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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증시 ‘테슬라 장세’ 연 머스크, 규제 당국은 그의 입 주시

중앙선데이 2021.03.13 00:02 727호 2면 지면보기

머스크 리스크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아들을 위해 도지코인을 샀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11일(이하 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이 한 줄짜리 트윗 이후 도지코인(DOGE) 가격은 16% 급등했다. 0.069달러에서 순식간에 0.08달러가 됐다. 머스크는 앞선 1월 2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 소개란에 별다른 설명 없이 비트코인 해시테크(#bitcoin)를 등록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14% 급등했다. 머스크의 한마디에 비트코인·도지코인 가격이 급등한 건 머스크 지지자들이 머스크의 트윗을 ‘매수 신호’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인 37%는 머스크의 트윗을 보고 투자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업체인 피플세이가 지난달 6∼8일 3만4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미국인 37% “머스크 트윗 보고 투자”
미 언론 “입방정이 문제” 잇단 비판

SEC, 2018년 ‘상폐 트윗’ 사기 고소
주가 개입 도 넘으면 또 제재할 수도

혁신 프리미엄, 디스카운트 전환 우려
냉가슴 서학개미 “입 좀 다물었으면”

일론 머스크가 2월 11일 트위터에 “작은 애(X)를 위해 약간의 도지코인을 샀다”고 밝히면서 도지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일론 머스크가 2월 11일 트위터에 “작은 애(X)를 위해 약간의 도지코인을 샀다”고 밝히면서 도지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올해 들어 머스크의 트윗 한방에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고, 특정 종목 주가가 요동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테슬라의 ‘CEO 리스크’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앞서 머스크는 트윗을 통해 공매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게임스톱(GME)에 힘을 실어주면서 GME 주가가 무섭게 치솟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머스크의 입을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스크는 스티브 잡스와 비견되는 혁신가적 이미지와 사회 저항적인 면모로 전 세계 팬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미국 일부 언론은 “머스크의 입방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CNBC는 더 나아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재를 거론했다. CNBC는 증권사 프리트레이드의 댄 레인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머스크의 영향력은 테슬라 이사회에 한정돼 있지 않다”며 “규제 당국은 상황에 맞게 규정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 고점서 30% 하락 후 반등
 
10일 현재 테슬라 주식 87억8400만 달러(약 9조9478억원)어치를 보유 중인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도 ‘머스크 리스크’에 밤잠을 설친다. 최근 주가가 전고점 대비 30%가량 빠졌다 겨우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인데, 머스크 트윗에 대한 SEC 제재 가능성까지 불거진 때문이다. 한 서학개미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머스크를 썩 좋아하진 않지만 머스크 없는 테슬라는 더 싫다”며 “제발 (머스크가) 입 좀 다물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최정혁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SEC도 머스크의 트윗을 모니터링 하고 있을 것”이라며 “만약 머스크의 트윗이 테슬라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등 도가 넘었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미 선례도 있다. SEC는 2018년 9월 뉴욕 남부 연방지법에 머스크를 사기 혐의로 고소를 했는데, 이 사건의 발단은 그의 트윗이었다. 머스크는 당시 트위터에 “테슬라를 비공개(상장 폐지) 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고, 머스크의 트윗을 모니터링 하던 SEC는 이 트윗의 진위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인 끝에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SEC는 주가 조작은 물론 금융회사와 일반 기업 회계 투명성, 국외 부패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민사소송 제기권이 있어 사실상 사법기관이나 마찬가지다. 미 금융·증권가에선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이때까지만 해도 방송에서 마리화나를 피우거나 돌출 발언을 하는 등 좌충우돌하던 머스크도 SEC의 소송에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고소장이 접수된 지 이틀 만인 9월 10일 머스크는 SEC에 벌금 4000만 달러(당시 약 444억원)를 내고,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기로 합의한 후 사건을 무마했다. SEC는 여기에 더해 머스크의 의장직을 3년간 금지했다. 이후 돌출 발언을 자제하던 머스크가 올 들어 일련의 트윗으로 또 다시 SEC의 레이더망에 포착되면서 서학개미가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주가에는 머스크 프리미엄이 작용하고 있는데, 머스크가 도를 넘어선 행동을 이어간다면 머스크 프리미엄이 빠르게 ‘머스크 디스카운트’로 바뀔 것”이라고 우려했다. SEC가 재차 머스크를 제재하고 나선다면 테슬라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SEC, 머스크 제재 땐 주가 급락 우려
 
