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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뭉갰던 '이해충돌법'…LH사태 터지자 다시 찾는 민주당

중앙일보 2021.03.11 10:30
8년간 외면한 ‘이해충돌방지법’은 신줏단지가 됐고, “시대적 사명”이라던 ‘검찰개혁 시즌2’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됐다. 
4ㆍ7 재ㆍ보궐 선거를 앞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상 등 대형 악재에 부닥친 여권 내 풍경 변화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간담회에서 LH 사태와 관련, “공직자가 아예 오이밭에서 신발을 만지지 않도록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제도까지도 공감대를 넓혀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공정하고 청렴한 공직사회가 제도적으로 뿌리내리도록 개혁하겠다”고 답했다.  
 
실제 민주당은 LH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후인 지난 9일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김태년 원내대표), “현재 정무위에 계류된 이해충돌방지법 통과에 적극 나서겠다”(민주당 정무위원회 위원 일동)며 이해충돌방지법을 당 중점 추진 법안으로 띄우고 있다.
 
이 법안은 국회의원 등 공직자를 대상으로 ▶직무 관련자에 대한 사적 이해관계 신고 및 회피 ▶이해관계자 기피 의무 부여 ▶직무상 비밀 이용한 재산상 이익 취득 금지 규정 등을 담고 있다. 문자 그대로 직무 관련성과 관련한 이해 충돌을 예방하는 법이어서, 법이 시행됐다면 신도시 사업과 관련 있는 LH 직원의 신도시 투기 자체를 막을 수도 있었다.     
 
이 법안은 벌써 8년째 국회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13년부터 권익위가 추진했지만, 국회의원까지 제약하는 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적이 없다. 이해충돌방지법 통과 분위기가 가장 무르익었던 2015년 김영란법 논의 때도 마찬가지다. 김영란법의 원래 이름이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다. 하지만 “이해충돌은 그 적용 범위가 너무 넓어 개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도 행위를 제약할 수 있다”(김기식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는 취지의 반대 의견에 막혀 결국 통째로 빠졌다. 
 
통과 직후 '반쪽 법안'이란 논란이 일자,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해충돌방지 부분은 향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분리 논의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제대로 논의된 적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인 2019년에도 권익위는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출했고, 지난해에도 다시 일부 조항을 수정해 또 제출했다. 이 안은 “적용 대상이 ‘공직자’(180만여명)로 명확하고 ‘직무 관련성’ 범위도 구체적”(국회 정무위 수석위원 검토보고서)이란 평을 받았지만, 지난 2월 임시국회 때까지 제대로 논의된 적은 없다.  
 
이와는 반대로 민주당이 중점 추진하던 검찰개혁 시즌2는 당내 관심도가 크게 낮아졌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10일 공개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위 핵심 추진 법안인 중대범죄수사청법과 관련, “국민적 공감대가 무르익기 전에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윤 전 총장) 사퇴 빌미를 준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곤 “‘보수 친(親)검찰 언론’들이 그것을 우리 당의 당론, 특위의 정리된 안으로 간주하고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대구고등검찰청을 방문 일정을 마치고 청사를 나오는 모습. 이날 윤 총장은 청사 앞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진행 중인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더불어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대구고등검찰청을 방문 일정을 마치고 청사를 나오는 모습. 이날 윤 총장은 청사 앞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진행 중인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더불어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뉴스1

 
윤 전 총장은 사퇴 명분으로 민주당 검개특위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을 지목했는데, 검수완박이란 게 특위 차원의 입장은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윤 의원은 지난해 12월 특위 운영계획 발표 기자간담회에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을 조속히 법제화하겠다”, “검찰이 기소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들도 주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뒤 동력이 크게 떨어진 분위기다.  특위 소속의 의원은 “일단 중수청법 발의가 늦어지는 건 불가피하다. 우리가 6월 입법을 밀어붙인다 한들, 당 지도부나 의원총회 논의도 거쳐야 해서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LH 사태 이후 검찰 수사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당내 목소리도 커져, 수사권 박탈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생겼다. 박용진 의원은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LH 사건과 관련 “쥐를 잡는데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가 무슨 소용”이냐며 검찰 수사를 주장했고, 5선 중진 이상민 의원도 다른 라디오에서 “(LH 사건에) 검찰을 수사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기계적이고 맹목적인 형식논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중요 사건엔 결국 검찰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검찰개혁 시즌2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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