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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위안부 연구 1인자도 램지어 때렸다 "기본도 못 갖춘 논문"

중앙일보 2021.03.14 18:37

"위안부의 계약에 대해 논하는 논문인데, 단 한장의 계약서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요시미 주오대 교수)

"자신의 주장에 맞는 문헌과 사료만을 자의적으로 사용하고, 다른 근거들은 무시했다."(오노자와 릿쿄대 교수)

일본 학자들이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위안부 논문에 대해 "기본적인 학술논문의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14일 일본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가 일본사연구회·역사학연구회·역사과학협의회·역사교육자협의회 등 학술단체와 함께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다. 
 

일본 학자들 14일 온라인 세미나 열어
요시미 "계약서 없는 사례 수없이 많아"
오노자와 "창기 계약 사실상의 인신매매"
학술지에 재심사 후 게재 철회 요구

위안부 연구 분야의 선구자인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일본 주오대 명예교수(맨 아래)와 이타가키 류타(板垣龍太) 도시샤(同志社)대 교수(왼쪽 가운데), 김부자 도쿄외국어대 교수(왼쪽 위) 등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긴급성명이 발표하고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파이트 포 저스티스 제공=연합뉴스]

위안부 연구 분야의 선구자인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일본 주오대 명예교수(맨 아래)와 이타가키 류타(板垣龍太) 도시샤(同志社)대 교수(왼쪽 가운데), 김부자 도쿄외국어대 교수(왼쪽 위) 등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긴급성명이 발표하고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파이트 포 저스티스 제공=연합뉴스]

이번 세미나에서 일본 내 위안부 연구의 일인자로 꼽히는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일본 주오(中央)대 명예교수는 위안부 제도가 '업자와 여성 간의 계약'이라는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 대해 "여기서의 계약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적 계약이 아니라 여성의 노예적 구속을 불러오는 '범죄적 인신매매 계약'이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당시 계약서를 한장도 제시하거나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요시미 교수는 또 "당시 계약서를 쓴 위안부는 일본인 여성 대부분과 일부 조선인 여성뿐"이었으며 계약 없이 군과 업자에 의해 약취(略取) 혹은 유괴로 위안소에 구속된 많은 여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계약서가 있는 경우에도 계약 기간이 끝나 돈을 모두 갚았음에도 귀국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수없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요시미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제시돼있지 않거나, 제멋대로 만들어낸 이야기까지 있다면서 "이렇게 본다면 이 논문은 파탄이 난 것으로, 학술 논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유튜브 캡처]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유튜브 캡처]

오노자와 아카네(小野澤あかね) 릿쿄(立敎)대 교수도 이날 세미나에서 위안부 제도를 공창 제도와 같다고 본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면서 "위안부 제도는 무엇보다 일본군이 주체가 돼 위안소를 설치하고 위안부를 모집했다는 점에서 공창제도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오노자와 교수는 또 이 논문이 "창기 계약은 사실상의 인신매매 계약이라는 많은 선행연구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사료적 근거가 없는 주장으로 "창기와 위안부 제도의 실태를 논하고 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고 평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관련 전문가인 지타니 사야카(茶谷さやか)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와 김부자 도쿄외국어대 교수, 후지나가 다케시(藤永壯) 오사카산업대 교수, 이타가키 류타(板垣龍太) 도시샤(同志社)대 교수, 요네야마 리사(米山リサ) 토론토대 교수 등이 참가했다.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후지나가 교수는 토론에서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이 유엔에서 '일본군 위안부는 보편적 인권 문제'라고 지적하자 일본 측이 2015년 위안부 합의를 들어 반발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일본의 태도는 역사를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파이트 포 저스티스와 일본 학술단체들은 10일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문에서 "이 논문은 근본적으로 여성의 인권이라는 관점이나 여성을 속박하고 있던 가부장제 권력의 관점들이 결여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술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논문의 파급효과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 논문은 실은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에 게재를 철회하라고 요청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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