광화문광장 서측 도로(세종문화회관 앞)의 모습. 차량은 지난 6일부터 시작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로 동측도로에서 양방향 통행이 가능하다. 장진영 기자

14일 확장공사로 인해 파헤쳐진 서울 광화문광장 서측 도로(세종문화회관 앞)의 모습. 차량은 지난 6일부터 시작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로 동측도로에서 양방향 통행이 가능하다. 장진영 기자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무리 진행해온 사안이라 해도 시장이 유고 상태가 됐고 조금 있으면 선거를 하는데 새 시장 의견을 묻지 않고 공사를 시작한 건 답답한 결정”이라고 말한다. 서울시는 “소통의 끝판왕이 됐다”고 주장하지만, 시민단체는 공사 시작을 알리자마자 소송을 제기했다. 시민단체들은 “무엇을 소통했다는 것인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쪼그라든 새 광화문광장=현재 공사 중인 광화문광장 설계도는 당초 모습과 크게 달라졌다. 행안부를 비롯한 각계의 반발을 반영하면서 핵심적인 부분이 바뀌었다. 광화문에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는 계획은 불투명하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광화문 대통령’ 공약 내용이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이전 계획 수립’이라고 적혀있다.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광화문광장 공사는 오는 11월 끝난다. 문 대통령이 퇴임을 6개월 앞두고 집무실을 옮긴다는 계획은 불가능해 보인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광화문대통령 국정과제.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광화문대통령 국정과제.

지하 광장도 없던 일이 됐다. 주변 상인들의 의견 등을 반영한 결과다. 광화문광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지하만 다니면서 소비를 하면 인근 상권이 죽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모당선작의 핵심 컨셉트가 사라졌다. 월대를 복원하기 위해 광화문 앞 사직로를 우회시키는 계획도 무산됐다. 도로를 변경하면 정부 서울청사의 어린이집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행안부 반대 등을 고려했다. 최병관 행안부 대변인은 “우리가 제기한 문제를 서울시에서 수용했기 때문에 합의가 됐다”고 밝혔다.
 
월대는 2023년까지 장기과제로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또다시 광장을 건드려야 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이때는 시장과 대통령이 모두 바뀐 다음이다. 결국 남은 건 서쪽 도로를 없애고 인도와 광장을 붙이는 정도다. 791억원을 들여 멀쩡한 광화문광장을 뜯었다 붙이는 공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창식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서쪽 도로를 없애고 광장을 조성하는 방안은 이미 2006년에 검토했다”며 “당시 세 가지 안을 놓고 여론을 수렴했으며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가운데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복궁과 광화문에서 이어지는 세종대로의 상징성을 고려해 정중앙에 광장을 만들었는데 10여년 만에 큰돈을 들여 과거 검토안으로 돌아가는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은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간사는 “새로운 시장이 뽑힐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야 하며, 시민단체에 따라 원래 상태를 유지하자는 의견과 세종대로 전체를 보행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 등이 나오고 있어 의견수렴을 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주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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