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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국방비-방위비 동반상승…정부 "미군 안정적 주둔 중요"

중앙일보 2021.03.10 17:05
정부가 10일 발표한 11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은 국방비 증가율에 따라 매년 한국이 내야 할 방위비 분담금 총액도 올리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국방 예산 증가로 한국의 자체적인 방위력이 강화될수록 주한미군 주둔에 들어가는 돈도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결과를 브리핑하는 정은보 한‧미 방위비협상대사 [외교부]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결과를 브리핑하는 정은보 한‧미 방위비협상대사 [외교부]

한국이 국방비를 늘리고 자체 방위력을 키우는 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기반 마련과도 직결된다.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이에 따라 주한미군 주둔에 들어가는 방위비도 줄어들어야 맞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이 외부 위협에 대응하는 ‘안보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가정할 때 그 안에서 국방비가 늘면 방위비는 줄고, 국방비가 줄면 방위비가 늘어나는 구조가 논리에 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협정에 따르면 우리의 안보 자립도를 올리기 위해 국방 예산을 늘리면 자동적으로 방위비도 올라가버리는 꼴이 된다”고 비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금은 상호 보완적인 측면이 있는데, 이 둘을 연동시키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자 "동맹 위해 책임있게 기여해야" 강조
"국방비‧방위비 보완적...동시 증가 모순" 지적도

 
하지만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에 대해 “우리 군사력이 증가하면 군사적 측면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리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의 국력에 맞게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과 동맹에 책임있게 기여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방비 증가율을 연간 인상률과 연동하자는 제안은 한국이 한 것이라고도 소개했다. 또 방위비 분담금은 궁극적으로 한·미 동맹의 가장 큰 상징인 만큼 한국이 수용가능한 선에서 미국 요구에 맞춰 어느 정도는 인상해주면서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나 웰튼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와 함께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하는 모습 [뉴스1]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나 웰튼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와 함께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하는 모습 [뉴스1]

그러나 앞서 한국 정부는 국방 예산 확대를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증액 요구에 맞서 방어하는 논리로 써왔다. 예컨대 무기 구매는 국방 예산에 포함된다. 즉 국방 예산을 늘릴수록 한국이 연합 방위에 기여하는 게 된다. 이 때문에 방위비 분담금과 국방비 증가율을 연동하는 것은 그간의 미국 설득 논리와 상반된다는 지적이다.
2019년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2019년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다년 계약의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서 연간 분담금 인상률을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10차 SMA 때도 국방비 증가율을 반영, 8.2%를 인상한 전례가 있긴 하다. 하지만 당시는 1년짜리 협정이라 상황이 특수했다. 
타결 뒤 협상팀 소속 당국자도 “과거 기록을 봐도 협정 첫 해에는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을 봐가며 양측이 합의하는 인상률을 적용했기 때문에 이번에 물가상승률이 아니라 국방비를 적용한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오히려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미국대로 증액 논리가 있었기 때문에 협의 과정에서 결국 방위비도 국방 예산의 일부라는 차원에서 국방 예산 증가율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엔 첫해가 곧 협정 기간 전체인 이례적인 상황이라 이전과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는 취지였다. 실제 11차에도 국방비 증가율이 적용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국자는 “아니다. 그것은 그 때 상황을 봐서 또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동안 적용된 다년 협정이었던 9차 SMA의 경우 연간 인상률에 전전년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되 4%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설정했다. 이번에는 이 상한선도 없어졌다. 외교부는 “국방비 증가율은 우리의 재정 수준과 국방 능력을 반영하고, 우리 국회 심의를 통해 확정된다. 국민 누구나 명확하게 확인 가능한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 또한 '통계청이 발표하는 수치'라는 기준이 있어, 투명성이나 신뢰성 부분에서 국방비 증가율보다 부족한 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상한선을 두지 않은 데 대해 “물가 상승률은 변동성이 커서 상한선을 둔 것인데, 국방비 증가율은 예측력이 있기 때문에 따로 상한선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2020년 대비 13.9% 증가한 1조 1833억원이며, 2022년 분담금은 이보다 5.4% 증가한 1조 2471억원이다. 2023년부터의 분담금은 국방비 증가 추이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지난해 8월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에 따른 평균 국방비 증가율인 6.1%를 적용할 경우, 한국의 향후 방위비 분담금은 2023년 1조 3232억원, 2024년 1조 4039억원에 이어 협정 마지막해인 2025년에는 1조 4896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주장했던 ‘50% 인상’에 근접하는 수치다.
 
유지혜·정진우·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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