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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운명 가른다…안철수와 오세훈의 단일화 설문 전쟁

중앙일보 2021.03.09 17:58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에 나선 9일 ‘오세훈·안철수’ 후보간 신경전 수위가 수직 상승했다. 양측은 특히 단일화 여론조사 설문 문항의 세부 내용을 어떻게 정하느냐 등을 놓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방을 벌였다. 오 후보는 “야권 후보로 누가 알맞은지”(적합도)를, 안 후보는 “여권에 누가 경쟁력이 있는지”를 선호한다.
 
먼저 공격에 나선 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이었다. 안 대표 측 이태규 의원은 불교방송 라디오에 나와 “여권에 이길 수 있는 후보를 평가할 수 있는 설문을 만들어야 한다. 오 후보 측은 적합도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소속 정당·기호를 빼고 후보 이름만 넣고 조사를 해야 실제 경쟁력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조속한 단일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을 만나선 발언 수위를 더 높였다. 


“오세훈 후보 선출 자체가 국민의힘 조직이 형편없다는 방증이에요. 조직이 셌으면 (당원들의 지지세가 강했던)나경원 후보가 떨어졌겠어요.” 국민의힘 측이 제안한 시민참여 경선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까지 해온 100% 여론조사 방식을 고수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도 즉각 맞대응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단일화 방법을 통보하듯 하면 안 된다. 오 후보 지지율이 상승하고 안 후보가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두 후보 격차가 줄어드니까 조급함에 막말하고 있다”고 맞섰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뚜렷한 상승세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1대1 가상 맞대결에서 이긴다는 조사도 나왔다. 이날 오 후보는 직접 대응하진 않았다. 다만 기자들에게 “이렇게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걸 보면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오후 후보 단일화를 위한 첫 실무 협상에서도 신경전은 계속했다.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후보 단일화를 넘어서 정당 단일화까지 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자”고 말하자, 이태규 의원은 “후보 단일화는 지상 명령”이라고 호응했다. 이들은 웃으며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자리에 앉았다.
 
▶정양석=“이태규 의원님 발언이 너무 세더라.”
▶이태규=“세게 해야 협상장에 국민의힘이 나올 것 같아서요.”
▶정양석=“아휴, 지지율에서 앞서는 분(안철수)이 양보도 하면서 하시지.”  
▶이태규=“국민의힘이 워낙 큰 당이잖아요.”
 
이어 정 사무총장이 “그래도 앞으로는 저희가 침대 축구(시간 끌기를 한다는 뜻) 경기를 한다는 말씀은 마세요. 우린 토털 사커”라고 하자 이 의원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대꾸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부터)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제113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에 참석,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왼쪽 세 번째)과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부터)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제113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에 참석,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왼쪽 세 번째)과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앞으로 양 측은 협상을 통해 토론 방법·횟수 등 구체적 방법을 정하는데, 역시 핵심 쟁점은 설문 문항이다. “개인 브랜드가 자산의 전부인 안 후보는 자체 경쟁력이, 제1야당이란 거대 조직이 있는 오 후보는 야권 후보 적합도가 각자에게 유리하기 때문”(박해성 티브릿지 대표)이다.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 5일 서울 거주 819명에게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중 누가 경쟁력이 있는지를 묻자, ‘오세훈 32.9% vs 안철수 34.6%’였다. 이어 누가 적합하냐는 질문엔 ‘오세훈 32.3% vs 안철수 30%’로 순위가 뒤집혔다. 이날 발표한 엠브레인퍼블릭(뉴스1 의뢰, 3월 7일~8일 설문 실시) 조사에서도 후보 경쟁력에 대한 질문엔 안 후보가 오차범위(±3.1% 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안 36.6%, 오 28.7%) 하지만 적합도 조사에선 격차(안 34.4%, 오 29.4%)가 줄었다. (※두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현일훈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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