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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등 차명조사 없이 "투기의심 20명"…野 "의미없는 쇼"

중앙일보 2021.03.11 18:27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중 본인 명의로 3기 신도시 토지를 매입한 직원이 전체 20명으로 조사됐다고 정부가 11일 밝혔다. 다만 개인정보 이용·수집 동의를 늦게 한 직원 조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최대 46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야당은 “배우자의 거래도 조사하지 않은 ‘무늬만 조사’”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에서 제기한 투기 의심사례를 포함해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2일 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3기 신도시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을 폭로했고, 실제 13명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정부 조사에서 이들외에 7명이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투기 의심자 20명 중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LH 사장 재직 시(2019년 4월~지난해 12월) 3기 신도시 등에 토지를 산 사람은 11명으로 확인됐다. 정 총리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 변 장관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어떠한 조치가 필요할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변 장관 경질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4일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을 꾸리고 LH 직원 1만여명과 국토교통부 공무원 4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합조단은 LH·국토부 직원들이 2013년 12월부터 현재까지 광명시흥, 고양창릉 등 3기 신도시 6곳과 안산장상 등 100만㎡ 이상 대규모 택지 2곳의 토지를 거래했는지 살폈다. 이번 조사에서 국토부 공무원 본인 명의의 투기 의심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오후 정부합동조사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의혹 1차 조사결과 발표에서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사태와 관련해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말하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당초 계획했던 공공주택 공급은 차질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 광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 모습.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오후 정부합동조사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의혹 1차 조사결과 발표에서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사태와 관련해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말하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당초 계획했던 공공주택 공급은 차질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 광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 모습. 연합뉴스

합조단은 20명 중 15명이 광명시흥 토지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부장급인 2급은 3명, 차장급인 3급은 9명, 과장·대리에 해당하는 4급은 6명, 그 이하 직급은 2명이었다. 1명이 최대 8필지의 토지를 매입한 경우도 있었다. 2필지 이상 매입한 직원은 6명이었다.
 
합조단은 LH·국토부 직원들로부터 개인정보 이용·수집 동의서를 받아 이들의 신원과 부동산 거래시스템 기록 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까지 마지막 1명이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지만, 정 총리의 발표 직전 제출했다. 하지만 합조단은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다가 늦게 낸 26명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지 못한 채 결과 발표를 했다. 최종 조사를 마치면 투기 의심자 숫자는 최대 46명까지 늘 수 있다.  
국토교통부 감사실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관련자들의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들어서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합동조사단 1차 조사 결과 제3기 신도시 관련 투기의심자는 국토교통부와 LH직원 등 20명이라고 밝혔다. 뉴스1

국토교통부 감사실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관련자들의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들어서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합동조사단 1차 조사 결과 제3기 신도시 관련 투기의심자는 국토교통부와 LH직원 등 20명이라고 밝혔다. 뉴스1

 
합조단은 투기 의심자 20명을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다. 합수본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주도로 강제 수사권을 가지고 LH 직원 등의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곳이다. 합조단은 또 3기 신도시 개발지구와 인접 지역에 주택을 보유한 144명(국토부 25명, LH 119명)에 대한 자료도 합수본에 수사에 참고하라고 보낼 예정이다. 향후 보상을 받기 위한 토지 매입은 아니지만 주택 매입도 투기성이 있는지 판단해달라는 취지다.
 
이번 조사는 일주일만에 이뤄진 만큼 한계가 있었다. 국토부·LH 직원 본인 명의의 토지 거래 기록만 살펴봤을 뿐 배우자나 가족 명의의 거래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LH·국토부 직원이 본인 명의로 부동산 투자를 하겠냐. 차명 거래를 수사하지 않는 이상 큰 의미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4·7 재·보선을 앞두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정부가 내실없는 조사를 서둘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합조단은 앞으로 인천·경기와 기초지자체 8곳의 공무원, 지방공기업 직원에 대한 조사를 한다. 국토부·LH 직원 등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대한 조사는 합수본이 진행한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박종근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박종근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람 이름 갖고 전수조사해봤자 차명으로 빠져나간 진짜 투기는 알수도 없다. ‘돈되는 땅과 돈의 흐름’을 즉각 대대적으로 뒤져야 한다고 수없이 지적되지 않았냐”며 “의미없는 쇼로 투기범들 증거없앨 시간만 벌어주는 짓은 제발 그만 하라”고 썼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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