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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면접 ‘우수’, 알고보니 AI 평가서도 ‘최고점’…이유는?

중앙일보 2021.03.15 19:34
#1. LG유플러스는 2019년과 지난해 신입사원 채용 때 인공지능(AI) 역량면접을 도입했다. 그런데 채용 절차를 마무리한 뒤 인사 담당자들은 깜짝 놀랐다. AI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지원자와 임원 면접에서 우수 평가를 받은 지원자가 거의 겹쳐서다. 이 회사에 AI 솔루션을 제공한 제네시스랩 측은 “밝고 소신이 뚜렷하며, 자신감 있게 말하는 지원자일수록 1·2차 합격률이 높았다”고 전했다.  
 
#2. KT는 채용 전환형 인턴과 경력직원 300명을 신규 채용 중이다. 이달 15~29일 지원서를 받는데, 서류 심사에 AI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AI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해 직무와 인성 부합도 등을 평가하고, ‘복붙(복사해 붙이기)’한 것인지 표절 여부도 검수한다. 
 
AI 영상면접 솔루션 기업인 제네시스랩의 AI 역량 면접 시연 장면. [사진 제네시스랩]

AI 영상면접 솔루션 기업인 제네시스랩의 AI 역량 면접 시연 장면. [사진 제네시스랩]

채용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과 비중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와 제약회사·병원·지방자치단체 등 업종과 공사(公私)를 가리지 않고 AI를 도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서류 심사와 인·적성 검사, 면접 전형까지 주요 단계별로 적용 범위도 늘었다. 
 
제네시스랩은 LG전자·LG유플러스 등 LG그룹 계열사 5곳과 CJ그룹, 서울시 등 공공기관에 AI 면접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AI 채용 솔루션 기업인 마이다스인에 따르면, 이 회사의 AI 솔루션을 도입한 회사는 JW중외제약·한미약품 등 450여 곳에 이른다. 줄잡아 국내 기업·공공기관 500여 곳이 채용 과정에서 ‘AI의 판단’을 신뢰하고 있다는 얘기다. 
채용 과정에 AI 도입한 국내 기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채용 과정에 AI 도입한 국내 기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AI 면접 솔루션은 업체별로 조금 차이가 있다. 제네시스랩의 ‘뷰인터HR 솔루션’은 화상으로 촬영된 인터뷰 이미지를 전문가 그룹이 평가하는 방식이다. 전문가 그룹에는 삼성·LG그룹 등 대기업 출신의 인사담당 임원과 지원한 회사의 인사 담당자 등이 참여한다. 여기에서 데이터를 축적한 뒤 해당 데이터를 AI에게 학습시켜 면접에 활용한다.
 
이 회사 이영복 대표는 “그동안 기업의 채용 과정은 모수를 줄이는 것, 즉 전형별 컷오프(탈락)에 초점을 맞췄다”며 “하지만 AI 영상면접은 데이터가 축적돼 우수 인재를 마지막 단계까지 확보하는 것은 물론 채용 후 교육 및 배치와도 연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성에 맞는 직무를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 후반~2000년대 태어난 젊은 층)를 대상으로 효율적인 업무 배치가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마이다스인이 개발한 ‘AI 역량검사’는 미래 성과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지원한 기업에서 높은 업무 성과를 낸 직원들의 특장점을 축적한다. 지원자는 게임이나 질의응답 등을 통해 검사에 응하면 AI가 미리 학습해둔 고성과자의 특징,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 등과 매치해 직무 적합도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포스코 계열 포스코ICT는 아예 자체 AI 면접 솔루션을 개발했다. 현재는 포스코와 포스코ICT 채용에 활용 중이다. 안면기술 인식을 통해 인터뷰 참가자가 실제 지원자가 맞는지 검증하고,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의 표정이나 자주 사용하는 언어 키워드 등을 분석해 성향과 적성을 파악한다. 지원자의 답변을 문자로 전환해 채용 담당자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다양한 AI 채용 솔루션이 도입되고 있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오성은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전문위원은 “이른바 ‘고용 절벽’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원자들 사이에선 채용 비리·공정성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한편, 기업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에 적합한 후보자를 선발해야 하는 서로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채용된 인원에 대한 사후 검증을 통해 AI 채용에 대한 타당성과 신뢰성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는 “현재 AI 면접은 화상을 통해 보이는 비언어적인 정보를 분석하는 형태로, 영상면접에 적합하지 않은 이들을 배제하기 때문에 윤리성·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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