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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땅에 비닐하우스·벌집·나무밭 “동네가 누더기 됐다” [영상]

중앙일보 2021.03.12 05:00 종합 5면 지면보기

김해 홍동 "비닐하우스 99%가 외지인 소유" 

“개발이 가시화한 2018년부터 비닐하우스가 막 들어서기 시작했어요. 농사짓는 땅 99%가 외지인 소유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경기 광명·시흥發 투기 의혹 전국 확산

김해 흥동 일대 ‘도시첨단산업단지(27만㎡)’부지에서 오디 농사를 짓고 있는 정기현(75)씨의 말이다. 11일 오전 이곳에서 만난 정씨는 “2018년부터 외지인이 땅을 사들이더니 비닐하우스를 짓기 시작했다”며 “산업단지 계획이 가시화되기 전에는 3.3㎡당 70만~80만원이던 땅값이 지금은 150만원으로 배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2022년 조성되는 김해 흥동 도시첨단산업단지에 2018년부터 외지인 소유의 비닐하우스가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은지 기자

2022년 조성되는 김해 흥동 도시첨단산업단지에 2018년부터 외지인 소유의 비닐하우스가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은지 기자

자치단체·경찰 대대적 투기 단속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사로 참여하는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사업비 1178억원을 투입해 2022년 12월까지 조성한다. 앞서 참여연대와 민변이 지난 8일 “김해에도 LH 직원이 사전개발정보를 이용한 투기나 분양권 취득에 연루됐다는 제보가 있다”고 지목한 곳이다.
 
김해시 주촌면 농소리에 거주하는 박정상(73)씨는 “경기도 시흥처럼 도시첨단산업단지도 LH 직원이 투기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개발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며 “정부가 철저하게 조사해서 부동산 투기 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시첨단산업단지 부지에 포함되지 않는 인근 지역 땅값은 3.3㎡당 400만~500만원까지 뛰었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개발 계획이 가시화되기 전에 흥동 일대에 땅을 산 사람은 3.3㎡당 300만원 정도의 시세 차익을 거뒀을 것”이라며 “땅을 살 사람들은 이미 다 샀고, 현재는 거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24일 정부가 부산 강서구 대저동 일대에 중규모 공공택지 대저지구(243만㎡)를 조성해 1만8천호의 주택을 공급하게 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부산 강서구 대저동 일대 전경. 송봉근 기자

24일 정부가 부산 강서구 대저동 일대에 중규모 공공택지 대저지구(243만㎡)를 조성해 1만8천호의 주택을 공급하게 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부산 강서구 대저동 일대 전경. 송봉근 기자

청주 산업단지 마을은 벌집으로 누더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경남경찰청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고 11일 밝혔다. 수사팀은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의 내부정보 부정 이용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 같은 날 부산시는 감사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자체조사단을 구성해 강서구 대저1동 연구개발특구(176만3000㎡, 일명 첨단복합지구)와 공공택지(242만6000㎡), 그 주변 등 일대 11.67㎢를 대상으로 공무원 등의 투기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확인하면 지난 2월 대저1동의 토지거래는 총 92건으로 지난해 12월, 지난 1월 40건, 지난해 월평균 31건보다 많아졌다. 또 수년 전 3.3㎡당 60만~70만원 하던 논·밭이 지금은 150만~200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충북 청주시 청원구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 예정지에는 '벌집'이라 불리는 흰색 조립식 주택이 곳곳에 들어서 있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일대에 지은 조립식 주택은 50여채쯤 된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집은 거실 겸 주방과 방 1개 등의 구조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6월 충북도의회가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승인하자마자 이런 형태의 집이 들어섰다”고 했다.
 
주민 이모(71)씨는 “개발 계획을 입수한 외지인들이 벌집을 짓는 바람에 동네가 누더기가 됐다”며 “보상금을 노린 계획적 투기행위 같다”고 말했다.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가 조성될 충북 청주시 청원구 정상마을에 벌집으로 불리는 조립식 주택이 들어섰다. 최종권 기자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가 조성될 충북 청주시 청원구 정상마을에 벌집으로 불리는 조립식 주택이 들어섰다. 최종권 기자

충북개발공사는 정상마을을 포함한 이 일대 189만1574㎡(57만평) 부지에 2028년까지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8540억원에 달한다.
 
넥스트폴리스가 들어설 청주시 청원구 정상·정하·정북·사천동 일원은 한해 건축허가가 10여건에 불과할 정도로 외진 마을이었다. 하지만 산단 계획이 알려진 지난해 초부터 청주시가 개발행위 허가를 제한한 그해 8월 22일까지 200건으로 20배 정도 폭증했다.
 
