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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보카도 먹으면 환경파괴범"…英 강타한 마클의 폭로

중앙일보 2021.03.09 16:05
미국인 혼혈 메건 마클(39) 왕자비를 상대로 한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 의혹이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마클은 자신을 향한 언론의 무차별적 보도에도 왕실이 무대응으로 일관해 다른 가족과 차별했다고 추가 폭로했지만 영국 언론은 그의 주장에 오류가 있다고 비판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1면을 장식한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의 인터뷰 기사. 영국 언론들은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가 왕실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1면을 장식한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의 인터뷰 기사. 영국 언론들은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가 왕실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마클은 8일(현지시간) 미국 CBS가 추가로 방영한 오프라 윈프리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영국 언론과 왕실로부터 차별 대우를 받아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영국 언론을 무법 서부 시대인 '와일드 웨스트'에 비유하며 "내 뉴스는 소음으로 취급됐고, 나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은 불꽃처럼 번졌다"고 말했다. 이어 "왕실에는 언론 대응 부서가 있었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유명무실했다"고 말했다.
 
특히 손윗동서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과 달리 유독 자신에게만 가혹한 보도가 쏟아졌다고 했다. 그는 "미들턴이 아보카도를 먹으면 칭송받았지만, 내가 먹으면 '환경 파괴범'이 됐다"면서 "왕실 가족 중 누군가는 '우리는 모든 무례한 것을 감내해야 한다'고 편하게 말할 것이다. 하지만 무례와 인종차별은 같지 않다"고 꼬집었다.
오프라 윈프리와 인터뷰에 응하는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로이터=연합뉴스]

오프라 윈프리와 인터뷰에 응하는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로이터=연합뉴스]

 
해리 왕자도 언론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아내가 타블로이드 신문들의 사생활 침해와 각종 인신공격에 시달렸지만, 왕실 가족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방패막이가 되어주어야 할 가족이 마클을 투명인간 취급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종차별 때문에 영국을 떠났느냐는 윈프리의 질문에 "그것이 큰 부분이었다"며 "만약 왕실이 마클에 대한 인종차별을 인정했다면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英언론, 마클 인터뷰 오류 있어…여론도 '싸늘'

해리 왕자 부부의 잇따른 폭로에 영국 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다만 우호적 여론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영국 언론은 이들 부부의 인터뷰에 오류가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날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들 부부의 인터뷰에서 사실과 다른 점이 두 곳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우선 해리 왕자와 마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아치는 '피부색'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왕자로 불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1917년 반포한 왕실 칙령에 따라 왕세자 장남의 첫째 아들에게만 '왕자' 칭호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2012년 개정한 칙령에서도 왕세자 장남의 자녀들에게만 칭호를 부여한다고 했다며 아치는 어떤 칙령에 따르더라도 왕자로 불릴 수 없다고 전했다.  
 
또 아치가 왕자로 인정받지 못해 왕실로부터 경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마클의 주장에도 반박했다. 왕자나 공주도 공식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앤드루 왕자의 두 딸 유지니 공주와 베아트리스 공주가 런던 경찰국의 경호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해리 왕자 부부가 아치에게 '덤버턴 백작' 칭호를 부여하지 않길 원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를 읋고 있는 아만다 고먼. 고먼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마클을 지지 의사를 밝혔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를 읋고 있는 아만다 고먼. 고먼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마클을 지지 의사를 밝혔다. [AP=연합뉴스]

여론도 싸늘하다.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성인 2111명 가운데 이들 부부의 인터뷰가 부적절했다는 의견은 47%로 적절하다는 응답의 두 배를 뛰어넘었다. 공감할 수 없다는 의견도 33%에 달했다. 
 
영국 정치권은 왕실을 의식한 듯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해리 왕자 부부와 왕실 간 갈등 관련 질문에 "오랫동안 왕실의 일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답변을 피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도 "인종차별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도 진상조사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영국 왕실은 9일 새벽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전 세계에서는 마클에 대한 동정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7일 CBS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는 미국에서만 1700만 명이 생방송으로 시청했다. 방송 직후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해리 왕자 부부를 응원하는 글과 영국 왕실을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CNN은 마클이 왕실에서 겪은 인종차별적 대우에 미국 흑인 여성들이 연대해 BLM(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취임시를 읊었던 아만다 고먼은 트위터를 통해 "왕실은 새로운 시대에 변화와 개혁, 그리고 화해를 위한 가장 큰 기회를 놓쳤다. 그들은 단지 마클의 빛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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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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