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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에 내 이름·주소 공개?…공정위 규제에 IT업계 발칵

중앙일보 2021.03.07 17:22
당근마켓에서 거래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상대에게 내 전화번호와 집 주소가 공개된다면 어떨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이 지난 5일 입법 예고되면서 정보기술(IT)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플랫폼법 이어 전자상거래법까지 규제칼날
공정위vs플랫폼 싸움…IT업계 “디지털 경제 역행”

네이버·카카오 등이 회원사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와 국내 1500여개 스타트업 연합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전부 개정안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7일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디지털 경제를 퇴행시키고 소비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는 시대착오적 개정안”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쇼핑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이를 중개하는 네이버·당근마켓·쿠팡·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판매자와 연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내용이 개정안 골자다. 지난해부터 비대면 거래가 급증해 피해사례도 늘어난 만큼 플랫폼도 적절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개정 취지. 전자상거래 소비자를 더 잘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라는데 IT업계는 왜 이렇게 반발하는 것일까.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뉴스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뉴스1

이용자 실명·주소·전화번호 전달? "개인정보 침해"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개인 간 거래(C2C·Consumer-to-consumer)에서 분쟁이 생겼을 때 중개 사업자가 판매자의 실명·전화번호·주소 등 신원정보를 구매자에게 제공하도록 강제한 조문(제29조)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문 판매업자가 아닌 당근마켓 등을 통한 동네 주민 간 거래에서도 이 규제가 적용된다.
당근마켓 캠페인 이미지. [사진 당근마켓]

당근마켓 캠페인 이미지. [사진 당근마켓]

 
인기협 등은 이 조항이 "개인에게 분쟁 해소 책임을 떠넘기고,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를 부추겨 혁신 서비스 생태계를 크게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국내 한 C2C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 어떤 C2C 플랫폼도 판매자 주소 등 세세한 신원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적당한 익명성이 편리한 거래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소나 실명, 전화번호를 제공한다고 분쟁이 원만히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다"며 "오히려 구매자가 판매자 집을 함부로 찾아가는 등 분쟁이 격화될 소지가 큰데 공정위가 이런 현실적 문제를 제대로 고민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더구나 플랫폼이 분쟁 당사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했을 때는 법률적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정미나 코스포 정책실장은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상당히 커 이번주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유권 해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계 근거 빈약…일방적·권위적 간담회"

인기협과 코스포는 7일 공정위가 전상법 개정안에 인용한 소비자원 실태조사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비판했다. [사진 공정위 보도자료 캡처]

인기협과 코스포는 7일 공정위가 전상법 개정안에 인용한 소비자원 실태조사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비판했다. [사진 공정위 보도자료 캡처]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기협은 "공정위는 최근 5년간 온라인 거래 관련 피해구제 신청 6만9452건에 근거해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하지만 매달 수백만건 거래가 이뤄지는 주요 9개 플랫폼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평균 약 20건의 피해구제 신청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롭고 강한 규제를 도입할 논거로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의견 수렴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간담회 과정에서 단 한 번도 개정안 전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민감한 조항은 제외한 상태에서 2~3차례 간담회가 진행됐다고 인기협은 지적했다.
 
앞서 공정위는 네이버·쿠팡·배민·직방·야놀자 등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을 막겠다며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발의했을 때도 모수가 부족한 법제연구원 실태조사를 인용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플랫폼 이용자 61%가 불공정 거래를 경험했다"고 발표한 이 조사가 100명 대상 온라인 설문이었기 때문이다. 이중 48명의 '불공정 거래 경험'을 앞세운 규제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당시에도 IT업계는 "현장조사부터 제대로 하고 규제해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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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규제할 수 있나"…역차별 논란

해외 SNS 인스타그램. [중앙포토]

해외 SNS 인스타그램. [중앙포토]

 
사실상 온라인 쇼핑 거래가 발생하는 인스타그램 등 해외사업자는 규제하지 못할 것이란 점도 국내 플랫폼업계 우려다. 공정위는 해외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해 역외적용 규정을 신설하고 국내대리인을 지정시키겠다고 발표했으나, 그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놨다.
 
이에 국내 한 쇼핑 플랫폼 관계자는 "대통령령 단서조항이 해외사업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될 것"이라며 "역차별을 조장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인스타그램(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인스타는 상거래 플랫폼이 아니다"라며 "실제 입법이 된다면 그때 조치를 고민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향후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관계 부처 및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4월 14일 이후 국회에 제출된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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