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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4000명 뒤졌는데 새로 찾은 건 7명…“선거 앞 겉핥기쇼”

중앙일보 2021.03.12 00:02 종합 3면 지면보기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으로 입장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으로 입장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빈수레만 요란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투기 여부를 조사한 정부 합동조사단(합조단)이 11일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전 직원 1만4000여 명 중 투기 의심자는 20명이었다. 참여연대 등이 폭로한 13명에서 고작 7명 늘어난 수준이었다. 당장 온라인 등에선  “국민을 바보로 아느냐” "겉핥기 쇼”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등 반발 여론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합조단, 일주일 만에 1차조사 발표
정세균 “변창흠 때 11명” 책임론
민변이 발표한 13명 합쳐 20명
가족 등 10만 명 2차조사 들어가
“차명 밝히는 게 수사 성패 좌우”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에서 제기한 투기 의심 사례를 포함해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2일 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3기 신도시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을 폭로하면서 관련자가 13명에 이른다고 했다.
 
정부가 합조단을 꾸린 건 지난 4일이다. 조사 일주일 만에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LH 직원 1만여 명과 국토교통부 공무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2013년 12월부터 현재까지 광명·시흥, 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 6곳과 안산 장상 등 100만㎡ 이상 대규모 택지 2곳의 토지를 거래했는지 살폈다. 이번에 적발된 20명은 모두 LH 직원이다.
 
야당·언론 제기한 의혹에 한참 못미쳐
 
지역별로는 광명·시흥이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양시 창릉 2명, 남양주시 왕숙, 과천시 과천, 하남시 교산 각 1명이었다. 직급별로는 부장급인 2급은 3명, 차장급 3급은 9명, 과장·대리에 해당하는 4급은 6명, 그 이하 직급은 2명이었다. 1명이 최대 8개 필지를 매입하는 등 두 필지 이상을 사들인 사람은 6명이었다. LH 직원과 지인이 공동으로 매입한 사례도 있었는데, 특히 직원 4명을 포함한 22명이 시흥시 과림동의 1개 필지를 공동 매입하기도 했다. 투기 의심 사례는 대부분 3기 신도시 지구 지정 공고일(2018년 12월) 이전 2년에 집중됐다.
 
3기 신도시 토지거래 정부합동조사단 1차 조사결과

3기 신도시 토지거래 정부합동조사단 1차 조사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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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합조단의 발표는 여태 야당과 언론 등이 제기한 투기 의혹 사례에 비해 생생함과 규모 등에서 한참 뒤처진다는 평가다. 최근에도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실은 201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경기도 광명·시흥시 7개 동 일대 토지 실거래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LH 직원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이는 74명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합조단 조사는 국토부·LH 직원 본인 명의의 토지 거래 기록만 살펴봤을 뿐 배우자나 가족 명의의 거래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4·7 재·보선을 앞두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정부가 내실 없는 조사를 서둘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돈 되는 땅, 돈흐름 대대적으로 뒤져야”
 
처음 땅 투기 의혹을 폭로했던 민변·참여연대는 이날 “예견됐던 대로 LH 공사와 국토부 직원 명단과 해당 지역의 토지거래 내역, 등기부등본 등을 대조하는 조사 방식은 아주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사람 이름 갖고 전수조사해 봤자 차명으로 빠져나간 진짜 투기는 알 수도 없다. 돈 되는 땅과 돈의 흐름을 즉각 대대적으로 뒤져야 한다”며 “의미 없는 쇼로 투기범들의 증거를 없앨 시간만 벌어주는 짓은 제발 그만 하라”고 썼다.
 
결국 수사가 빠진 정부 조사의 한계만 더 노출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은 합조단 브리핑이 끝난 직후 오후 3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국가수사본부를 찾아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주축인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는 20명의 금융거래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수본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의 성패는 차명거래를 밝혀내는 데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 총리도 “이번 조사 결과는 시작일 뿐이다. 정부는 모든 의심과 의혹에 대해 이 잡 듯 샅샅이 뒤져 티끌만 한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2차 조사도 들어간다. 대상은 ▶국토부·LH 직원의 가족 ▶신도시가 위치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직원(6000여 명)과 지방 공기업 직원 직원(3000여 명) 및 그 가족이다. 10만여 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특히 정 총리는 차가운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발본색원” “LH를 해체 수준으로 환골탈태하겠다” 등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수위의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투기 의심자 20명 중 11명이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LH 사장 재직 시(2019년 4월~지난해 12월)에 일어난 일이라며 “투기 의혹과 관련해 변 장관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적 걱정을 잘 안다.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는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총리가 ‘범죄’ ‘전쟁’ 등의 강한 어조를 사용한 뒤 변 장관의 거취를 직접 언급했다”며 “발표 직전까지 총리실은 청와대와 발표 내용을 비롯해 변 장관의 거취에 대한 언급 수위를 놓고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 변 장관의 책임론 역시 청와대와의 교감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윤성민·이가람·권혜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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