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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겁먹지 마! 그게 제일 위험해" 美서 왜 이런 말 나올까

중앙일보 2021.03.15 17:49

“중국에 쫄지 마! 그게 제일 위험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중 패권 경쟁은 어디로] (4) "중국에 겁먹지 마! 그게 제일 위험해" 美서 왜 이런 말 나올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미국의 저명한 중국 전문가들이 최근 잇따라 내놓은 의견이다. 라이언 하스가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A)에 기고한 글과 더그 밴도우가 8일 포린폴리시(FP)에 실은 칼럼이 그것이다.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중국 국장을 지낸 라이언 하스는 진보 성향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소속이고, 더그 밴도우는 보수 성향의 케이토 연구소 소속 저술가지만 이들의 주장은 같다.  
 
“미국은 중국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있으며, 이 두려움이 중국 자체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2015년 당시 만난 시진핑과 바이든 [AFP=연합뉴스]

2015년 당시 만난 시진핑과 바이든 [AFP=연합뉴스]

 
“몇 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의 대(對)중국 강경책만큼은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 등등 중국을 상대하려면 바짝 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는 지금, 이들은 왜 이런 주장을 한 것일까.
 
우선 이들은 중국이 현재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임은 인정한다.
 
“중국은 확실히 떠오르고 있는 국가이며 불안정한 미국을 추월하기 직전”(라이언 하스)이란 분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만 봐도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현재 미국이 중국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라이언 하스는 “소련과의 냉전 당시 미국 관료들은 소련을 ‘엄청난 힘을 가진 대단한 나라’로 봤는데, 유사한 증후군이 다시 돋아났다”며 “불안함은 과잉 대응을 하게 만들고 이는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결론만 얘기하면 ‘미국이 더 세다’는 것이 두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이 직면한 문제보다 중국이 마주한 장애물들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 그 근거다.
 
중국은 우선 인구 위기에 처해 있다. 노동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진땀을 빼는 중이다. 부채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부채는 2008년 GDP 대비 141%에서 2019년 300% 이상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비효율적인 국영기업도 골칫거리로 꼽힌다. 또 식량과 에너지 안보에 있어서도 취약하다. 경작지는 점점 부족해지고 있고 석유는 수입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리스크도 상당하다. “권력이 시진핑 주석에게 집중되며 정치 체제가 경직되어 가고 있다”(라이언 하스)는 설명이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어려워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우한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단 얘기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 이후 그 어떤 지도자보다 강해 보이지만 그만큼 많은 적이 있다는 사실”(더그 밴도우)도 주시해야 한다.  
 
지정학적으로도 그다지 유리한 고지는 아니다. 14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핵무장을 한 나라가 여럿이고 영토분쟁을 하고 있는 나라도 부지기수다. 하스는 “인구 강국 인도, 부유한 일본, 강력한 기술을 가진 한국, 역동적인 베트남 등 모두 중국에 종속되지 않은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중정서가 매우 커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 탄압 등 여러 부정적 이슈가 많아서다. 더그 밴도우는 “현재 중국에는 진정한 친구가 없다”며 “일대일로 참여국들과 가까운 건 사실이지만 중국 입장에선 돈이 많이 드는 일”이라고 꼬집는다.
  
미국은 어떨까.
 
두 전문가는 여전히 미국 경제 규모가 중국보다 7조 달러 가량 크다는 데 입을 모은다. 중국이 따라붙고는 있지만 미국 입장에선 여유가 있단 얘기다.  
 
밴도우는 “밀려드는 이민자 덕분에 미국의 인구 구조가 비교적 건강하다는 점, 세계 최고의 고등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세계의 인재들이 미국으로 몰려든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짚었다.  
 
식량과 에너지 안보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정치적 혼란이 상당한 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법치국가란 점도 미국의 강점으로 꼽았다. 게다가 지정학적으로만 보면 미국만큼 ‘안전한’ 나라는 없다고 봐도 좋다. 위로는 캐나다, 아래로는 멕시코를 접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는 미국과 국력을 비교할 수 없어서다. 중국은 태평양을 건너야 만난다. “중국이 미국에 실질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더그 밴도우)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해군의 남중국해 훈련 [중앙포토]

미국 해군의 남중국해 훈련 [중앙포토]

 
그렇다면 미국은 중국을 어떻게 대해야 한다는 걸까.  
 
무엇보다 중국의 현 상황을 명확하게 바라보는 일이 가장 필요하다.
 
더그 밴도우는 “중국의 위협을 부풀려 생각해 트럼프처럼 무리한 강경책을 쓰다 오히려 중국의 보복만 촉발할 수 있다”며 “바이든은 ‘미국이 더 강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중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언 하스 역시 “자신감을 가지고 중국에 대해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중국이 기후 위기 대처, 팬데믹 대처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 미국의 이익에 도전할 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전문가가 가장 힘줘 말한 것은 역시 ‘동맹’의 중요성이다. “이것이야말로 중국이 좇을 수 없는 미국의 진정한 힘”(라이언 하스)이라서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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