충북개발공사는 정상마을에 지은 다수의 벌집이 지난해 6월 도의회 사업승인 시점부터 개발행위 제한 조처가 있던 8월까지 집중적으로 건축 허가를 낸 뒤 지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는 이달 말 지구지정과 개발계획 고시를 남겨놓고 있다. 충북개발공사 관계자는 “사업지구 확정 전 지은 건축물 등은 검증 과정을 거쳐 보상이 이뤄진다”며 “3월말 개발계획이 확정되면 편입 지구와 이주자 조사를 통해 정확한 보상 금액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을에는 빼곡히 심은 나무밭도 여럿 보였다. 수령은 오래됐으나 가지를 자른 대추나무, 박달나무, 소나무가 있었다. 마을 한복 판에 있는 논에도 흙을 덮은 뒤 4~5m 길이 나무가 촘촘히 심겨 있었다. 한 주민은 “지난해 8월께 산과 밭을 임차한 뒤 마구잡이로 나무를 심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보상을 노리고 심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정상마을에 논에 빼곡히 심은 나무. 최종권 기자

충북 청주시 청원구 정상마을에 논에 빼곡히 심은 나무. 최종권 기자

세종시, 국가산업단지 투기 조사 착수 

충북도는 넥스트폴리스를 포함한 오송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1020만㎡), 음성 맹동·인곡 산업단지(171만㎡) 개발과 관련한 투기행위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대상은 넥스트폴리스와 음성 인곡산단 개발을 맡아 진행하는 충북개발공사 임직원(76명)과 오송3산단 조성 사업 관련 부서인 충북도청 바이오산업국(47명)과 경제통상국(100명) 소속 공무원이다.  
 
LH 직원의 경기 광명·시흥 발(發) 땅 투기 의혹이 확산하자 전국 자치단체와 경찰이 개발예정지 주변 수상한 토지거래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공기업 임직원과 공무원은 물론 이들의 가족, 친인척 등의 투기성 매입 여부를 살펴볼 방침이다.
 
세종시는 11일 연서면 와촌리 일대에 조성 예정인 스마트 국가산업단지에 조립식 주택(벌집)을 짓는 등 투기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이날 “부동산 투기 특별조사반을 꾸려 세종시 모든 공무원을 조사하겠다”며 “스마트 산업단지 업무 담당자는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까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세종경찰청도 세종시로부터 2018년 3월부터 9월까지의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 토지 소유주 변동 관계, 토지 거래 허가 신청 내용 등 관련 자료를 받아 들여다보고 있다.
 
세종시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에 지어진 조립식 주택.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에 지어진 조립식 주택. 프리랜서 김성태

 
대구와 경북경찰청도 이날 부동산 투기 사범 전담 수사팀을 편성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의 부동산 내부 정보 부정 이용, 개발예정지역 농지 부정 취득, 토지 불법 형질변경 등 보상 이익을 노린 투기, 허위거래 신고 후 취소, 담합을 통한 시세조작, 불법 전매, 차명거래, 미등기 전매, 불법 중개 등을 수사한다.
 
10일 대구 수성구 연호동 연호공공택지지구 인근에 붙은 토지보상 갈등 관련 현수막. 김정석 기자

10일 대구 수성구 연호동 연호공공택지지구 인근에 붙은 토지보상 갈등 관련 현수막. 김정석 기자

대구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구 연호지구 개발사업과 관련한 의혹의 진상과 책임 규명을 위해 LH 직원들의 사전 정보 유출과 투기 의혹뿐만 아니라 부실보상 의혹, 환경영향평가 논란 등 사업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 연호지구는 2018년 5월 사업 지구 지정 직전인 2017년 토지거래가 갑자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북부경찰청은 '3기 신도시 예정지' 중 하나인 고양 창릉지구 등에 대한 부동산 투기를 수사하기 위한 전담팀을 편성했다. 수사 진행 과정에서 필요하면 의정부세무서와 경기북부경찰 범죄수익추적팀 직원들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경기남부경찰청도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를 편성했다.   
 
인천경찰청은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를 구성해 2018년 12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계양 테크노밸리 예정지와 인접지역의 토지거래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분석 대상은 2013년 이후 계양구 병방·동양·귤현·박촌·상야동의 토지 거래 900여건이며, 관련 매매자는 800여명에 이른다.
  
 
 
세종·김해·청주·부산=김방현·최종권·황선윤·이은지·김윤호·김정석 기자, 전익진·채혜선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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