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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당연시, 암묵적 화장 요구" 女 10명 중 7명 "사회 불평등"

중앙일보 2021.03.11 08:36
청년 여성(19~34세) 10명 중 7명은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인식은 20대 초반에서 가장 높았다. 여성 40%는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답했다. 
 
여성가족부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성차별과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성차별과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가부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지난해 5~12월 15~39세 청소년과 청년 1만101명을 대상으로 생애 과정에서의 성차별 관행과 성희롱 피해 경험, 결혼·출산 등에 대해 조사한 뒤, 19~34세 청년층 6570명으로 좁혀 중점 분석했다.
 
대체로 청년층은 동등한 교육과 미래에 대한 기대 속에서 성장했지만, 가족과 학교, 직장에서 보이지 않는 성차별 관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직원이 주로 다과 준비”에 女 절반 ‘그렇다’

 
형제자매가 있는 청년에게 부모가 아들보다 딸에게 집안일을 더 많이 하게 하거나 제사나 명절 때 딸이 음식 준비나 상차림 돕는 걸 당연시했는지 물었더니 여성 절반 이상은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에게 같은 질문을 했는데 10명 중 3명가량만 그렇다고 답해 인식에서 차이가 있었다.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같은 집에서 자라났다고 하더라도 남성 같은 경우는 30% 정도만 인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창시절 운동하는 시간을 남학생에게 더 많이 줬다는 응답이 남녀 모두 35% 수준으로 나왔다. 남녀 10명 중 8명(80%) 이상은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을 할 때 남학생에게 더 많이 시켰다고 답했다. 여성 절반 이상(52.2%)은 아르바이트할 때 화장이나 여성스러운 옷차림, 말투, 행동 등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반면 남성은 36.8%만이 남자답게 행동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답했다. 
 
직장에서도 이런 경험의 차이가 나타났다. ‘우리 회사는 여직원이 주로 다과와 음료를 준비한다’는 질문에 여성의 51.8%, 남성의 29.6%가 그렇다고 답했다. 여성 10명 중 3명가량(27.1%)은 ‘우리 회사에서는 여직원에게 암묵적으로 화장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답했다. 직장에서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17.8%)은 남성(5.7%)의 3배 수준이었다. 이런 영향 등으로 여성 10명 중 7명(74.6%)은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인식은 20대 초반(19~24세)에서 77.0%로 나타나 가장 높았다. 25~29세 74.9%, 30~34세 71.5% 였다. 
 
마경희 실장은 “20대 초반에 대학생이 많이 포함돼 있다. 페미니즘과 젠더 이슈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고, 이해에서의 차이도 크게 나타나고 있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은 18.6%만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여겼다. 남성 중 절반 이상(51.7%)도 남성에게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여성은 이렇게 느끼는 비율이 7.7%에 불과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 자료 여성가족부

코로나19로 인한 변화. 자료 여성가족부

‘돌봄 부담’ 탓 女 40% “아이 안 갖겠다”

이런 영향인지 결혼과 출산에 대해서도 남녀 인식 격차가 확인됐다. 남녀 모두 절반(여성 57.4%, 남성 51.9%) 이상이 결혼에 유보적 태도를 보인 가운데 여성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3.9%로 남성(11.0%)의 두 배 수준이었다. 이유로는 굳이 결혼할 이유가 없어서(26.3%), 전통적 가족 문화나 가족 관계의 부담(24.6%) 등을 꼽았다. 출산에 대해서도 남녀 모두 40% 내외로 “아직 결정 못 했다”고 응답했으며, “갖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은 여성(41.4%)이 남성(22.2%)보다 높았다. 출산을 망설이거나 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로 남성(46.1%)은 자녀 양육 등의 비용 부담을 1순위로 꼽았고 여성은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다거나(31.7%) 자녀에게 매여 살고 싶지 않다(15.5%) 등 돌봄 부담이 커서라고 답했다. 
 
김종미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청년들은 가정, 학교, 직장 등에서 직·간접적인 성차별·성희롱 피해 경험을 겪었고 이런 결과로 성 평등, 결혼, 출산에 대한 성별 인식 차이가 발생하게 됐다”고 지적하면서 “성 평등 노동시장 조성, 여성 일자리 기반 강화와 함께 성 평등을 위한 교육 및 캠페인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지난 1년간 극단선택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청년은 여성 32.8%, 남성 19.4%로 조사됐다. 중앙포토

코로나 영향으로 지난 1년간 극단선택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청년은 여성 32.8%, 남성 19.4%로 조사됐다. 중앙포토

한편 남녀 모두 절반 이상(여성 56.6%, 남성 52.0%)이 코로나 이후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답해 타격을 체감하고 있었다. 여성의 45.7%가 우울감, 무력감, 절망감을 자주 느낀다고 응답했고, 12.7%는 극단선택 충동이 늘었다고 했다. 남성은 여성보다 어려움이 덜했지만, 남성도 각각 31.4%, 8.7%로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19~34세 청년 중 지난 1년간 극단선택 충동을 느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는 응답은 여성 32.8%, 남성 19.4%로 나왔다. 마경희 실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조사가 됐다. 상당 기간 코로나 시기를 끼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의 효과로 이렇게 충동을 느낀 경험이 있는 청년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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