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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의존 않고 ‘수퍼 앱’ 만든다, 윤종규 디지털 승부수

중앙선데이 2021.03.13 00:20 727호 14면 지면보기
2014년 10월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이 KB금융 회장에 오를 당시만 해도 그가 회장직을 3연임 할 것으로 본 사람은 드물었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갈등이 도화선이 된 회장 선출이었기에 신임 회장은 조직을 추스르는 차원의 단임 인선이 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윤 회장은 그러나 지난해 9월 다시 회장에 선출되며, KB금융의 첫 3연임 회장이 됐다. 실적, 조직 관리·확장 등에서 주주와 금융당국의 신뢰를 얻은 덕이 크다는 분석이다.
 

KB ‘넘버원 금융 플랫폼’ 도전
네이버와의 AI 스피커 협업 중단
자회사 서비스 통합 앱 독자 추진

월 660만명 앱 이용, 카뱅과 비슷
네트워크·예금 조달 능력 강점
상향식 조직문화, 처우 개선 필요

회계사 출신인 윤 회장은 재무·전략통이다. 경력 특성상 안정 지향적인 관리형 경영자 성향이 뚜렷하다. 조직 내부의 갈등 봉합과 치유, 꾸준한 성장 등에 적임자다. 그렇다고 안전 일변도인 것만은 아니다. 현대증권 인수합병(M&A)  등 승부의 순간에도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그런 그가 회장 8년차에 접어들며 지금까지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도전을 선언했다. 금융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이다. 체질 개선과 같은 근본적 변화다. 게다가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핀테크 선두주자들과 끈끈한 관계인 여느 금융회사들과 달리 빅테크 의존도를 줄이려고 한다. 예컨대 네이버와의 인공지능(AI) 금융 스피커 공동 개발을 중단했다. 마이데이터 사업, 휴면예금·신용등급 조회 등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서비스를 활용하는 차원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경쟁 금융지주회사들과 다른 행보다.
 
‘통합 KB페이’ 11월 서비스 목표
 
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 중심의 디지털 혁신으로 넘버원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 실행 전략으로 모든 금융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는 ‘수퍼 앱’ 구축을 추진한다. 카카오톡이 채팅·커뮤니티·뉴스·검색·쇼핑·예약 등 기능을 백화점 식으로 제공하는 것처럼 다양한 콘텐트를 공급하는 통합 앱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수퍼 앱의 중심축은 5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가진 KB페이다. 은행·카드·보험 등 여러 금융 서비스를 페이에 연동해 패키지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페이 서비스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넓혀나간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에 오는 11월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통합 KB페이’ 구축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앱인 리브메이트 3.0에 KB국민카드·KB페이를 연동할 계획이다. 또 직방·호갱노노 등 신흥 강자들을 겨냥해 부동산금융 플랫폼 ‘리브부동산’을 내놓았다. KB시세 데이터를 즉각 반영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시세 예측, 빌라 시세 제공 등으로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했다. KB금융은 수퍼 앱 구축과 더불어 부동산·투자·대출 등 돈과 관련한 종합 서비스를 다루는 플랫폼으로 변신할 계획이다. 윤 회장은 “고객 종합 자산관리가 가능한 획기적 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며 “자동차·부동산·헬스케어·통신 등 비금융 플랫폼을 키워 새로운 영역의 진출 기회도 모색해야 한다”도 강조했다.
 
윤 회장이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강조하는 건 이대로 가면 빅테크 기업에 금융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쉽게 새롭고 간편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네이버·카카오·토스 등과 제휴를 맺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를 ‘독이 든 성배’에 빗대곤 한다. 고객과의 접점을 잃기 시작하면 빅테크 기업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기존 금융회사와 비슷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는 것도 윤 회장의 마음이 급해진 이유 중 하나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안에 자영업자 대출과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네이버페이는 후불결제 시장에도 뛰어들어 신용카드사에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저금리 고착화로 금융업의 수익 모델이 예대마진에서 수수료 등으로 무게중심이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독자 채널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카카오·네이버 페이 서비스 제휴는 유지한다”면서도 “KB금융만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내부 역량을 활용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 측의 공격적 행보에도 빅테크 기업들은 나름 여유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 영역에서 사용자들과의 접점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큰 위협으로 보진 않는 분위기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KB금융이 빅테크 기업의 페이 생태계에서 벗어나면 소비자들이 먼저 반발할 것”이라며 “KB금융이 더 구체적 행동에 나서기 전까지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KB금융도 맨땅에 헤딩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애플리케이션(앱) 월간 이용자 수(MAU)는 지난해 6월 기준 660만 명이다. 이 분야 절대강자인 카카오뱅크(754만 명)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KB모바일 인증서 이용자 수도 지난해 말 600만 명을 돌파했다. 여기서 만족하진 않는다. 디지털 혁신 조직을 별도로 두고 IT 관련 외부 인력을 대거 충원하는 등 역량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앱 편의성 개선, 사용성 확대 지적도
 
KB리브부동산은 엘레베이터수 등 부동산의 세부 정보를 제공한다.

