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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말리는 공항될라” 가덕공항 추진에 불안한 대구·경북

중앙일보 2021.03.07 11:30
4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항동 대항전망대에서 한 페인트 작업자가 비행기 모형에 적힌 신공항 건설 반대 문구를 지우는 페인트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전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하는 지자체가 설치한 이 비행기 조형물에는 'No Plane No Pain(비행기가 없으면 고통도 없다), '우리는 살고싶다'등 신공항 건설 반대 문구가 쓰여 있었다. 뉴스1

4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항동 대항전망대에서 한 페인트 작업자가 비행기 모형에 적힌 신공항 건설 반대 문구를 지우는 페인트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전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하는 지자체가 설치한 이 비행기 조형물에는 'No Plane No Pain(비행기가 없으면 고통도 없다), '우리는 살고싶다'등 신공항 건설 반대 문구가 쓰여 있었다. 뉴스1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에 대한 비판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절차를 무시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반발이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폐지 주장까지 일고 있다. TK 지역의 가덕도 신공항 비판의 저변에는 현재 진행 중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이 동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남부권관문공항재추진본부(이하 재추진본부)는 지난 4일 대구 중구 대구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폐지를 촉구했다. 가덕도 특별법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81, 반대 33, 기권 15표로 통과됐다. 특별법은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재추진본부는 “가덕도 특별법 제정은 나라와 지역을 망칠 최악의 포퓰리즘”이라며 “가덕도 특별법은 정당한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국가재정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관련법 31개를 패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터무니없는 가덕도 특별법의 졸속입법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의 망국적 행위를 규탄한다. 덩달아 포퓰리즘에 빠진 국민의힘도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특히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되고 있다. 뉴스1

 
 재추진본부는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되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결국 ‘고추 말리는 공항’이 되고 말 것”이라며 “망국입법인 가덕도 특별법 폐지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대의와 원칙에 따라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재추진본부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고추 말리는 공항’, 즉 이용객이 현저히 적어 경제성이 낮은 공항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현재 상황이 유지될 경우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가덕도 신공항보다 경쟁력 측면에서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가덕도 신공항은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수조원의 재정을 들여야 하는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관문공항인 데 반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군 공항 이전 특별법에 따라 부지 개발 수익으로 이전 비용을 충당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된다. 두 공항 간 가용 예산의 차이가 큰 만큼 상대적으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시설과 인프라 수준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역 여론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에 여론의 이목이 쏠리다 보니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사업 자체가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가덕도 신공항 건립 유무와 무관하게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상도 의원,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이만희 의원(왼쪽부터)이 지난달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곽상도 의원,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이만희 의원(왼쪽부터)이 지난달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 지사는 지난 2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통과되고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은 통과가 무산되면서 대구·경북 신공항 사업 자체가 백지화된 것으로 오해하는 도민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역민 사이에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서 신공항 사업 자체가 무산된 것이란 오해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여론을 환기시킨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4·7 재보궐 선거를 통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성난 민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형기 재추진본부 상임대표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시·도민 54%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희망적이다. 애국애향의 부산시민이 이번 4월 보선에서 매표행위 포퓰리즘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투표로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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