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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때문에 손잡긴 했는데"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 오월동주?

중앙일보 2021.03.10 11:00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부쩍 분주해진 곳이 있다.  
 
중국 그리고 러시아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은 자국 백신으로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다. 자국 백신에 구소련이 1957년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본뜬 '스푸트니크V'란 명칭을 붙이고, 해외에서 '백신 소프트파워'를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두 나라는 왜 이렇게 '백신 외교'에 열심인 것일까.
 
양국 모두 지난해 코로나19로 톡톡히 망신을 당한 탓이다.
 
중국 백신을 맞은 홍콩의 한 간호사 [AP=연합뉴스]

중국 백신을 맞은 홍콩의 한 간호사 [AP=연합뉴스]

 
중국을 보자.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진원지란 오명을 벗고 싶어 한다. 여기에 더해 '백신 실크로드'를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쥐려는 욕망도 크다.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세계 최초'라며 백신을 내놓았지만, 3상 임상시험이 끝나기 전에 자국 배포용 백신을 승인하며 전 세계에서 큰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 백신'이란 비아냥까지 쏟아졌다. 최근 저명한 국제 학술지 '랜싯'에서 "러시아 백신이 91.6%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덕에 자존심을 회복하긴 했지만, 지난해 겪은 오욕을 씻어내고 싶어 한다.
 
미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무엇보다 두 나라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피해 사례를 축소해서 발표해 큰 지탄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짚는다. 지난해 겪은 여러 '굴욕'을 만회하고, 주변국들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백신 외교에 나서고 있단 분석이다. 두 나라 모두 미국을 의식하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러시아 백신 [AP=연합뉴스]

러시아 백신 [AP=연합뉴스]

 
같은 목표를 가졌기 때문일까. 두 국가는 제대로 손을 잡았다.
 
중국이 코로나19 진원지가 자국이 아니라고 연일 강조하며 에둘러 미국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은근히 이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더 디플로맷은 "지난해 미국이 코로나19로 대혼란을 겪었던 일이 중국과 러시아에게는 오히려 기회를 제공했다"며 "비난을 피하고 권위주의적인 봉쇄 정책이 더 효과적이었음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분석했다. 백신을 홍보할 기회가 됐음도 물론이다.
 
양국은 백신 생산에 있어서도 협력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의 칸시노 백신 임상시험을 자국 내에서 진행 중이며, 중국 역시 곧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전략적 협력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물밑에선 치열하게 경쟁 중이란 분석이 나온다.
 
'백신 외교'에 가장 치열하게 나선 건 중국인데도, 여러 나라가 러시아 백신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대부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몽골 등이 러시아 백신을 승인하며 중국의 자존심을 구겼다.
 
더 디플로맷은 "중국은 러시아와 백신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이는 역내 패권 경쟁이기도 하다"며 "친러시아 성향의 벨라루스가 스푸트니크V를 택한 반면 러시아와 사이가 좋지 않은 우크라이나가 시노백을 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백신 확보에서 뒤처져 있는 발칸반도 국가들이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 격전지'가 되고 있단 설명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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