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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9수때도 상여 멘 '尹의 의리'···정치선 '어긋난 의리' 우려

중앙일보 2021.03.10 05:00 종합 8면 지면보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후보자 시절인 2019년 7월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임현동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후보자 시절인 2019년 7월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임현동 기자

 
‘검사 윤석열’이 ‘정치인 윤석열’로 거듭날 수 있을까.

‘정치인 윤석열’ 놓고 엇갈린 평가
“고시생 때도 선후배 상가 3일 지켜”
사시 9수 배경 의리 꼽혀, 소통 강점

측근 윤대진의 친형 수뢰사건 관련
청문회 위증 의혹, 빗나간 의리 논란
“정치 핵심인 이해 조정력 검증 필요”

 
지난 4일 전격 사퇴를 하면서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일단 공개 행보를 자제하고 있다. 7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부인 김건희씨의 회사 사무실을 찾은 모습이 포착된 게 유일하다. 이달 말부터 강연에 나선다거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자와 만날 수 있다는 식의 다양한 예측이 나오지만 대개 루머 수준이다.
 
그럼에도 윤 전 총장의 정치 입문은 시간 문제라는 게 여의도의 정설이다. 윤 전 총장의 합류를 기대하고 있는 야권 인사들의 관심은 그가 얼만큼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다. 윤 전 총장은 기존의 법조인 출신들과는 사뭇 성향이 다르다.
 
의리를 중시하는 그의 스타일은 9수를 하며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고시생 동료가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면 스스럼 없이 알려주다가 정작 본인은 ‘장수생’이 됐다는 일화는 법조계에서 유명하다.
 

尹 “덩치가 커서 상여를 멘 적도 많다” 

 
최근 지인을 만난 윤 전 총장은 고시생 생활을 오래할 수밖에 없던 이유 중 하나로 잦은 조문을 꼽았다고 한다.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가면 친한 친구였어도 합격 때까지는 거리를 두고 공부에 전념하는 게 상례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지인에게 “친구나 선후배가 상을 당했다고 하면 나는 곧바로 상가에 가서 삼일장 내내 빈소를 지켰다. 내가 덩치가 커서 상여를 멘 적도 많다”고 말했다고 한다. 처지가 변변찮던 고시생 시절에도 인간관계를 챙긴 셈이다.
 
그의 조문 스타일은 검찰총장에 취임 한 뒤에도 계속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10일 자신을 대상으로 징계위원회가 열리던 날에도 충암고·서울대 법대 동기의 장례식장에 들러 소주잔을 기울였다. 2019년 12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밑에서 행정관으로 일했던 검찰수사관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에도 빈소를 찾아 눈물을 보였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수사팀장을 맡았을 때 인연을 쌓은 정두언 전 의원이 2019년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도 그는 조문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12월 2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검찰수사관 빈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서는 모습.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12월 2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검찰수사관 빈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서는 모습. 뉴스1

 
이런 윤 전 총장의 스타일은 기존 보수 진영 리더들과도 차별화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이해관계자가 각자 이익을 위해 모인 리더십”(고성국 정치평론가)이란 평가를 받곤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주변에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았고 만기친람하는 유형이었다.
 

김종인 “尹, 국가 경영할 원칙·소신 있는 사람”  

 
그에 비해 윤 전 총장은 상대적으로 소통에 강점이 있고 부하를 믿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그와 함께 검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윤 전 총장에 대해 “조직을 운영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통이 크고 아랫사람들 의견을 잘 받아준다”며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고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지난 1년간 권력 핵심층과 단기필마로 맞선 사람”이라며 “지사형 리더십을 갖췄다”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윤 전 총장에 대해 “사람이 바르고, 국가를 경영할 만한 원칙과 소신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했다고 성일종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윤 전 총장의 ‘형님 리더십’이 정치권에선 한계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친분을 중시하면서 지인들을 챙기는 게 정치에서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의리’ 강조가 정치에선 화가 될 수도

 
대표적인 게 2019년 7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논란이 커진 윤대진 검사장과의 친분이다. 검찰 내에서 ‘대윤’(윤석열)과 ‘소윤’(윤대진)으로 불릴 정도로 두 사람은 친분이 두텁다. 청문회 당시 윤 검사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서울 용산세무서장이 뇌물수수 사건에 휘말렸을 때 변호사를 소개해줬냐는 질문이 나오자 윤 전 총장은 “소개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청문회가 마무리될 즈음인 자정 무렵 윤 전 총장이 2012년 12월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기자에게 말한 녹음 파일이 공개됐고, 곧바로 위증 논란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 전 총장과 윤 검사장이 서로를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식으로 미화하기도 했지만, “빗나간 의리”라는 비판이 더 많았다.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파격 승진을 하면서 검찰 요직에 측근들을 대거 배치한 것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과도한 ‘내 사람’ 챙기기에 불만을 가진 검사들도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정치권에서 보여줄 리더십은 지켜봐야”

 
무엇보다 불법이냐, 합법이냐로 양단하는 검찰 업무와 달리 정치는 다양한 집단의 엇갈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게 핵심 임무다. 섣불리 한 쪽 입장을 편들었다가 나머지를 전부 적으로 만드는 게 정치 초보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정치 리더의 기본인 협상·타협의 능력도 아직 검증된 게 없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민주화 이후 장관이나 국회의원, 광역단체장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며 “윤 전 총장은 한 집단에서만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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