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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한해 절반이 여름...2100년 북반구가 위험하다"

중앙일보 2021.03.10 06:00
대구의 낮 최고기온이 36도를 웃돌며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해 8월 20일 대구 시내에 도심 열기를 식히기 위한 분수가 가동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다면 2100년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는 여름이 1년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연합뉴스

대구의 낮 최고기온이 36도를 웃돌며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해 8월 20일 대구 시내에 도심 열기를 식히기 위한 분수가 가동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다면 2100년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는 여름이 1년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연합뉴스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2100년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는 한 해의 절반이 여름이 되고, 겨울은 1개월에 불과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처럼 계절의 시작과 길이가 크게 달라질 경우 자연 생태계는 물론 사람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북위 30~60도 지역 대상으로 분석
1952~2011년 변화로 2100년 예측
북반구 전체 계절변화 분석은 처음

 
중국 란저우대학교 대기과학대학과 베이징 중국 아카데미 과학대학교 등의 연구진은 최근 국제 저널 '지구물리학 연구지(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 시나리오를 따른다면 북반구 중위도(북위 30~60도) 지역에서는 2100년에는 여름이 거의 1년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지금까지 지역별로 계절변화를 연구한 사례는 있지만, 북반구 전체를 대상으로 계절 변화를 분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1952~2011년 여름 17일 길어져 

왼쪽 칼럼 '계절 길이 변화'에서 붉은색은 계절 길이가 길어졌음을, 파란색은 계절 길이가 짧아졌음을 의미한다. 오른쪽 칼럼 '계절 시작 시기 변화'에서 붉은색은 계절 시작 시기가 지연됐음을, 초록색은 앞당겨졌음을 의미한다.

왼쪽 칼럼 '계절 길이 변화'에서 붉은색은 계절 길이가 길어졌음을, 파란색은 계절 길이가 짧아졌음을 의미한다. 오른쪽 칼럼 '계절 시작 시기 변화'에서 붉은색은 계절 시작 시기가 지연됐음을, 초록색은 앞당겨졌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우선 1952년에서 2011년 사이의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계절 길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매일의 최고·최저기온을 평균한 평균기온을 산출했고, 이 평균기온이 75 백분위 수를 초과하는 날을 여름으로, 25 백분위 수 안에 드는 날을 겨울로 간주했다.
나머지 겨울과 여름 사이는 봄, 여름과 겨울 사이는 가을로 정의했다.
 
이러한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북반구 중위도 지역 여름의 길이는 1952년 78일에서 2011년 95일로 17일 길어졌다.
대신 봄은 124일에서 115일로, 가을은 87일에서 82일로, 겨울은 76일에서 73일로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0년마다 여름은 4.2일 길어졌고, 겨울은 2.1일씩 줄어들었다.
또, 봄은 10년마다 1일, 가을은 1.1일씩 줄었다.
 
이와 함께 봄과 여름의 시작은 10년마다 각각 1.6일과 2.5일씩 앞당겨졌다.
반대로 가을과 겨울의 시작은 각각 10년마다 1.7일, 0.5일씩 지연됐다.
 

2100년 여름은 166일로 늘고, 겨울은 31일로 줄어

각 그래프에서 여름은 노란색으로, 겨울은 하늘색으로 표시했다. 여름과 겨울 사이 새싹이 그려진 구간은 봄을, 단풍이 그려진 구간은 가을을 나타낸 것이다. 표시된 날짜는 해당 계절이 시작되는 날짜다.

각 그래프에서 여름은 노란색으로, 겨울은 하늘색으로 표시했다. 여름과 겨울 사이 새싹이 그려진 구간은 봄을, 단풍이 그려진 구간은 가을을 나타낸 것이다. 표시된 날짜는 해당 계절이 시작되는 날짜다.

연구팀은 이러한 계절 변화를 바탕으로 CMIP5(Coupled Model Intercomparison Projecr 5)와 CMIP6을 사용한 다중 앙상블 모델로 미래 상황을 예측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없는 RCP 8.5 시나리오, 평상시 하던 그대로의 상황(Business as usual)을 적용했다.
 
그 결과, 2100년까지 봄은 10년마다 3.3일씩, 여름은 10년마다 4.6일씩 더 일찍 시작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가을은 10년마다 3.8일, 겨울은 1.4일씩 늦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봄과 가을, 겨울은 10년마다 각각 1.3일과 2.4일, 4.7일씩 줄어들고, 반대로 여름은 10년마다 8.5일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예측대로라면 2100년에는 여름이 5월 6일경에 시작돼 10월 19일경에 끝나고, 겨울은 12월 18일경에 시작돼 한 달 정도 지난 1월 18일 경이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여름이 166일이나 되고, 겨울이 31일에 그치게 되는 셈이다.
 

건강·식량 문제 심각해질 우려

지난해 7월 17일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의 숲이 불타면서 희뿌연 연기를 뿜고 있다.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계속될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이 자주 발생하고, 건조해지면서 시베리아 등에서는 산불도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7월 17일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의 숲이 불타면서 희뿌연 연기를 뿜고 있다.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계속될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이 자주 발생하고, 건조해지면서 시베리아 등에서는 산불도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은 "모든 생물 종이 동일한 방향으로 계절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에 계절 변화는 자연 생태계에 점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사람에게도 기후변화로 인한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봄이 일찍 시작되면서 새들의 경우 일찍 번식을 시작하지만, 여름은 더 빨리 시작되면서 새끼들에게 먹이를 찾아줄 시기가 짧아지게 된다.
번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식물 성장 시기가 늘어나면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 생산이 늘고, 사람들이 꽃가루 알레르기를 겪는 시기도 길어진다.
바이러스를 운반하는 모기의 서식지가 북쪽으로 확대되고, 더 길고 더운 여름 탓에 전염병이 폭발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설명이다.
 
여름이 길어지면 폭염 발생이 늘고,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산불 발생 위험도 커지게 된다.
고온에 자주 노출되면 신체는 물론 정신 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다.
 
반대로 겨울이 짧아지면서 작물들은 꽃을 피우는 데 필요한 '냉각량(저온요구량)'을 채우지 못해 성장이 부진해진다.
수확량이 줄고 품질도 떨어지게 된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해 사계절의 길이가 계속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농업 관리나 건강 관리, 재해 방지 등과 관련된 정책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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