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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수시 줄이면서 고교학점제 밀어붙이는 교육부장관

중앙일보 2021.03.09 00:19 종합 29면 지면보기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교육학)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교육학)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최근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원래 2022년부터 시행하려던 정책을 3년 미룬 것이어서 크게 새로울 것은 없었다. 그런데 유 부총리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갑자기 내년 대선을 언급했다.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관이 특정 정책 시행과 관련해 정권 교체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교육부 종합계획은 앞뒤 안 맞아
차기 대선후보들, 공약 경쟁해야

그만큼 고교학점제는 일선 고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나 파장이 크다. 그런데 언론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고교학점제의 파급력을 아직 가늠하기 어려워서일 수도 있다. 반면 당사자인 교총은 특단의 교원 수급 대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정시를 확대하는 기존의 대입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고교학점제 계획부터 발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고교학점제를 요약하면 고등학교를 대학교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고교 3년 체제는 과거 6년제 중학교를 중학과 고교로 각 3년씩 나눈 결과다. 그래서 서양의 고교와 달리 대학보다는 중학교와 유사점이 더 많다. 우리나라 고교를 대학처럼 바꾸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고교학점제에 담긴 대학과의 유사점을 부연하면 이렇다. 학생이 학급별 시간표가 아닌 개인별 시간표를 정해 그에 따라 학습하게 된다. 교사가 교실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자기 수업을 찾아 교실을 이동한다. 지금은 출석 일수만 채우면 고교 졸업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학업 이행 책무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학점까지 취득해야 졸업이 가능하도록 바뀐다.
 
그런데 학업 이행 책무성의 주체는 학생과 학부모다. 학교와 교사는 지원만 할 뿐 결과에 책임을 지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고교를 대학과 유사하게 운영하고, 학점과 졸업의 책임까지 학생과 학부모에 전가하는 제도다. 학점 때문에 고교를 졸업 못 하는 학생이 생길 것을 우려했는지 졸업 문턱을 낮췄다. 즉, 학업 성취율을 40% 이상만 충족하면 된다.
 
재작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학생부 종합전형 논쟁을 기억할 것이다. 그해 여름 내내 시끄럽다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회에서 정시 확대를 발표해 겨우 봉합한 사건이다. 2025년 이후에는 이러한 논쟁이 매년 끊이지 않고 다시 불거질 것이다. 왜냐하면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의 정시 확대와는 반대가 되는 수시 전형에 의한 대학입시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공정성 논란으로 축소되고 있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그 중심에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7년의 일이다. 2021년 대입 수학능력시험 개선안을 놓고 당시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수능 절대 평가제를 강력하게 추진하다 무산됐다. 교육부의 시안을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제지했다. 결국 결정을 1년 미루고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에 넘겼다.
 
2018년 공론화위원회도 수시를 70%로 줄이라고 각 대학에 권고했다. 2019년에는 조국 교수 일가의 학생부 종합전형에 의한 입시 결과가 대입 공정성 시비를 일으키자 대통령은 대입 공정성을 강조하며 수시 전형을 60% 이하로 줄이라고 콕 집어서 요구했다. 즉, 고교학점제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방향으로 문재인 정부가 입시의 기조를 전환한 것이다.
 
그런데 다음 정부부터는 다시 학생부 종합전형을 본격화할 테니 고교학점제를 준비하라고 한다. 장관 스스로 집행한 정부의 정책 수정을 부정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임기가 불과 1년 남은 정부인만큼 차기 정부의 계획은 차기 정부에 맡기면 좋겠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들이 교육의 큰 그림을 공약으로 제시해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교육학)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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