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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개개인도 부자가 돼라" 스톡옵션 1억, 토스의 철학

중앙일보 2021.03.14 09:00
2015년부터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시작한 비바리퍼블리카는 6년 만에 대출·보험·증권까지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9명에 불과하던 직원 수도 곧 1000명을 넘어설 예정이다. 올해 1분기 채용 규모만 330여 명. 스타트업·핀테크 업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인재들을 속속 뽑아가는 회사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채용 홈페이지에서 "세상에 없던 제품·서비스를 선보이려면, 새로운 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며 높은 연봉과 파격적인 복지 제도를 자랑한다.
 

[인터뷰]

토스의 채용·복지 문화를 총괄하는 박토니 토스 피플앤컬쳐 팀(People & Culture Team) 리더를 지난달 24일 서울 역삼동 비바리퍼블리카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박 리더는 "토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보다 10배 더 많이 일하고 실제로 10배 이상의 성과를 만드는 '텐엑스 피플'(10x people·10배의 역량을 가진 인재)"이라며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최고의 대우를 받고 부(富, wealth)를 쌓는 것은 정당한 대우"라고 강조했다.

 
재미교포 출신의 박 리더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졸업 후 20여년 간 미국 기업에서 인사(HR) 담당으로 일했다. 월트디즈니·맥도날드·아베크롬비&피치 본사에서 HR 담당 임원을 지냈다. 토스에 오기 직전에는 캐나다 스포츠웨어 룰루레몬과 미국 차량 공유 기업 리프트에서 HR 업무를 총괄했다. 한국 기업은 토스가 처음이다. 
 
그는 "사실 미국에 있을 땐 토스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헤드헌터 소개로 만난 이승건 대표와 첫 대화부터 잘 통했고 가족과 함께 서울로 아예 들어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대화가 서툰 그는 1년 전 토스에 합류한 것을 "인생을 건 도전"이라고 했다.
지난달 서울 역삼동 비바리퍼블리카 사무실에서 진행한 박토니 토스 피플앤컬쳐 리더 인터뷰. [중앙포토]

지난달 서울 역삼동 비바리퍼블리카 사무실에서 진행한 박토니 토스 피플앤컬쳐 리더 인터뷰. [중앙포토]

 
박 리더가 일했던 룰루레몬과 리프트도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박 리더는 룰루레몬은 상장 전 스타트업일 때, 리프트는 상장 후에 조인했다.
 
한국의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니 어떤가.
"열정적인 창업자, 성공을 위한 엄청난 수준의 헌신은 실리콘밸리나 서울이나 비슷하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개인을 내세우기보단 '우리는 팀으로 이겨야 한다'는 팀워크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다. 애초에 회사에 들어올 때부터 '나는 이 조직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들 하는데, 나는 이게 한국 스타트업의 아주 큰 장점 같다. 미국에선 팀을 만들고 다지는 빌딩(building)과 본딩(bonding)을 위해 직원들을 의식적으로 가르치고 기업 문화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토스는 어떤 사람을 찾고 있나.
"토스의 '텐엑스(10x) 피플'은 평범한 '원엑스(1x) 피플'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가장 똑똑하고도 가장 창의적인 사람을 찾는다. 그러면서도 토스가 가진 5가지 핵심가치(고객 중심·탁월함·책임감·상호존중·사명감)를 잘 구현해야 한다. 업무 능력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가 토스 문화와 잘 맞는지 확인하는 '컬쳐 인터뷰'를 하는 이유다. 
 
어떤 질문을 하나.
"질문은 공개할 수 없다. 컬쳐인터뷰는 면접자의 솔직한 생각이나 가치관이 흠뻑 담긴 답변을 듣고자하는건데, 질문을 공개하면 오히려 회사가 듣고싶어하는 '모범답안'을 미리 준비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질문은 토스 블로그에서 짐작 가능하다."
 
HR 전문가로 일했다. 20년 사이에 '인재'의 기준은 어떻게 달라졌나.
"요즘 인재들은 훨씬 더 요령이 있고 똘똘하다. 옛날엔 회사라는 거대한 구조 안에서 헌신적으로 열심히 일할 사람을 회사들이 원했다. 직원들에겐 선택지도 적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기업, 기술 그리고 일하는 방식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재능도 많고 선택지도 여럿 갖고 있다. 즉, 이젠 자칫하면 회사가 인재를 경쟁사에 빼앗기기 더 쉽다는 얘기다."
 
'똑똑함'의 기준도 시대별로 다른 것 같다.
"옛날에는 문제 해결(problem-solving) 능력만 좋으면 됐지만, 이제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능력까지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로켓과 같다. 로켓을 쏘아 올리려면 자신의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이 능력은 일반적인 지능과는 좀 다르다. 그렇게 일해야만 과거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쓰는 앱을 만들 수 있다. 토스처럼 말이다."
 
