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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개 학대했다" "토종견 알린 것" 진도개테마파크 시끌

중앙일보 2021.03.10 05:00
전남 진도군 대표 관광지인 ‘진도개테마파크’가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제한 영업과 휴업을 반복하다가 1일 개장한 이후 느닷없는 복병을 만난 상황이다. 이 테마파크는 천연기념물인 진돗개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공연장·경주장·사육장 등을 운영하는 시설이다.

진도의 명견인 진돗개가 장애물을 뛰어넘고 있다. 진도군은 '진도개테마파크'를 지역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홍보하고 있다. 중앙포토

진도의 명견인 진돗개가 장애물을 뛰어넘고 있다. 진도군은 '진도개테마파크'를 지역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홍보하고 있다. 중앙포토

“왜 개가 썰매를 끌어야 하나”

학대 논란은 지난 4일 '생명존중 없는 테마파크 폐지를 요청합니다'는 청와대 청원 글로 시작됐다. "진도군의 '테마파크' 홍보 내용을 접하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는 작성자는 진도개테마파크에 설치된 '진돌이 썰매장'을 두고 "왜 개가 썰매를 끌어야 하냐"고 비판했다. 또한 "진돗개 방사장은 순전히 인간의 유흥을 위한 일"이라며 "입마개를 착용하고 뛰어다니는 개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쉴 것"이라고 적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청원 동의를 촉구하며 전기충격기로 진돗개를 조련하는 뉴스 영상을 첨부하기도 했다. 게시물을 올린 30대 정모씨는 "진돗개들이 묘기를 부리는 것을 자랑처럼 홍보한다"며 "얼마나 혹독하게 훈련을 시켰을지 모르겠다. 잔혹한 방법을 써야만 저렇게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지난 1일 진도군이 올린 관광지 홍보물. 사진 진도군청 SNS 캡처

지난 1일 진도군이 올린 관광지 홍보물. 사진 진도군청 SNS 캡처

"전부터 해온 건데…" 당황 

진도군청 테마파크운영팀은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영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들은 "청와대 청원에서 지적한 사실이 대체로 틀렸으며 정상 영업을 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새로울 게 없다"고 주장했다. 
 
9일 진도군청 관계자는 "우선 진돌이썰매장은 개가 썰매를 끄는 곳이 아니다"고 했다. "주 고객인 어린이를 위한 일반 썰매장"이라는 것이다. 이어 "온라인에서 공유된 진돗개 조련 영상은 지난 2015년 논란이 됐던 타 지역 사육사의 모습이지 진도군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테마파크 측은 "한국 토종견인 진돗개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테마파크 관계자는 "전부터 26명의 전문 사육사들이 어질리티(개 장애물 경기), 달리기 경주 등을 기준에 맞춰 관리하고 있다"며 "개들이 공연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육사와 친밀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가장 논란이 됐던 방사장은 일시 폐쇄했고, 추가로 운영 방침을 수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동물권' 눈높이

동물 보호 시민단체 등은 "진도개테마파크의 해명에서조차 생명 존중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주운 동물권행동카라 정책팀장은 "테마파크의 존재 목적 자체를 '품종견 홍보'라고 밝히는 것부터 문제"라며 "동물은 관광 수익 창출 수단, 홍보 수단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신 팀장은 "해외에서는 동물원 수를 최소화하고 동물을 자연 그대로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진도개 테마파크의 콘텐트들은 이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진도개테마파크가 올린 사과문. 이 게시글의 댓글에는 "공연 자체를 왜 하냐" "훈련 자체가 학대 아니냐"는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사진 진도군 SNS 캡처

지난 4일 진도개테마파크가 올린 사과문. 이 게시글의 댓글에는 "공연 자체를 왜 하냐" "훈련 자체가 학대 아니냐"는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사진 진도군 SNS 캡처

전문가들은 "동물원들이 달라진 시민들의 눈높이에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났다"며 "그만큼 동물원을 바라보는 눈높이는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동물원이 잠시 운영을 멈추고 시민들의 의혹을 해소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면서도 "시민들도 지나친 '여론 재판'으로 동물원의 노력을 질책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동물원을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19년 실내동물원 폐지 운동, 지난해 대구 동물원 학대 사건 당시에도 동물권 단체들이 개선을 촉구했다. 지난해 1월 ‘국회 공영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 따르면 공영동물원 10곳 중 6곳에서 외관상 상처가 있거나 질병이 의심되는 동물이 발견됐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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