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
고객충성도가 사라진 시대
애착감정이 경쟁 우위 요소
브랜드 파워 가늠하는 새 잣대
독보적 고객경험을 창출해야
바야흐로 지금은 고객충성도가 사라진 시대다. ‘고객충성도’라는 단어가 시대착오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은 선택지에 둘러싸여 풍요로움 속에서 성장한 MZ세대들이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보다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실리적 이득과 순간효용성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손해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는 영리한 소비자들은 금전적 이득뿐 아니라 심리적 만족감도 함께 계산한다. 마찰과 번거로움이 없는 심리스한 경험은 시간과 노력을 줄여줌으로써 만족감을 배가시킨다. 이러한 경험경제 시대를 맞아 그동안 측정되기 힘들었던 ‘만족감’이라는 비정형 데이터를 수치화·객관화·유형화하여 체계적으로 높여 나가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되었다.

트렌드터치 3/8
장기화되는 코로나 탓에 영화관을 가는 횟수는 현저히 줄었지만 영화 콘텐츠 산업 자체는 활황인 가운데 OTT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 판을 만든 장본인은 바로 넷플릭스다. 파괴적 혁신의 대명사가 된 넷플릭스를 이렇게 흥행시킨 몇 가지 성공 요인들 중 하나는 바로 ‘정주행(情走行)’ 문화다. 보고 싶은 드라마의 다음 편을 애타게 기다리게 하던 콘텐츠업계의 관습을 완전히 깨고, 모든 에피소드를 처음부터 통째로 공개한 혁신적인 행보는 몰아보기, 이어보기, 완주하기를 모두 합친 ‘정주행’(영어로 netflixing이라고 표현한다)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낳았다. 끊김 없이 원하는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내가 원할 것 같은 콘텐츠를 족집게처럼 콕 집어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감각은 소비자로 하여금 애착감정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하다. 한마디로 취향 저격, 큐레이션 기술은 지속성을 갖기 위한 전략이자 전술이다. 이는 양질의 경험데이터를 통해 고객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고 그로 인해 초개인화를 이뤄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경험은 감가상각이 없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관계가치를 돈독하게 쌓아 올릴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경험은 그 자체로 스토리텔링이며 치밀하게 계산된 경험도, 예측하지 못한 우연도 모두 값지다. 독보적인 고객경험으로 변화무쌍한 디지털 라이프에 걸맞은 새로운 습관을 형성시킬 수 있는지, 이로 인해 애착감정을 만들어 주는지가 브랜드 파워를 가늠하는 새로운 잣대가 될 것이다.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