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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 분노 "저따위 글이 사과문이냐"

중앙일보 2021.03.09 11:00
[사진 카카오 브런치 캡처]

[사진 카카오 브런치 캡처]

 
동아제약이 지난해 채용 면접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를 차별한 것과 관련해 유튜브 댓글을 통해 사과하자 피해자가 추가 글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8일 카카오 브런치에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입니다’라는 글을 올라왔다.
 
이 글은 2020년 11월 동아제약 신입사원 면접에서 한 면접관에게 “여자는 군대에 안 갔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덜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받은 피해자 A씨가 직접 남긴 글이다.
 
A씨는 동아제약이 최호진 대표이사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유튜브 프로그램 ‘네고왕2’ 댓글에 게재한 것에 대해 “해당 채널만 막으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나. 사과문 같지 않은 사과문을 보니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며 반박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사과문 같지 않은 사과문"

먼저 A씨는 ‘군미필자 대비 군필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신 인사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질문’이라는 해명에 대해 “이걸 변명이라고 하냐. 중견기업이 생각해낼 수 있는 말이 고작 이것뿐이라니 개탄스럽다”며 “임금 차별을 정당화할 사내 인사제도를 구축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A씨는 ‘면접관이 당사 면접 매뉴얼을 벗어난 불쾌한 질문을 한 것’이라는 동아제약 해명에 대해서도 “제게 문제의 질문을 한 사람은 단순히 ‘면접자 중 한명’이 아닌 당사 면접 매뉴얼을 만드는 ‘인사팀장’이었다”며 “인사팀장이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자행했다는 것은 성차별이 조직 전체의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성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면서 여성들이 현실에서 겪는 성차별을 ‘불쾌한 경험’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시대에 걸맞은 행동이냐”고 덧붙였다.
 
A씨는 논란 이후 동아제약 측으로부터 ‘불쾌한 질문을 드린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사과문에 성차별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언급돼 있지 않은 이유가 그래서였냐”며 “성차별을 했다는 사실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중요한 내용은 전부 생략한 채 ‘면접자에게 불쾌한 질문을 해서 죄송하다’는 말로 마무리하려고 하면 제가 감사하다고 글이라도 쓸 줄 아셨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동아제약은 대체 어떤 시대에 살고 있길래 고작 저따위 글을 사과문이라고 ‘기업 공식 입장’으로 내놓느냐”며 동아제약을 상대로 ‘제대로 된’, 그리고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재차 요구했다.
 

동아제약 제품 불매운동 제안도

A씨가 장문의 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힌 뒤 동아제약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A씨를 지지하고 연대하겠다며 글을 공유했다. 동아제약 제품을 불매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이들은 동아제약이 생산·판매하는 제품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의 명단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유튜브 댓글 사과가 아닌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 올릴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호진 동아제약 대표가 한 유튜브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사의 생리제 제품을 할인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유튜브 캡쳐]

최호진 동아제약 대표가 한 유튜브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사의 생리제 제품을 할인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유튜브 캡쳐]

 
한편 이번 성차별 면접 논란은 지난 5일 방영된 유튜브 프로그램 ‘네고왕2’에 ‘동아제약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을 경험했다’는 취지의 댓글이 달리면서 불거졌다. 해당 영상은 사흘간 약 150만 명이 시청하며 화제가 됐는데, 이 프로그램 댓글에 A씨가 작성한 한 구인구직 사이트의 면접 후기가 이슈가 됐다.  
 
이에 동아제약은 해당 영상 댓글로 “해당 지원자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이번 건으로 고객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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