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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로 쓴 인생역전, 새 당구여제 김세연

중앙일보 2021.03.07 16:19
왕중왕전 격 LPBA에서 우승한 김세연. [사진 PBA]

왕중왕전 격 LPBA에서 우승한 김세연. [사진 PBA]

 
한때 시급 5500원의 당구장 아르바이트였다. 이제는 우승 상금 1억원의 어엿한 프로 당구선수다. ‘작은 땅콩’ 김세연(26)이 그 주인공이다.

왕중왕전 격 LPBA대회서 우승
알바 시급 5500원→상금 1억원
어깨 너머로 배워 8년만에 정상

 
김세연은 6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SK렌터카 LPBA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가영을 세트스코어 4-2로 꺾었다. 3쿠션, 7전4승제 세트제로, 11점을 먼저 따면 이기는 방식이다. 세트스코어 3대2로 앞선 6세트에서 1-9로 끌려가다가, 12이닝에 하이런(한 이닝 연속 최다점) 7점을 기록했다. 이후 뱅크샷에 이어 옆돌리기로 11점 마침표를 찍었다. 왕중왕격인 이번 대회 우승으로, 여자 당구 역대 최고 상금인 1억원을 차지했다. 우승 직후 눈물을 쏟았던 김세연은 하루가 지난 7일 “아직도 실감 안 난다. 인생 역전”이라고 말했다.
 
김세연은 고교 졸업 직후인 2013년, 서울 양재동의 한 당구장에서 1년간 ‘알바’를 했다. 그는 “하루 5시간씩, 시급 5500원(나중에 6000원)을 받았다. 어깨 너머로 손님들 치는 걸 보다가, 퇴근 후 직접 쳐보게 됐다. 재미 있었다”고 말했다.
 
 김세연은 2016년 전문대 스포츠 레저학과에 입학했다가 한 학기 만에 그만뒀다. 전북 정읍의 동호인 당구 대회에 나갔다가 당구 선수 강지은(29)을 만났다. 김세연은 “지은 언니와 당구 선수로 꿈을 키워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2017년부터 같이 살고 있다. 외곽 당구장을 돌며 일반인 고수를 상대하며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당구장에서 세팅 알바를 했지만, 3년 전부터는 손님과 시합 또는 레슨을 하며 월 120만원 남짓 벌었다.
 
왼쪽부터 강지은과 김세연, TAS 강태경 대표. [사진 김세연]

왼쪽부터 강지은과 김세연, TAS 강태경 대표. [사진 김세연]

 
 프로에 뛰어든 김세연은 2019년 LPBA 초대 대회에서 준우승했다. 지난해 10월에는 TS샴푸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크기 않은 키(1m58㎝)로 속전속결 상대를 꺾어 ‘작은 땅콩’, ‘속사포’로 불린다. 주 특기는 옆 돌리기와 빗겨치기다. 숏 컷으로 자른 헤어스타일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김세연은 상금 1억 원에서 세금과 발전기금 등 8.3%를 제하고 받는다. 그는 “가족들이 처음에는 ‘여자가 무슨 당구냐’고 했다. 그러다가 TV 중계에도 나오자 ‘당구가 음지에 있는 스포츠가 아니구나’라고 하셨다. 엄마와 지은 언니에게 상금에서 1000만 원씩 드릴 거다. 지은 언니가 늘 ‘니가 최고’라고 용기를 줬다. 지금 월세에 사는데, 전세를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3개 채널에서 생중계했다. 김세연은 큐 브랜드 TAS, K빌리어드 후원도 받는다. 그는 “한 때 시급 5500원이었는데, 상금 1억원이라니. 막연하게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열정을 갖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누구나 한 번 쯤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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