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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예전엔 농사 싫어 학교 갔는데…학교 텃밭 격세지감

중앙일보 2021.03.13 15:00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89)

학교 선생인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농사가 참 힘들다고 한다. 생전 몸 쓰는 걸 싫어하던 사람이 이상한 소리를 하길래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요즈음 도시농업을 배우고 있단다. 원격으로 강좌를 듣고 주말마다 직접 텃밭을 만들어 실습하는 데 재미가 붙어 그냥 전화한 거란다. 웬 도시 농업이냐는 질문을 하니 요즈음 학교마다 텃밭을 만들고 있어서 호기심으로 미리 연습하고 있단다. 명색이 생물학 선생인데, 농사를 모르면 곤란하지 않겠냐면서 웃는다.
 
학교에서 텃밭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는 소식은 예전부터 들어 왔다. 많은 도시의 교육청에서는 유치원과 초중고 학교에 텃밭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진행됐던 학교 텃밭은 도시 학교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교 텃밭 조성 사업은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바른 인성교육을 위한 것인데 매우 효과가 크다고 한다.
 
학교 텃밭 조성 사업은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바른 인성교육을 위한 것으로 매우 효과가 크다고 한다. [사진 pixabay]

학교 텃밭 조성 사업은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바른 인성교육을 위한 것으로 매우 효과가 크다고 한다. [사진 pixabay]

 
충북 증평의 증평정보고등학교는 코로나가 시작되던 작년 2020년 방치된 등나무 공간을 학생들이 직접 채소를 기를 수 있는 텃밭으로 만들어 좋은 효과를 거두었다.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한 3~4월에 교직원이 직접 보도블록을 이용해 등나무 쉼터 자리를 12칸의 텃밭으로 탈바꿈시키고 희망 학급에 분양했다. 그랬더니 텃밭에서 채소를 수확해 학기 말 학급 화합의 날에 삼겹살 파티, 채소전 만들기를 했단다. 재배한 채소는 고추, 방울토마토, 상추, 가지, 오이, 쌈 채소 등이었다. 게다가 조리과학과 학생들은 수확한 채소를 실습재료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체험 학습으로 농업을 간접적으로 일회성 경험을 하다가 직접 농사에 참여했으니 학생들이 느낀 바가 꽤 컸을 것이다.
 
미국 뉴욕이나 보스턴의 대도시 초등학교에서도 학교 텃밭은 필수다. 텃밭을 가꾸면서 얻는 사회성 발달과 같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들과 같이 키운 농작물을 급식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덤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해마다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찾아가는 어린이 환경생물 관찰 교실’이란 것을 운영한다. 관찰 교실이란 과학 체험 쪽에 교육 기회가 적은 시골의 학교로 농업진흥청 연구원이 찾아가 환경생물을 주제로 관찰과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체험 학습이다. 관할 부서가 ‘독성위해평가과’라는 곳으로 안전한 농약 등록을 위해 꿀벌, 지렁이와 같은 다양한 환경 생물의 위해성 평가와 독성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몇 년 전 EBS에서 소개된 안양 평촌초등학교의 ‘학교에서 돼지 키우기 프로젝트’는 큰 반향이 일었다. 자존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5학년 4반 어린이들이 어린 돼지를 반년 동안 키우면서 돼지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며 농업은 생명을 다루는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번아웃 상태의 어린이들이 돼지를 키우면서 활력을 다시 얻게 돼 농업의 치유 기능을 다시 확인했다는 것이다. 학교 텃밭은 농작물에서 축산까지 확대됐다.
 
아이들에게 텃밭은 농사를 짓는 작업장이 아니라 생명을 배우는 훌륭한 교실이다. [사진 pixabay]

아이들에게 텃밭은 농사를 짓는 작업장이 아니라 생명을 배우는 훌륭한 교실이다. [사진 pixabay]

 
학교 텃밭은 학교 안의 빈터나 옥상 등을 이용해 담당 교사와 아이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일구는 경작지를 말한다. 공부하는 학교에서 농사를 짓는다? 학교라는 곳은 여전히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지식을 암기하는 곳이다. 우리는 농사를 지으면 고생한다고, 농사짓지 말라고 학교를 보냈는데, 학교에서 교육 차원에서 농사를 짓는다니….
 
그러나 여성환경연대가 발간한 ‘자연을 꿈꾸는 학교 텃밭’에서는 학교 텃밭을 통해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못하는 것들을 배울 수가 있다고 한다. 물을 주지 않아 다 죽을 것 같던 작물이 살아나는 것을 보면 아이들에게 ‘생명이란 인간의 노력만이 아니라 자연의 돌봄으로 살아남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교육과 훈련만이 성장을 돕는 것이 아니라 돌봄도 있다는 대목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이들이 골목에서 점차 사라지는 시대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가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전국적인 개발 사업은 도시와 농촌의 차이를 없애고 있다. 앞으로 30년 후면 귀농·귀촌의 개념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어린이들에게 하는 텃밭 교육은 단순한 자투리 공간 활용 방법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텃밭은 농사를 짓는 작업장이 아니라 생명을 배우는 훌륭한 교실이다. 새순이 돋아나는 봄. 새순 같은 어린이가 흙을 더 많이 만지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잘 자랐으면 좋겠다.
 
슬로우 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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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필진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 농촌이나 어촌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기억을 잊지 못해 귀농·귀촌을 지르는 사람이 많다. “나는 원래 농촌 체질인가 봐”라며 땅 사고 집도 지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후회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귀농·귀촌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녹록지 않다. 필자는 현역 때 출장 간 시골 마을 집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리워 귀농·귀촌을 결심한 농촌관광 컨설턴트다. 그러나 준비만 12년째고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준비한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정착한다고 했다. 귀농·귀촌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정착 요령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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