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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방위비분담금 1조1833억…작년 동결 감안 13.9% 인상

중앙일보 2021.03.11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올해 방위비 분담금은 지난해보다 13.9% 인상된 1조1833억원으로 결정됐다. 사진은 지난 8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 차량. [뉴스1]

올해 방위비 분담금은 지난해보다 13.9% 인상된 1조1833억원으로 결정됐다. 사진은 지난 8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 차량. [뉴스1]

정부는 올해 한·미 방위비 분담금으로 2019년보다 13.9% 증액된 1조1833억원을 지불한다. 또 2025년까지 매년 국방예산 증가율에 따라 분담금을 증액하기로 했다. 지난해 발표한 2021~2025 국방 중기계획을 반영할 경우 2025년 방위비 분담금은 약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한·미 간 미합의로 협정 공백 상태였던 지난해 분담금은 2019년 수준(1조389억원)으로 동결됐다.
 

트럼프 때 우리 측 최종안과 비슷
미군 작전비 등 요구는 수용 안 해

국방비 상승과 연동, 연 6.1% 예상
“국방비 늘면 방위비 줄여야하는데”

정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의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내용을 공개했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번 합의를 통해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왜 13.9%인가=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효과가 작용했다. 정부는 2019년 9월 시작된 11차 SMA 협상에서 ‘첫해 13.6% 인상+마지막 해 13억 달러(약 1조5900억원) 인상’을 최종안으로 제안했고, 미측 실무진은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해 13억 달러를 요구하면서 합의는 무산됐다. 이번에 합의한 13.9% 인상은 정부의 당시 최종 제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실무선에서 합의한 수준이 있는 만큼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갑자기 낮추긴 힘들었을 것”이라며 “트럼프 효과로 바이든 행정부가 덕을 봤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인상률 13.9%는 역대급이다. 이는 2002년 5차 협정의 25.7%(급격한 원화 절하 반영)와 1994년 2차 협정 때 18.2% 증액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리한 요구를 했던 걸 고려하더라도 그야말로 역대급 인상이다. 심지어 주한미군에 지급한 분담금 중 아직 쓰지 못해 이월한 분담금도 많다”고 지적했다.
 
◆연간 증가율도 역대급=2025년까지 유효한 다년 협정을 맺은 것은 한국 측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문제는 연간 증가율을 국방예산 증가율에 연동하는 바람에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협상팀은 지난 10차 SMA 협상에서 매년 7% 인상을 요구했다. 9차 SMA 협정에선 매년 전전년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방위비를 인상하되, 인상률이 4%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한국 측이 당시 협상에서 이전 인상률의 두 배 가까이 되는 7%는 너무 높다고 반박한 근거다.
 
그런데 이번엔 물가상승률이 아닌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하도록 합의했다. 2021~2025 국방 중기계획에 따르면 매년 국방예산 증가율은 평균 6.1%다. 결국 7%보다는 낮지만 6.1%라는 높은 인상률을 수용한 셈이다.
 
이에 따라 2025년 방위비 분담금은 약 1조4896억원이 될 전망이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협상에서 요구했던 13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정은보 협상대사는 “국방비 증가율은 우리 재정 능력과 국방력을 반영하고 국회 심의를 통해 확정되면 국민 누구나 확인 가능하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비 느는데 늘어나는 분담금=국방비 증가는 한국의 자체 방위력이 강화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도 같이 늘어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안보 자립도를 올리기 위해 국방예산을 늘리면 자동적으로 분담금도 올라가 버리는 꼴이 된다”고,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상호 보완적인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금을 연동시키는 건 모순”이라고 각각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가 미국의 과도한 분담금 증액 요구에 맞서 국방예산 증액을 방어논리로 써 왔다는 점에서도 모순된다. 2019년 9월 한·미 정상회담 후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국방예산과 미국산 무기 구매 증가, 방위비 분담금의 꾸준한 증가 등 동맹과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 기여해 온 내역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이번에 상한선도 없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물가상승률은 변동성이 커서 상한선을 뒀는데 국방비 증가율은 예측력이 있기 때문에 따로 상한선을 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외교가 안팎에선 정부가 현재 리뷰 중인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우리 측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미국 측에 양보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동맹의 입장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특성을 감안할 때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토대로 협상에 임한 점은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군의 작전비와 한반도 외의 자산에 대한 정비 비용, 미국산 무기 구매 등을 요구했는데 이번 협정에 명시됐느냐’는 질문에 “협상 초반에 기존 분담금 항목(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을 벗어나 그런 부분까지 요구했으나 수용하지 않았다”면서 “이번엔 그와 관련한 이견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지혜·정진우·박현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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