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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존의 문화산책] 주식 단타 매매 즐기는 한국 친구들

중앙일보 2021.03.11 00:23 종합 23면 지면보기
에바 존 한국프랑스학교 사서

에바 존 한국프랑스학교 사서

“위기를 기회로.” 이 문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식 단타 매매에 열광하는 새로운 현상을 요약하는 말이다. 인터넷 접속은 그 어느 때보다도 원활하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남과 함께 경제적·재정적 불안감도 커지자 사람들은 재산 증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냈다. 바로 온라인 주식 매매다. 주식 단타 매매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수시로 주식시장을 확인하고 잘 알려진 기술·산업 주(株)를 사들이고, 점차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도 투자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마스크 제조사, 제약회사 주식도 유망종목으로 부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9월 한국에서 단타 매매된 주식이 시가총액의 90%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주식·암호화폐 투자 급증
한국인, 신기술·유행 빨라
‘더 매매하고 더 벌자’ 풍조
도박중독 아닌지 경계해야

주식 단타 매매는 신문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필자의 주변에도 최근에 단타 매매에 빠졌다고 털어놓는 지인들이 있다.
 
지난 학기 필자가 맡은 수업에서는 자신의 단타 매매 경험에 대해 발표한 학생도 있었다. 그 학생은 농담조로 “돈을 벌어 보려고 끈질기게 노력했는데 계속 틀린 결정을 하고 주식을 잘못 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출현 직전에 매입한 항공사 주식이 바이러스 확산 이후 급락하는 식이었다. 그 학생은 웃으면서 “주식은 내게 맞지 않는 것 같다”고 결론 내렸다.
 
또 다른 지인의 사례는 서울에 사는 40대 친구다. 최근 주식 투자에 부쩍 관심이 생겨 열광적으로 빠져들었다. 코로나19로 근무환경이 바뀌어 여유 시간이 생겼고, 그 시간에 주식 매매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친구는 독학으로 주식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갖추었고, 점점 단타 매매에 능숙해지면서 짜릿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단타 매매가 매우 흥미진진하며 심지어 중독적인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주식 거래에도 손을 댔었는데 시차 때문에 너무 힘들어 포기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또한 테슬라나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몹시 후회하고 있다. 이번 달 한국에서의 암호화폐 거래자 수가 두 번째 폭등을 보였다. 한국의 2대 주요 암호화폐 앱 이용자 수는 석 달 만에 세 배로 증가했다.요즘 지하철이나 식당에서 휴대전화로 주식시장 동향을 살펴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드문 풍경이 아니다.
 
문화산책 3/11

문화산책 3/11

물론 이런 경향은 작년부터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현상이다. 그런데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정도가 더욱 심한 듯하다. 왜 그럴까? 암호화폐의 경우, 국경이 없는 투자라는 사실 때문에 남한이 북한의 이웃에 위치한다는 특수한 위험을 상쇄시킨다. 또한 한국인들은 전자 소액 결제에 거의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 온라인 결제에 있어 극히 신중한 프랑스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오래전부터 소액결제 시스템을 사용해 왔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신기술이나 유행에 빨리 적응하는, 얼리어답터의 경향이 있다.
 
얼리어답터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주식 투자로 1만3000 달러를 벌었다는 12세 한국인 소년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이 소년의 꿈은 워런 버핏 같은 투자자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해당 기사에서 소년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굳이 대학 학위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발언도 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주식 매매를 성공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보고 있다.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주식 단타 매매는 새로운 희망을 낳는다. 경제는 이미 코로나19의 타격을 입었고 청년 실업률은 10%에 달하며 부동산 시세는 하락할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취업이나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아직 서른도 채 되지 않은 청년들이 주저없이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다.
 
2007년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은 “더 일하고 더 벌자” 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어려운 경제적 여건에 처한 현대 한국인들에게 이런 발상은 별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하다. 오늘날 한국의 풍조를 묘사하자면 ‘더 매매하고 더 벌자’ 정도가 아닐까.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필자는 아직 주식 단타 매매를 해 본 적이 없다. 천성적으로 위기를 싫어하는 성향 때문인 듯하다. 또한 필자는 이미 스크린을 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단타 매매를 할 경우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스크린에 쏟게 될지 두렵기도 하다. 물론 주변에서 새로운 유행이 퍼지다 보니 호기심이 일기는 했다. 쉽게 돈을 벌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쯤에서 도박 중독을 경계해야 한다. 로이터통신은 도박 중독을 호소하는 단타 매매자들의 숫자가 작년에 3배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주식에 빠진 필자의 친구도 이러한 위험을 감지하고 있지만, 이런 위기의식이 주식 매매를 억제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예전에 필자는 프랑스 매체 특파원으로 활동할 때 한국의 컴퓨터 중독 클리닉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자정 이후 온라인 게임 이용을 금하는 ‘셧다운제’를 제정했다. 셧다운제는 미성년자를 규제하는 법이었다. 그러나 앞으론 주식 단타 매매에 빠진 성인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필요하게 되지는 않을까.
 
에바 존 한국프랑스학교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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