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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꽃가루 심할 때 코로나19 감염률도 높아져"…31개국 분석

중앙일보 2021.03.11 09:00
꽃가루 [중앙포토]

꽃가루 [중앙포토]

봄철 꽃가루가 심할 때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도 더 잘 확산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꽃가루가 날릴 때는 사람 없는 한적한 곳에서도 마스크를 벗으면 곤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독일·미국 등 국제연구팀 논문
4일 전 노출 꽃가루 농도 중요
코로나 감염 10~30% 높일 수도

 
독일 뮌헨 공과대학과 핀란드 기상연구소, 미국 컬럼비아대학 등 국제연구팀은 지난 8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난해 3월 북반구 지역의 코로나 19 유행 시기가 나무 꽃가루 시즌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아시아와 유럽·북미·남미·호주 등 5개 대륙, 31개국 130개 지점에서 기상 관측 자료와 꽃가루 농도, 코로나 19 감염 데이터를 수집해 비교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서울과 터키 이스탄불 등이 연구 대상에 포함됐다.
 

꽃가루 상승하면 확진자도 급증 

지난 1월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중증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중증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뉴스1

연구팀은 논문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각국에서 급격하게 치솟기 시작한 것과 4일 전까지의 누적 꽃가루 농도가 통계적 상관관계가 뚜렷했다고 밝혔다.

각국에서 확진자가 치솟기 시작한 날의 중간값이 2020년 3월 13일이었고, 4일 전까지(3월 9일까지의) 누적 꽃가루 농도가 ㎥당 1201개로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특히, 인구 밀도가 높고 꽃가루 농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코로나 19 전파가 잘 퍼졌지만, 인구밀도가 낮은 곳에서도 꽃가루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일부 독일 도시에서는 꽃가루 농도가 하루 최대 500개/㎥를 기록했을 때 감염률이 20% 이상 증가한 사례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공기 중 꽃가루 농도가 기온·습도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코로나 19 감염률 변동성의 44%를 설명한다고 강조했다.
 
봉쇄(lockdwon)가 해제된 기간에는 ㎥당 꽃가루 개수가 100개 증가할 때마다 코로나 19 감염률이 평균 4%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봉쇄가 진행된 지역에서는 비슷한 꽃가루 농도에서도 코로나 19 감염 수치는 봉쇄가 해제됐을 때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꽃가루가 면역반응 약화해

충북 대청호 소나무숲에 송홧가루 등 뿌연 꽃가루가 날리고 있다. 중앙포토

충북 대청호 소나무숲에 송홧가루 등 뿌연 꽃가루가 날리고 있다. 중앙포토

연구팀은 꽃가루와 코로나 19 감염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데 대해 공기 중 꽃가루가 인체 면역 반응을 약화하기때문으로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공기 중의 꽃가루 농도가 높으면 항바이러스 인터페론 반응을 감소시켜 계절성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약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데 필요한 유익한 염증 반응도 꽃가루 탓에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꽃가루가 면역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근거로 취학 연령의 아동이 오존·바이러스·꽃가루 등 여러 계절적 환경요인에 동시 노출됐을 때 천식이 악화한다는 한국의 차의과대학 연구 논문(2019년)을 제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면역반응과 관련성 때문에 꽃가루 노출과 코로나 19 감염률 사이에 평균 4일가량 지연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꽃가루가 코로나 19 감염의 진행을 조절하는 요인으로서 감염률을 10~30% 높일 수도 있다"며 "마스크 착용하면 꽃가루도 피하고, 코로나 19 바이러스도 막을 수 있는 만큼 꽃가루 심한 계절에는 마스크 착용에 신경 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다만, 꽃가루가 바이러스 입자의 운반체라는 증거는 없고, 사람 간 접촉 자체가 없으면 코로나 19가 전파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꽃가루가 코로나 19 막아준다 주장도

코로나19 바이러스

코로나19 바이러스

네덜란드 에라스뮈스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지난해 6월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medRxiv)에 발표한 논문에서 "가을이 와서 꽃가루 농도가 줄면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확산할 것"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네덜란드 연구팀은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키는 꽃가루가 바이러스가 감염하는 사람의 코 부위를 먼저 차지하는 바람에 독감이나 코로나 19 등의 감염이 줄어드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꽃가루의 경우는 인체 면역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가질 수 있고, 아울러 꽃가루 자체가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특성도 가질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했다.
 
네덜란드 연구팀은 코로나 19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분석 없이 독감 진료 횟수와 건초열(꽃가루 알레르기) 검진 횟수가 반비례한다는 사실로만 유추했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로서는 꽃가루가 코로나19 전파를 부치긴다는 독일 연구팀에 신뢰를 부여할 수밖에 없지만, 독일 연구팀도 인정했듯이 곰팡이 포자 등 다른 입자, 기상 요인들, 대기 오염물질 등과 코로나 19 감염률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해 추가 연구가 필요한 셈이다.
 

꽃가루 계절 시작됐다 

제주도 한라산 둘레길 천아숲길의 삼나무군락지. 삼나무는 쌀알 크기의 꽃 한 개에서 약 1만3000개의 꽃가루를 생산한다. 중앙포토

제주도 한라산 둘레길 천아숲길의 삼나무군락지. 삼나무는 쌀알 크기의 꽃 한 개에서 약 1만3000개의 꽃가루를 생산한다. 중앙포토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꽃가루에 대한 주의는 필요하다.
 
제주대 환경보건센터는 지난 9일 봄철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삼나무 꽃가루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봄철에 발생하는 삼나무 꽃가루는 항원성이 강해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센터는 삼나무 꽃가루 농도가 이달 최고치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음 달 초까지 삼나무 꽃가루가 계속해서 날릴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국립생물자원관이 내놓은 꽃가루 달력에 따르면 소나무류·단풍나무류·가래나무류·참나무류는 3~6월에 걸쳐, 질경이류·명아주류 같은 초본은 6~9월에, 쑥류·돼지풀류는 7~11월에 걸쳐 꽃가루를 내보내고 있다.
 
월별로는 오리나무는 2월부터, 삼나무·측백나무 등 9종이 3~4월에 걸쳐서 꽃가루를 내보내고, 은행나무·향나무·느릅나무 등 5종은 4월에 꽃가루를 내보낸다.
소나무·신갈나무·버즘나무 등 21종은 4~5월에 걸쳐서, 5월에는 가래나무와 리기다소나무 등 2종이, 5~6월에는 사스래나무가 꽃가루를 배출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코로나 19
#covid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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