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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끊이지 않는 여성징병제 “군 내부 시스템 변화 전제돼야”

중앙선데이 2021.03.13 00:21 727호 9면 지면보기

‘뜨거운 감자’ 모병제  

2018년 8월 21일 동명부대 21진이 레바논 남부 티르지역으로 파병됐다. 여군 20명이 포함 된 이 부대는 현지에서 유엔 평화유지 활동 임무를 수행했다. [연합뉴스]

2018년 8월 21일 동명부대 21진이 레바논 남부 티르지역으로 파병됐다. 여군 20명이 포함 된 이 부대는 현지에서 유엔 평화유지 활동 임무를 수행했다. [연합뉴스]

‘여성징병제’는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지난 1999년 현역 군필자에게 최대 5%까지 가산점을 부여했던 군 가산점제도가 위헌 결정이 났고, 2001년 전면 폐지됐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여성과 신체 장애인 등에 대한 평등권 침해와 과목별 2~5% 가산점은 과도하다는 이유 등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군 가산점이 폐지되자 일부 남성들은 “남녀평등권 실현 차원에서 여성징병제도 실시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주장은 당시 젠더 갈등으로 확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여성징병제가 또 다른 이유로 이슈가 되고 있다. 인구절벽에 따른 신규 입대자 감소로 10여 년 후부터 병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그 대안 중 하나로 여성징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병역의 의무를 남녀가 같이 부담하면 군 병력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가산점 폐지 후 일부 남성 불만
여성계 “갈 수도 있어”“반대” 엇갈려
사회운동가 “젠더 문제로 보면 안돼”
노르웨이·스웨덴 여성징병제 도입

여론전도 펼쳐졌다. 지난 2019년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 남성만의 실질적 독박 국방의무 이행에서 벗어나 여성도 의무 이행에 동참하도록 법률 개정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글에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 병역자원이 크게 부족해졌다”며 “현역 및 예비역에 대한 보상 또한 없다시피 하다. 여성들도 남성과 같이 일반병으로 의무복무하고 의무를 이행한 국민이라면 남녀 차별 없이 동일하게 혜택을 주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게시 하루 만에 ‘베스트 청원’에 오르면서 1주일 만에 청원 인원 10만 명을 돌파했다.
 
청원 지지자들은 “양성평등을 추구해야 한다” “갈수록 인구는 줄어드는데 지금이라도 논의가 필요하다” “장기간 복무가 아니더라도 기초 군사훈련은 받아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당시 문 대통령도 이러한 여론을 감지하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 청원 내용을 거론하며 “국방의 의무를 남녀가 함께하게 해달라는 청원도 재밌는 이슈 같다”며 “육군 ·공군사관학교 수석졸업자들이 거의 해마다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에 당시 조현옥 인사수석은 “여성 중에도 사실 국방의 의무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했다. 여성징병제를 주장하는 비슷한 내용의 청와대 청원은 지난해 10월에도 올라와 관심을 끌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법적인 공방도 이어졌다. 남성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평등권)에 위배된다는 위헌심판 제청이 그것이다. 제청 요지는 상위법인 헌법 39조가 국방의 의무를 모든 국민에게 부과했는데 하위법인 병역법이 병역 부과 대상을 남성으로만 한정한 것은 위헌이란 것이었다. 또 병역법 3조 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으로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이 헌법 제11조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위헌의견 2명), 2011년(위헌의견 1명), 2014년(전원 합헌) 모두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남성이 전투에 더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여성도 생리적 특성이나 임신과 출산 등으로 훈련과 전투 관련 업무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며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성만을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이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당사자인 여성들의 입장은 어떨까. 청와대 청원 글이 화제가 되자 한 인터넷 토론방에선 격론이 벌어졌다. 20대 여대생이라고 밝힌 A씨는 “국방의 의무가 병역의 의무만을 얘기하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나(남성)만 군대 가고 너(여성)는 왜 군대에 안 가냐는식의 이분법적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직장인 여성이라고 밝힌 B씨도 “형식적 평등 문제에서 볼 사안은 아니다”라며 “현재 대한민국 군대가 여성을 병사로 받아들일 문화적, 물질적 토대를 가지고 있느냐”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B씨는 이어 “성차별·성희롱 등 남성 중심의 군 내 의식은 하나도 바뀌지 않은 현실에서는 여성에게 남성과 똑같이 병역 의무를 지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여성징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도 있었다. 부사관으로 근무하다 전역했다는 30대 여성 B씨는 “유럽 일부 국가도 여성 징집을 하는 나라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여성이 간부가 아닌 일반 병사로 복무하는 문제를 마냥 반대만 할 것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B씨는 “여성의 신체적 능력 등을 충분히 감안하고 근무병과 등을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며 "남성과 함께 부대 생활을 해야 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내부 시스템을 갖춰야 해 현실화하기까지는 많은 예산과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여성도 징집대상이다. 남성은 3년, 여성은 2년을 복무해야 한다. [중앙포토]

이스라엘은 여성도 징집대상이다. 남성은 3년, 여성은 2년을 복무해야 한다. [중앙포토]

평소 급진적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입장인 사회운동가이자 작가 오세라비씨는 “군대를 젠더 이슈, 남녀 갈등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여자니까 가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와 의무라는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전제한 뒤 “여성을 징집하게 되면 지금 같은 문화나 훈련방식은 바뀌어야 하고 각자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특수성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건이 갖춰지면 여성징집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여성 인권을 외치는 쪽에서 여성의 군 복무 얘기를 마냥 기피하고 거부만 할 일은 아니다”고 했다.
 
여성으로서 현재 국방부에 근무 중인 김신숙 부이사관은 지난해 8월 ‘역사와 쟁점으로 살펴보는 한국의 병역제도’라는 책에서 여성징병제 문제를 다룬 바 있다. 김 부이사관은 “여군 확대는 남성 병역 자원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자 사회적으로는 새로운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여성징병제가 가능해지려면 징모혼합제 형태로 전문병사제, 계약병사제 등이 먼저 도입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외에선 이스라엘, 쿠바, 북한 외에도 유럽 국가 중 여성징병제를 도입하는 나라가 생겨나고 있다. 노르웨이는 2016년 7월 여성 징병제를 도입했다. 스웨덴은 2010년에 폐지한 징병제를 2018년 1월부터 부활시키면서 여성을 징병 대상에 포함했다. 징집 대상은 18세가 되는 남녀다. 복무 기간은 9~12개월이다.
 
고성표·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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