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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 거장 장이머우, 항미원조 기념 ‘저격수’ 공동연출

중앙일보 2021.03.10 12:49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영화 ‘5월의 마중'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이머우 감독의 모습. '5월의 마중'은 장 감독과 배우 궁리가 오랜만에 다시 콤비를 이룬 영화였다. [중앙포토]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영화 ‘5월의 마중'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이머우 감독의 모습. '5월의 마중'은 장 감독과 배우 궁리가 오랜만에 다시 콤비를 이룬 영화였다. [중앙포토]

 
중국 영화계의 거장 장이머우(張藝謀, 장예모) 감독이 딸과 함께 한국전쟁 기념 블록버스터 영화를 연출한다. ‘저격수’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오는 10월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 연휴 기간에 개봉될 전망이다.

북한 편에서 미군 저격한 참전용사의 실화
지난 1월 백두산 인근에서 영화 촬영 시작
딸 "부녀의 공동 연출은 혁명 정신의 유산"

 
9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저격수’는 지난 1월 6일 중국 북동지역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영화는 장타오팡이라는 중국 인민지원군(CPV) 소속 요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31년 장쑤성(江蘇省) 태생인 장타오팡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 편에서 32일 간 436발의 총탄으로 적군 214명을 사살한 인물이다. 중국에선 전쟁 영웅으로 존경받았고 2007년 사망했다.  
 
장이머우의 스튜디오는 공식 웨이보를 통해 “미국의 공격에 저항해 한국을 도운 전쟁에 초점을 맞춰 우리 조국의 기억을 되살리고 참전 용사들에게 뜨거운 경의를 불러일으키고자 한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중국은 6·25 전쟁을 항미원조전쟁이라고 부른다. 이번 영화의 애초 제목은 ‘차가운 총’(The Coldest Gun)이었지만 지난 10월 제작 허가를 받은 후 더 직접적인 ‘저격수’(Sniper)로 바뀌었다고 한다. 제작비와 캐스팅 등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장이머우 감독 부녀가 공동연출하는 6·25 전쟁 영화 '저격수'의 촬영 현장 모습. [사진 중국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

장이머우 감독 부녀가 공동연출하는 6·25 전쟁 영화 '저격수'의 촬영 현장 모습. [사진 중국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

장이머우 감독 부녀가 공동연출하는 6·25 전쟁 영화 '저격수'의 촬영 현장 모습. [사진 중국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

장이머우 감독 부녀가 공동연출하는 6·25 전쟁 영화 '저격수'의 촬영 현장 모습. [사진 중국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영화 첫 촬영지는 백두산 인근인 지린성(吉林省) 바이산(白山) 시다. 장 감독은 크랭크인을 하면서 “우리 창작자들은 좋은 일을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처음으로 공동 연출하게 된 딸 장모(張末) 감독은 “내 마음속엔 항상 전쟁 영화가 있었다”면서 “아버지와 딸이 함께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기성 혁명 정신의 유산으로 아버지와 함께 이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모 감독은 장이머우와 그의 첫번째 부인인 유명작가 샤오화(肖華)의 딸로 장이머우 제작팀에서 수년간 편집, 조감독 등으로 일하다 2016년 ‘28세 미성년’으로 장편 데뷔했다. 당시 장이머우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이번 영화 ‘저격수’엔 장 감독의 큰 아들 장이난(張一男)도 촬영 스태프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에선 지난해 6·25 발발 70주년을 맞아 여러 기념 영화·드라마가 나왔다.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금강천’은 금강산 지류인 금강천에서 벌어진 전투를 다뤘고 제작비만 4억위안(약 680억원)이 투입됐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도 20부작 다큐멘터리 ‘항미원조 전쟁’과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 등을 내보냈다. 장 감독의 ‘저격수’는 이 같은 애국주의 영화의 연장선상에서 지난해 최고 흥행을 기록한 중일전쟁 영화 ‘팔백(800)’의 열기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장이머우 감독 부녀가 공동연출하는 영화 '저격수'의 실제 모델인 한국전쟁 참전군인 장타오팡. [사진 바이두]

장이머우 감독 부녀가 공동연출하는 영화 '저격수'의 실제 모델인 한국전쟁 참전군인 장타오팡. [사진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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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세대 감독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장이머우는 데뷔작인 ‘붉은 수수밭’으로 1988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작품상)을 받으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3차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고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을 맡았다. 지난해 11월엔 문화혁명기를 다룬 영화 ‘원 세컨드’를 개봉해 1억3100만 위안(약 229억원)의 흥행을 기록했다.
 
한편 8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중국에서 ‘연예종사자 자율 관리 방법’이라는 새 윤리 강령이 시행됐다. 중국 공연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이 강령은 ‘당을 경애하며 인민과 사회주의에 복무할 것’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론 각 연예·예술종사자들이 역사 왜곡, 영웅열사 모욕행위, 국가통일 위해, 주권 및 영토 무결성 및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할 경우 처벌한다고 적시했다.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의 중국 전문가 뵤른 알퍼만 교수는 “연예인에 대한 자율 규제 조치가 도입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며 시진핑 주석의 강력한 사회 정책의 맥락에서 이를 바라봐야 한다”고 DW에 말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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