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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26) 비트코인은 진정 버블인가?

중앙일보 2021.03.07 00:05
암호화폐 기반 블록체인 기술 활용시 거래 공정성 담보 등 혁신 가능
 

‘버블에서 디지털 금으로’ 투자 자산으로 떠오른 암호화폐

블록체인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떠올린다. 암호화폐가 이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잘 알려진 사례이지만, 블록체인은 다양한 미래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사실 비트코인의 지나친 급등은 되레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블록체인은 흔히 인터넷에 비유된다. 1990년대 인터넷이 등장해 전 세계를 연결한 것처럼 블록체인을 통해 다시 한번 대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 기업과 여러 기관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지자체는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회사 데이터베이스를 블록체인으로 교체한다는 소식을 듣는 일도 이제 새롭지 않다.
 
누군가는 블록체인이 지금까지 크게 보여준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기술은 의미가 없다. 쓸모없는 기술이 과장되면 버블이 생기기 마련이다. 2000년대 초 정보통신(IT) 회사들이 닷컴 버블을 일으키고 그 투자의 후유증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닷컴 기업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 이후 2017년부터 닷컴 버블을 능가하는 암호화폐 버블이 2018년 초까지 진행되다가 꺼졌다. 당시 암호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만병통치약 같은 기술로 통했다.
 
이제 냉정하게 블록체인 기술을 바라볼 때다. 인터넷을 처음 접했을 때 밤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재미있고 신기한 장난감이었던 인터넷은 문서들이 하이퍼링크된 웹이라는 정보의 바다였다.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신대륙을 감상했고, 정보를 여기저기 퍼 나르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낯선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메일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지구인은 인터넷의 마법에 빠졌고, 그로부터 20여 년 동안 세상은 크게 변모했다. 모든 와해성 기술은 탄생해서 성숙 단계를 거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까지 10년이 걸렸고, 인공지능(AI)은 더 오랜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포스트 인터넷이라고 하는 블록체인에 사람들은 인터넷만큼 열광하지 않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비트코인 후 일상에서 우리 인식에 와닿는 신천지를 아직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블록체인은 가능성이 많은 기술로, 그 잠재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것이 인류의 과제다. 미국만 보더라도 블록체인에 대한 기업 투자액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금융업에서 블록체인 투자 지출이 가장 높아 전자 결제와 P2P(Peer to Peer) 대출이 유망하지만, 금융업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유통 전 과정을 추적하는 물류서비스업을 비롯하여 디지털 인증, 예술품의 진품 감정, 위조화폐 방지, 전자투표, 전자시민권 발급, 차량 공유, 부동산등기부, 병원 간 의료 기록 관리공유, 저작권 보호처럼 신뢰성이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적정가격 없는 암호화폐, 투기냐 투자냐

투기와 투자는 누구에게는 글자 한 글자 차이고 누구에게는 글자 한글 자 차이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약 1100조원) 선을 넘어섰다. 이는 7000억 달러 규모의 테슬라 시가총액을 넘어선 수준이다. 미국 한해 GDP가 24조 달러이니 그 시가총액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웬만한 나라 GDP를 훌쩍 넘으니 비트코인 가격은 말 그대로 천정부지 치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4배 이상 폭등한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2021년 들어서만 80% 넘게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가상화폐 사이트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월 20일 오후 10시 개당 5만7269달러에 거래됐다. 2월 16일 사상 처음으로 5만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18일 5만2000달러선을 뚫는 등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는 상황이다.
 
종전에도 비트코인을 둘러싼 논쟁이 전 세계적으로 회자됐다. 워렌 버핏을 비롯한 금융계 인사들은 비트코인의 처참한 말로를 얘기했다. 반면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같은 사업가들은 기술로서 암호화폐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높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암호화폐의 기저 기술인 블록체인이 금융서비스 진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았으나, 익명성을 가진 비트코인이 돈세탁, 테러자금지원, 조세포탈, 금융사기, 자본통제우회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규제방안을 위한 광범위한 국제협력을 강조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셉 스티글리츠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당국의 감독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성공한 사기라고 보았다. 그는 비트코인이 사회적인 순기능을 할 수 없으니 불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쉴러 교수 역시 비트코인은 일시적인 유행일 뿐이라며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예견했으나 현실은 그들의 주장과 반대로 갔다. 이 상황에서 정작 비트코인 개발자로 불리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그가 나타나서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비트코인 거래의 지침서는 없다. 회사의 이윤도, 채권증서도, 투자수익에 대한 지속적인 현금흐름도 참조할 것이 없다. 그냥 가격이 상승하여 수익을 낸 것을 참조할 뿐이다 그래서 비트코인에는 적정가격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기와 투자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투기와 투자는 흔히 혼용돼 사용되고 구분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누군가는 두 용어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 하나가 리스크(위험)에 대한 통제권이 있는가의 유무이다. 리스크를 통제할 능력이 있다면 투자이고 리스크에 대한 생각조차 없다면 그건 투기이다.
 
