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총재(왼쪽)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 청와대에서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근본적으로는 밥그릇 다툼…"낙하산 없앤다고 약속하면 끝날 문제"
반면 한은은 금결원은 지급결제시스템 운영기관인 만큼 금융위가 이를 관리ㆍ감독하는 건 권한 침해라고 본다. 지급결제 업무는 중앙은행의 고유 업무다.
금결원장을 둘러싼 갈등도 감정싸움으로 번진 원인이다. 금결원장은 전통적으로 한은 출신이 맡아왔다. 상황이 바뀐 건 2019년부터다. 이주열 총재가 지명한 인사에 한은 노조가 반발하며, 무주공산이 된 자리에 금융위 출신인 김학수 현 원장이 가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금결원장을 앞으로 안 보낸다고 서면으로 약속만 하면 끝날 문제”라고 했다. 지난달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이 총재에게 “한은 총재와 금융위원장이 앞으로 금결원에 낙하산 인사를 안 하겠다고 약속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확답을 받지 못했다.

네이버페이 등 전자금융업자 보유 충전금 규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커지는 전자금융…빅테크는 누가 관할하나
금융결제망에 대한 통제권도 또 다른 쟁점이다. 금융위는 지난 2019년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에 핀테크 기업에 금융결제망을 직접 개방하는 내용을 장기 과제로 담았다. 핀테크나 빅테크 기업이 은행에 의존하지 않고 자금 이체 등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위가 지정하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금결원이 운영하는 소액결제망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정성구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전자금융업자가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돼 (금결원이 운영하는) 소액결제망에 직접 참여할 것을 대비해 전자지급거래도 청산의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자금융업자는 전자적인 수단으로 이체와 송금·결제 대행 등을 하는 곳으로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토스 등이 포함된다.
금융결제망을 운영해 온 한은은 지급결제시스템 참가 기준을 한은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국회에 “개정안이 금융결제원의 한은 금융망 이용 여부를 승인하는 한은의 고유 기능을 크게 침해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담긴 전자금융거래의 정의도 논란을 낳고 있다. 너무 포괄적이라는 것이다. 정경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당 정의대로라면 전금법의 적용 범위가 빅테크 기업을 넘어 금융 거래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금융위가 현재 민법과 상법의 영역인 금융거래까지 본인들의 감독 영역으로 포함하려는 욕심이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커지는 간편결제 서비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빅 브러더 논란에…"관련 규정 명확히 하면 해결될 문제"
금융위는 외부청산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에는 최종적으로는 주고받고 남은 잔액만 기록하고 있다. 외부 예치된 자금도 네이버페이 등 법인 명의라 개인 이용자의 잔액을 알 길도 없다. 도산이 발생하면 이용자에게 돈을 돌려줄 길이 없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반면 한은은 내부 거래를 청산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반발한다. 특히 금융결제원에 많은 정보가 모이는 만큼 ‘빅 브러더’ 이슈도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인정보 침해의 우려가 있다면 금융당국이 언제, 어디까지 정보를 볼 지 명확히 하면 해결될 문제인데 빅브라더 이슈로 데이터를 모으는 것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 교수는 "내부거래마저 외부청산하게 될 경우 비용 문제가 커지는 만큼 핀테크 육성 취지와 어긋난다"고 했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금융노조, 금융정의연대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뉴스1
빅테크에게 쥐어진 당근…해외 사업자도 국내 규제 적용
게다가 국내 핀테크 업체에 우산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금법 개정안에 국내외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에 대한 관리감독체계가 포함돼 있어서다. 구글 등이 진출하게 되면 외부 청산 의무 등을 모두 적용받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글 등의 진출이 본격화하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며 "해외 기업에도 각종 규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내 핀테크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