서학개미의 지분을 합치면 테슬라의 8대 주주쯤 된다. 9일 반등하긴 했지만 테슬라 주가가 다시 흘러내린다면 국내 투자자의 피해액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시장에선 당분간 미 국채 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미국 기술주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와 별도로 테슬라 주가에 대해선 ‘여전히 비싸다’는 의견과 ‘저점 매수 기회’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의 투자정보전문매체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는 8일 “테슬라에 가장 낙관적인 분석가는 목표 주가를 1200달러로 설정했으나 반대의 경우 135달러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CEO 리스크, 실적 악화로 135달러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와 달리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8일 웨드부시증권의 대니얼 아이브스 테크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3% 수준인 전기차 판매가 2030년까지 20%에 달할 수 있다”며 “지금의 전기차 주가 하락은 기업이 이익을 내면서 단기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도 “올해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메가 팩 공장 완공에 이어 독일, 텍사스 공장 가동으로 사이버 트럭과 세미트럭을 양산할 수 있다”며 “상하이공장에서도 모델2를 양산해 5월부터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옐런 한마디로 비트코인 급락, ‘세계 경제 대통령’ 입증
재닛 옐런

재닛 옐런

요즘 일론 머스크의 트윗이 언론의 조명을 받을 때마다 함께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다. 옐런은 ‘꿈을 파는’ CEO인 머스크와는 전혀 다른 정통 ‘경제학자’ 출신이다. 2014~2018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거쳐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첫 재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경제통이다.
 
그가 머스크와 함께 언론에 등장하는 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관련해 머스크와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지 생각이 다르기 때문만이 아니다. 머스크는 전 세계 4500만 명에 이르는 막대한 팔로워를 거느린 수퍼스타로써, 옐런은 세계 경제의 흐름까지 바꿔 놓을 수 있는 세계 최강국의 재무부 장관으로써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1월 28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 계정 소개란에 비트코인 해시테크를 올린 것만으로도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했다. 이후 “비트코인을 지지한다” “늦게 합류한 것 같아 아쉽다”고 하면서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반대로 옐런이 “암호화폐는 주로 불법 금융 거래에 사용된다”며 “비트코인을 통한 자금 세탁을 막아야 한다”(1월 19일 장관 청문회)고 하자 장관 후보자 신분임에도 비트코인은 15%나 급락했다.
 
사실 옐런은 2015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이 연준의 통화정책과 관련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중립적인 노선을 보였다. 하지만 전 세계에 비트코인 투기 열풍이 분 2017년께부터 방향이 바뀌었다. 이후 “비트코인에 찬성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으로 처리되는 거래는 극소수이고 불법 거래도 많다”고 말하는 등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머스크와 옐런은 나란히 비트코인 투자자의 간담을 서늘하게도 했다. 머스크가 지난달 20일 트위터에 ‘금 투자가 비트코인보다 낫다’는 유로퍼시픽캐피털 CEO 피터 시퍼의 의견을 반박하면서도 “비트코인 가격이 높은 것 같다”는 의견을 내자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틀 후 옐런이 한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거래에 비효율적이고 에너지 소모량도 크다”고 기름을 부으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폭락했다.
 
지난달 21일 한국시장 기준 6614만9000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비트코인은 28일 4926만9000원으로 내려앉았다. 이쯤 되면 머스크와 옐런은 비트코인 투자자에겐 ‘리스크’인 셈이다. 이 둘의 ‘디스(dis)’로 거품론까지 불거지기도 했던 비트코인은 그러나 이달 들어 언제 그랬냐는 듯 반등에 성공했다. 12일 기준 6493만원으로 지난달 28일과 비교하면 일주일여 만에 20% 넘게 상승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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