원자재에 대한 투자를 생각해 보자. 덜컥 아무 생각 없이 매수하였다면 그것은 투자가 아닌 투기이다. 하지만 원자재가 경기와 동행하며 특정 통화의 강세와 상관도가 높게 움직인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였다고 하자. 이는 투자로서 해당 통화의 추세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으로 바람직하다 하겠다.
 

암호화폐 최악의 버블? 금보다 5배 높은 가격 변동성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의 고객센터 전광판에 4000만원을 훌쩍 넘긴 비트코인 가격이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의 고객센터 전광판에 4000만원을 훌쩍 넘긴 비트코인 가격이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투기는 왜 위험한가? 합리적인 분석 없이 편승효과에 기반하여 너도 나도 투기판에 뛰어들어 버블이 형성됐다고 하자. 이후 손실이 가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 돈을 잃으면 사회 탓도 하고 정부 탓도 한다. 게다가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한다면 개인적 사회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투기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해악을 끼치며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만든다.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문제도 이를 인식한 것이다. 2017년 광풍 때처럼 미성년자까지 뛰어들고 하루 24시간 시세판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면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사회현상인가? 물론 투자든 투기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강변할 수 있겠다.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투기꾼이 치고 빠졌는데 아무런 생각 없이 뛰어든 선량한 사람들이 버블의 끝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생각해 보자. 개인, 사회가 지불할 비용과 도덕성 문제가 막대하다면 국가가 가만히 수수방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래서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규제에 대한 비용과 편익을 적절히 헤아려 적시에 적절한 방법으로 해야 할 것이다.
 
로버트 쉴러는 버블의 형성 과정을 생각의 전염이라고 하며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스토리를 만들어 사회 전체적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전염병처럼 번진 후 그 스토리에 의해 너도 나도 현혹돼 거대한 버블이 형성된다는 논리다. 그는 금융이 실물을 뒷받침하지는 않고 파생상품이나 여러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품을 만들어 투전판이 되게 한 것에도 강한 불만을 제기한다.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차례 발생한 자산 버블이 경제에 얼마나 해로운 지를 목격했다.
 
투기에 의한 자산버블의 지속적 발생은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게 만든다. 비트코인이 아무리 신기술과 혁신의 산물이고 개인 간 거래에 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또 다른 버블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너무 변동성이 심해서 화폐로서의 안정성을 갖추지도 않은 채 스토리로 질주한다는 것이 진정 사토시 나카모토가 상상한 ‘신뢰의 개인 간 거래’의 세계일까 반문해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지급결재 수단으로 생각하였다면 비트코인 가격의 안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개화도 하지 못한 ‘신뢰의 기술 블록체인’을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성이 불신으로 물들게 한다면 그건 기술을 죽이는 주범이 되는 것이다. 가치와 무관하게 스토리와 투기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광분하여 불나방처럼 뛰어든다면 그 사회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이 사회에 땀 흘리며 노력하여 돈을 버는 사람들에게는 독버섯 같은 존재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그는 버블의 형성과 관련하여 사촌이 땅 사서 돈 벌면 배 아프다고 말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편승효과로 투기판에 뛰어드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편하게 바라보는 것이 어려운 이유이다.
 
금융·경제 맥락에서 버블은 ‘금융자산의 시장 가격이 투기에 의해 상승하고, 높아진 자산 가격이 자산 가치를 또다시 높이는 과정을 반복하다 가치가 빠르게 수축 또는 폭락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경제에서 버블은 ‘실물경제의 경제성장 이상의 속도로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상태’를 이야기하는데, 이는 지속 불가능하다. 이를 금융자산에 적용해 보면, 금융자산가치의 버블은 ‘자산이 창출할 미래의 현금 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내재가치가 증가하는 속도보다 시장가치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른 현상’을 의미한다. 이 역시 지속되지 않는다. 버블을 충족하는 조건은 첫째, 투기에 의해 ‘가격이 상승’해야 한다. 둘째, 자산가격의 상승이 또다시 자산가치의 상승을 이끌어 내는 ‘자기가치순환’이 존재해야 한다. 셋째, 빠른 가치상승 후 ‘급격한 가치하락’이 있어야 한다. 즉, 모든 버블은 사후에만 인지 가능하다는 말이다.
 