우수한 직원들은 자기 역량·성과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이런 '잘난' 사람들이 많은 조직에서 협업이 잘 될까.
"300명 규모의 회사일 때는 어렵지 않지만,1000명이 모여 일하는 회사가 되면 어려운 문제다. 내가 토스에 합류한 이유이기도 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싶어도 한국·미국 기업들이 고수하는 보고·지휘 체계에선 힘들다. 그러나 토스에선 모두가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된다. 설사 대표가 반대하더라도 자신이 맡은 부분에 대한 확실한 방향성이 있다면 토스에선 자기 의견을 밀어붙여도 된다. 자유, 주인의식, 기업가정신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유지할 수 있는 문화다."
지난달 서울 역삼동 비바리퍼블리카 사무실에서 진행한 박토니 토스 피플앤컬쳐 리더 인터뷰. [중앙포토]

지난달 서울 역삼동 비바리퍼블리카 사무실에서 진행한 박토니 토스 피플앤컬쳐 리더 인터뷰. [중앙포토]

 
토스에선 일을 얼마나 잘 하는지는 어떻게 평가하나?  
"상사 한 명이 직원 한 명을 평가하는 건 시대에 뒤쳐진 시스템이다. 우리는 A·B·C처럼 점수를 매기거나 이를 연봉에 반영하지도 않는다. 동료들은 그 사람이 고성과자인지 저성과자인지 다 안다. 그래서 입사 3개월 이후부터는 개인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는다. 이를 바탕으로 팀 성과에 집중하고 회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파격적인 복지혜택으로 자주 화제를 모았다. ▶근속 3년마다 리프레시 휴가 1개월 ▶승인 없는 무제한 휴가 ▶1억원 무이자 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달까지 입사하는 직원들에게는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도 부여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높은 수준의 연봉과 복지를 보장하는 만큼 업무와 성과에 대한 압박이 심한 건 아닐까. 박 리더는 "재능이 많은 최고의 인재들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건 정당한 대우"라며 "직원들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보상 정책을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할 때는 많은 사람이 회사를 위해 희생만 하다 끝나지 않고, 실제로 개개인이 부유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여기(토스)에 와서도 가장 기쁜 점은 진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부를 쌓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들이 받는 혜택은 모두 정당한 보상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이직과 퇴사가 흔하다. 기껏 열심히 육성한 인재가 회사를 나가면 아쉽지 않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평균 재직기간은 2년 정도다. 스타트업 사람들은 일하는 과정을 에베레스트 같은 높은 산을 오르듯 생각한다. 힘들고 도전적이지만 정상에 도달하면 엄청난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다수는 정상에 오른 이후, 다음에 오를 산을 또 찾더라. 회사가 꽤 커졌을 때 직원이 다른 스타트업으로 옮기려는 건 그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다. 토스 출신 직원들이 다른 곳에 가서 우리의 핵심 가치와 문화를 잘 알리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조직이 커지다보면 구성원간 갈등이나 예상치 못한 문제도 생긴다. 이런 일로 때론 회사가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토스는 어떻게 대처하나.
"투명성과 피드백, 가장 큰 원칙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분야에 전문적 역량을 가진 인사팀 임직원이 밀착해, 문제 해결의 전 과정에 적극 개입한다. 토스의 인사팀은 20명이다. 내가 20년 넘게 HR 분야에서 일했는데, 토스의 인사전문가 비율은 그 어느 곳보다 높다고 자신할 수 있다. 직원 수 대비 인사 전문가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라, 밀착 지원이 가능하다."
 
서울 역삼동 비바리퍼블리카 사무실. [중앙포토]

서울 역삼동 비바리퍼블리카 사무실. [중앙포토]

여느 스타트업이 그렇듯 토스도 1년 내내 상시 채용을 한다. 특히 지난해 증권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등 사업을 확대하면서 인재 수요가 더 늘었다. 하지만 채용은 속전속결, 지원자가 누구든 3주 안에 결론을 낸다. 일부 글로벌 IT 기업들이 경력직 한 명을 뽑는 데만 수개월 간 여러번 면접을 보는 것과 차이가 크다. 박 리더는 "지원자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빠르게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며 "이는 우리 채용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HR 전문가인 그에게 취업·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을 하나 꼽아 달라고 했다. 그는 "그릿(GRIT·끈기)"을 강조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몇 안 되는 강의 중 하나가 끈기에 관한 것"이라며 "자신을 더 발전시키고 일을 잘하고 싶다면 끈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력 vs 신입? 경력!
인터뷰 말미에 박 리더에게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밸런스 게임'을 제안했다. 토스라면 두 사람 중 누구를 먼저 채용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유도 함께 물었다.
 
경력 직원 vs 신입 직원

"경력직. 경험이 있다는 건 성과를 낼 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가 있다면, 신인 선수보단 이들을 뽑아야 하지 않겠나.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
 
창의성 vs 정확성 
"창의성! 정확성은 내가 가르칠 수 있지만, 창의성은 가르칠 수 없다. 창의성은 문제 해결 과정에서 독특한 능력을 동반한다. 그리고 우리가 뽑는 똑똑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확하다."
 
리더십 경험이 많은 사람 vs 개발·디자인 등 스킬이 풍부한 사람

"스킬. 리더십은 그리 중요한 기술이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리더십은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더라."
 
대기업에서 일한 사람 vs 스타트업에서 일한 사람

"적은 경력이라도 스타트업에서 일한 사람. 대기업에서 10~15년 일한 사람들은 한 가지 방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더라. 우리 문화는 자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대기업 경력이 많은 사람은 문화를 어떻게 익힐지 몰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더라."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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