KB리브부동산은 엘레베이터수 등 부동산의 세부 정보를 제공한다.

KB금융은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초기 모델을 설계한 조영서 전 신한DS 부사장을 KB국민은행 DT(디지털 전환)전략본부 총괄로 영입했다. 또 삼성전자· 현대카드 출신인 윤진수 부행장을 지난해 IT총괄(CITO)로 선임했다.
 
KB만의 뚜렷한 강점도 있다. 급여통장 등 풍부한 저원가성 예금 조달 능력과 오랜 기간 쌓은 기업금융 네트워크 등이다. 네이버 쇼핑에 의존하지 않고도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쿠팡, 자사 콘텐트만으로 넷플릭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 같은 사례도 있다. KB금융이 이미 보유한 구슬을 잘 꿰면 보배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KB금융의 온라인 역량을 어떻게,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그간 KB금융은 여느 금융회사처럼 계열사·사업부는 물론 서비스 기능별로 일관성 없이 앱 서비스를 내놨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KB금융 관련 앱은 50여 개에 이른다. KB카드와 기업카드 앱을 별도로 만들 정도로 체계를 잡지 못했다. 앱 메뉴도 사용자들의 사용 빈도보다는 기능별로 메뉴를 구성해 직관성·시인성이 떨어져 자주 쓰는 서비스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초 오픈서베이의 은행 앱 편의성 설문조사를 보면 카카오뱅크가 4.34(5점 만점)로 1위에 올랐지만, KB국민은행은 3.85로 6위에 그쳤다.
 
국내 대형 은행의 차세대 IT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한 개발자는 “사용자의 앱 편의성을 먼저 고려하면 초기 시스템부터 전면 교체하며 사용자경험(UX)·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설계해야 한다”며 “그러나 보수적인 은행권은 과거 자산 보존을 위해 기능을 덧붙이는 식으로 개발한 결과 앱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 제기에 KB금융은 클라우드 서버에 기반을 둔 통합 앱을 구축할 계획이며, 대형 IT 개발사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이 KB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 시절 최고기술경영자(CTO)로 함께 근무한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는 “윤 회장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꿰뚫고 있었다”며 “KB금융이 디지털 중심 금융회사로 거듭나려면 조직 전체가 디지털 지향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금융 디지털화에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싱가포르 DBS의 경우 디지털 조직을 독립 법인으로 바꾸는가 하면, 3만 명의 조직원 중 1만 명을 IT 인력으로 배치하고 있다.
 
KB금융 앱의 사용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마존이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를 제공하듯 풍부한 콘텐트가 뒷받침돼야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톡·네이버·토스는 쇼핑·웹툰·영화나 신용정보 조회, 예금 찾기 등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 공인인증이나 웹·앱 로그인, 공공서비스 알림 등의 용도로도 쓰인다. 더불어 국내 리딩뱅크라는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사용자의 지속적 방문을 유도하는 보상제도 등 마케팅 측면의 접근도 필요하다.
 
정유신 한국핀테크지원센터장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모든 서비스가 연결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정체성을 금융으로 국한할 수 없다”며 “금융 플랫폼에 콘텐트와 기술을 참여시켜야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씨티그룹도 핀테크 앱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는 한편 기술 기업에 고객 데이터와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을 제공하며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다만 KB금융이 순조롭게 디지털 전환을 이루려면 보수적 문화를 바꾸고 직원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카카오뱅크로 파견 간 KB금융 직원 15명 전원이 원대 복귀를 거부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점 영업이 없고 조직 문화가 경직적이지 않아서다. 스톡옵션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KB금융으로선 인재 영입과 조직 문화 개선의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조봉한 대표는 “디지털화는 상급자의 업무 지시대로 달성되지 않는다”며 “디지털 문화가 확산할 수 있도록 개방된 상향식 조직 체계와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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