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치솟는 국채금리에 비상 걸린 테슬라 운명, MZ세대가 좌우?

중앙일보 2021.03.09 18:06

“인플레이션 우려는 없다.”

 지난 5일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의 모습.[AP=연합뉴스]

지난 5일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의 모습.[AP=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말도 시장의 두려움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옐런은 8일(현지시간) 미 MSNBC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실업률이 3.5%에 불과했지만, 인플레이션 징후는 없었다”며 “만약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정부가 대응할 수단이 있다”고 말했다.
 

국채금리 1.6% 넘자 나스닥 2.4% 폭락

한달 새 10% 하락한 나스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달 새 10% 하락한 나스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옐런의 달래기에 시장은 넘어오지 않았다. 불안감의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1.6%를 또 넘은 뒤 1.6%의 턱밑(1.598%)에서 거래를 마쳤다. 
 
증시는 또다시 '금리 발작'을 앓았다. 뉴욕증시에선 다우존스만 0.97% 올랐고 나스닥(-2.41%)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0.54%)는 하락했다. 9일 코스피는 장 중 2% 넘게 하락하다 전날보다 0.67% 떨어진 2976.1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0.93% 내린 896.36으로 3개월 만에 900선이 깨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7.1원 떨어진 달러당 1140.3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금리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2년만에 2%를 넘어선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06%포인트 오른 2.034%에 거래를 마쳤다. 
 
경기 회복세와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는 1조9000억 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매머드급 미국 경기부양안이 불러일으킬 인플레이션 위협을 시장이 심각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경기회복 기대감 등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부각하며 미국 국채 금리와 일부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의 테슬라 매장 모습.[EPA=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워싱턴의 테슬라 매장 모습.[EPA=연합뉴스]

금리 발작에 가장 크게 동요하는 것은 테슬라와 애플 등 빅테크 투자자다. 테슬라 주가는 8일 전날보다 5.85% 내린 563.00달러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최저치다. 올해 최고치인 1월 26일(883.09달러)과 비교하면 두 달 새 36%나 하락했다. 애플과 알파벳(구글 모회사) 주가도 4% 넘게 내렸다. 기술주 투자에 집중하는 아크혁신 상장지수펀드(ETF)도 최고치였던 지난달 16일 대비 31% 하락했다.
 
금리 상승은 기술주에는 악재다.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 위험 자산인 주식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게다가 회사의 비용부담도 커진다. 미래 잠재력을 앞세워 대규모 자금을 끌어다 쓰는 ‘빅테크’ 기업에는 치명적이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다른 자산을 따라잡고 있다”며 “몸값이 급등한 기술주들에 가해지는 압력이 크다”고 말했다.
 

美 밀레니얼 “재난지원금 절반 주식투자”  

지난해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지난해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금리 상승으로 비상이 걸린 기술주의 운명을 미국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머드 부양안에 담긴 재난지원금(성인 1인당 1400달러의 현금 지급)이 기술주를 구원할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독일 도이체방크가 미국인 4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5∼34세는 지원금으로 받은 현금의 절반을 주식에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18∼24세와 35∼54세 응답자도 각각 40%와 37%를 주식 투자에 쓸 계획이라고 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25~34세 인구는 약 4000만명인데, 이를 감안하면 약 300억달러의 자금이 증시로 들어오는 셈”이라며 “밀레니얼 세대가 전통적으로 기술주를 선호하는 걸 감안하면 이번 하락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인, 재난지원금으로 주식에 얼마 투자할까.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미국인, 재난지원금으로 주식에 얼마 투자할까.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MZ세대의 움직임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목받는 ‘주가꿈비율(PDR·Price to Dream Ratio)’ 트렌드와도 관련이 있다. 
 
PDR은 기업의 순이익이나 자산가치가 아닌 성장성(꿈)을 평가한다. 전통적 기업 가치 평가 방식인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으로 설명되지 않는 투자 쏠림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당장 실적이 없어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자들이 환호하고, 기업이나 브랜드에 충성(팬덤)에 기반해 투자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PDR은 코로나19 이후 주가가 급등한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기업의 가치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테슬라나 애플로썬 PDR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투자금으로 당장의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셈이다. 
주가꿈비율(PDR) 산출 방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투자증권]

주가꿈비율(PDR) 산출 방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투자증권]

10년물 국채 입찰·FOMC가 분수령

문제는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를 경우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은 자금투입 비용을 늘린다” 며 “PDR 등으로 미래 가치를 후하게 평가하는 데 제약요소”라고 지적했다. 
 
국채금리 상승 가능성은 여전하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6%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 수준의 10년물 국채금리(1.6%)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일단 눈여겨봐야 할 것은 오는 10일(38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과 11일(240억 달러 규모의 30년물)의 국채 입찰이다. 이날 입찰이 부진하면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한대훈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옐런의 시장 달래기가 실패한 상황에서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행보가 증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