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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이 팔고 배달하고 택배 받아주니…동네 편의점이 살아났어요

중앙일보 2021.03.10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세븐일레븐 인천 용현굴다리 편의점에서 김수영 점주가 9일 매출 신장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인천 용현굴다리 편의점에서 김수영 점주가 9일 매출 신장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세븐일레븐]

66㎡(20평) 크기의 인천 용현굴다리 편의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비슷한 상권의 편의점 매출이 평균 1.9% 감소했지만 유독 용현굴다리점 매출만큼은 14.6%가 불었다. 김수영(33) 점주는 9일 “비결은 ‘떨이판매’”라며 환하게 웃었다.
 

편의점주 3인의 코로나 분투기
기한임박 상품 세일로 월 1000만원
친절 배달서비스에 손님 10% 늘어
고객 택배 월 120건, 매출 10% 올라

김 점주는 지난해 2월 본사가 도입한 ‘라스트오더’ 서비스에 주목했다. 아까운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싼값에 팔 수 있고 별도의 폐기 비용도 들지 않는데 다른 점포는 번거롭다며 외면했다. 김 점주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도시락과 음료 등 2000여 가지 상품을 수시로 편의점 앱에 올려 손님들에게 알렸다. 그 결과 지난해 2~12월 라스트오더 서비스로 판매한 상품만 하루 평균 50개, 연간 1만6700여 개로 일평균 35만원의 추가 매출을 올렸다. 김 점주는 “손님들에게 라스트오더 서비스 설명을 해드리면 ‘그런 게 있느냐’며 좋아했다. 아르바이트생들에게도 라스트오더 관련 절차를 충분히 숙지시켜둔 게 큰 덕을 봤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전국에 6만여 개가 산재해있는 편의점 사정도 마찬가지다.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조금 나아진 곳도 있지만 제자리걸음이거나 줄어든 곳이 대부분이다. 유동인구가 감소한 도심이나 학원가의 편의점들은 두 자릿수 이상 매출이 줄었다. 하지만 김 점주처럼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이들도 있다.
 
인천간석시장점 유세훈 점주는 배달서비스를 적극 도입해 지난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사진 세븐일레븐]

인천간석시장점 유세훈 점주는 배달서비스를 적극 도입해 지난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사진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인천간석시장점 유세훈(34) 점주는 배달서비스를 적극 도입해 어려움을 이겨냈다. 세븐일레븐은 ‘요기요’와 함께 전국 3500여 점에서 배달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지난 2월부터는 카카오톡 주문하기를 통한 배달서비스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모든 점포가 이를 활용하는 건 아니다. 유 점주는 점포를 찾는 고객의 객단가가 5000원 선인 반면 배달 서비스 구매 금액은 건당 최소 1만원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배달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점포 리뷰에도 댓글을 써가며 고객과 소통했다.
 
배달서비스 초기 하루 1건이 채 안 되던 배달 요청 건수는 현재 일평균 10건을 넘어섰고 서비스 평점도 5점 만점에 4.9점에 이른다. 온라인 서비스에 만족한 소비자가 오프라인 점포를 방문하는 경우도 늘었다. 덕분에 지난해 점포 방문객은 10.5%, 객단가는 18.4% 각각 증가했다. 유 점주는 “부정적인 댓글은 비난이 아니라 서비스 개선을 위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댓글을 다는 이들에겐 과자와 라면 같은 작은 선물도 준다”고 했다.
 
광주광역시 광주우산아제점 조방래 점주는 택배서비스를 활용해 지난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사진 세븐일레븐]

광주광역시 광주우산아제점 조방래 점주는 택배서비스를 활용해 지난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사진 세븐일레븐]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광주우산아제점 조방래(53) 점주는 남들이 번거롭다고 꺼리는 서비스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 점주는 원래 이곳에서 오랫동안 제과점을 하다가 2008년 편의점을 열었다. 올해로 14년 차다. 덕분에 동네 사정에 밝다. 그는 인근에 사는 손님들이 “택배 좀 보내달라”고 부탁하면 쉬이 거절하지 않았다. 노인들을 위해선 전표도 직접 작성해 주고, 택배 상자를 보관해주기도 한다.
 
사실 편의점주 입장에서 택배는 귀찮은 서비스다. 건당 수수료가 500원 선에 불과하고, 택배 상자가 쌓이면 점포가 비좁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조 점주의 점포도 50㎡(약 15평) 규모로 크지 않다. 하지만 조 점주는 “소비자 입장에선 제대로 택배를 받아주는 편의점이 많지 않다”며 “나는 안 된다는 말 대신 일단 다 가져오시라고 한다”고 했다. 한국말을 못해 고민하던 외국인 손님을 위해선 손짓 발짓으로 택배를 발송해준 일도 있다. 덕분에 그 외국인 손님은 이제 단골이 됐다. 몸에 밴 친절이 입소문이 나면서 그의 점포는 현재 월평균 120건의 택배 요청을 소화한다. 택배를 맡기러 왔던 이들은 작은 음료수나 담배 하나를 사더라도 그에게 온다. 덕분에 광주우산아제점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10.2%에 달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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