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순작업은 시급 1만5000원, 자격·경험 필요한 일은 8720원

중앙일보 2021.03.10 14:52
지난달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뉴스1

‘시급 1만5000원, 자격요건 없음’
‘시급 8720원, 자격요건 관련학과 전공자 또는 경력 2년 이상’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가 아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포함한 직접일자리 사업의 급여 조건이다. 그런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자리에는 1만5000원의 높은 급여를, 일정 수준을 요구하는 일자리에는 오히려 최저임금을 매겼다.
 
정부가 책정한 직접일자리 급여 단가에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추경안에서 1조1028억원 규모의 직접일자리 사업을 편성했다. 각 부처의 직접일자리 사업마다 최소 시급 8720원부터 최대 1만5000원까지 각각 받을 수 있는 급여가 다르다.
 
‘단기 알바’ 수준의 일자리가 가장 많은 시급을 받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별도의 자격요건이 없는 ‘지능정보산업인프라 조성’ 사업에 시급 1만5000원을 써냈다. 교육부의 ‘특수학교 방역 등 보조인력 한시 지원’도 자격요건이 없지만, 시급은 1만4000원이다.  
 
오히려 일정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하거나 비교적 업무가 복잡한 일자리에 최저시급(8720원)이 매겨진 경우가 많았다. 정보기술(IT) 관련 전공자나 관련 분야 경력 2년 이상을 요구하는 해양수산부의 ‘스마트 어촌지원’ 사업, 환경 분야 자격증 소지자 등이 지원할 수 있는 환경부의 ‘사업장 미세먼지 관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송영상콘텐트 제작지원’ 사업은 방송영상독립제작사(연 매출 10억원 이하)의 현역 PD·작가 등을 뽑으면서 시급 8720원을 책정했다.
 

예정처 “정부 일자리 급여, 적정성 검토해야“ 

예정처는 “업무의 난이도나 전문성에 비해 시급이 높다면 해당 사업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형평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난이도와 전문성에 비해 시급이 낮다면 해당 일자리 사업의 집행실적이 부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정 수준을 요구하는 일자리의 급여 단가가 비교적 단순한 작업을 하는 일자리의 시급과 동일한 경우가 있어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직접일자리 사업이 민간 일자리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정처 분석 결과 대부분의 직접일자리 사업이 종료 후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직접일자리가 고령층에는 기본적인 근로소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면, 청년층에게는 민간 일자리로 넘어가도록 하는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미래의 고용 지표를 방어하기 위해 알바 수준의 일자리를 고용해서는 안 된다”며 “청년이 이력서에 직접일자리 사업 경험을 써넣어도 기업이 인정해줄 정도로 질 좋은 일자리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