비트코인은 최악의 버블이며 저금리 시대 큰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투기판이 됐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특히 변동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급격히 오른만큼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은 비트코인은 금보다 5배나 변동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 문제는 기관의 참여로 해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규제 강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옐런 장관은 2월 18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냐는 질문에 “비트코인은 투기성이 높은 자산이다. 최근 몇 년간 높은 수준의 변동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은) 거래 유도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고, 투자자를 위한 보호장치도 잘 갖춰야 한다”며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기관을 규제하고, 이들이 규제 책임을 준수하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교수 역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많은 사람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비트코인을 사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실제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채권이나 주식처럼 안정적 수입을 제공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크게 데일 것이고, 이후엔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결제 수단에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재조명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음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2020년 10월 세계 최대 글로벌 결제·송금 기업인 페이팔(PayPal)이 암호화폐 결제 허용을 선언하였으니 몇 년 전 버블 운운할 때와는 기반이 달라져 보인다. 최근에는 10만 달러를 넘어 100만 달러(약 11억원)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좀 지나쳐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비트코인의 큰 변동성에도 물가 상승과 빚이 늘어날 것이란 가정 속에 사람들이 값이 오를 ‘가치 저장 수단’을 찾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더 많은 기업이 비트코인을 자산에 편입하면 가격이 20달러를 훌쩍 뛰어 넘어설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결국 글로벌 준비통화(reserve currency·정부가 가치저장 수단으로 보유한 국제통화)가 될 것”이라며 시가총액이 금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기관도 등장했다. 하긴 종전 광풍과 다른 점이 여러 군데 보이긴 한다. 암호화폐 대표주자 비트코인이 초고속 랠리를 펼치며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큰손’들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시장에 진입하는 기관 투자가들이 늘어난 것이 가격 급등 배경에 있다. 이는 개인이 주도한 2017년 비트코인 열풍과의 근본적 차이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산시장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산으로 여기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페이팔보다 비트코인 결제를 먼저 허용한 미국 핀테크 결제 애플리케이션 스퀘어(Square)가 2020년 10월 비트코인에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돈의 3가지 흐름인 소비, 투자, 송금 생태계를 장악해 가는 스퀘어가 비트코인을 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에 어디서나 쓸 수 있는 화폐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2020년 6월부터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DeFi, Decentralized Finance)가 본격화됐다. 한 예로 암호화폐를 담보로 걸고 일정 금액을 대출 받거나, 다른 담보를 제공하고 암호화폐를 대출 받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암호화폐 대출 특별 코인이 등장해 열풍을 몰고 왔고 그 시장은 확대될 전망이다. 이제 세상은 중앙집중화된 은행시스템이 아닌 암호화폐를 활용한 P2P 금융거래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탈중앙화된 애플리케이션인 댑을 활용하여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대체불가토큰(NFT: Non-Fungible Token, 고유한 정보 또는 특성을 가진 토큰)도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구현되고 있다. 2020년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 가격 상승 폭이 더 가팔랐다. 이더리움 플랫폼의 유틸리티 토큰으로서 NFT인 샌드(SAND)를 사용하는 블록체인판 마인크레프트인 더 샌드박스(The Sandbox Game) 게임을 실행해 본다. 나만의 창작물을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하며 게임을 즐기는 세상이 현실화했다. 샌드박스 캐릭터를 제작하고 수상자에게 해당 캐릭터를 판매해 수익금으로 만들어 블록체인 게임 커뮤니티를 확장시키고 있으니 킬러댑(Killer Dapp·편의성과 효용성을 확보한 플랫폼) 탄생의 염원이 현실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뛰는 배경에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마스터카드 등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한 영향이 컸다. 테슬라는 2월 8일 공시에서 비트코인에 약 15억 달러를 투자한데 이어 비트코인으로 자사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2월 19일 트위터에서 법정 화폐의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일 때 단지 바보만이 (비트코인 등)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는다고 말해 투자심리에 불을 댕겼다. 대형 제조업체 중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쓰겠다는 기업이 처음 등장하자 금융사들이 즉각 반응했다. 마스터카드는 2월 10일 결제수단에 암호화폐를 일부 포함할 계획이라 밝혔다. 고객과 가맹점·기업에게 가치 이전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다.
 

버블이냐 자산이냐 뛰어넘어 가치 주목해야

같은 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중 한 곳인 뉴욕멜론은행이 자산관리 고객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비자도 은행들과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 출시를 준비 중이라 밝혔다. 비트코인에 ‘반신반의’하던 자산운용사들도 시장규모가 1조 달러 수준으로 커지면서 하나둘씩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 자회사가 비트코인 투자를 고려중이며, 블랙록의 글로벌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 릭 리더가 CNBC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조금 해보기 시작했다”고 투자를 공식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분명 고객들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불허했던 2017년과는 매우 다르다. 그래도 우리는 일론 머스크의 비트코인 투자 이후의 반응에도 신경을 쓸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일론 머스크가 가상화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이 높은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머스크는 대표적인 비트코인 회의론자이자 금 투자 옹호론자인 피터 시프의 트위터 글에 이러한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고 2월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머스크는 시프가 “금이 비트코인과 종래의 현금보다 낫다”고 밝히자 “돈은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피하게 해주는 데이터일 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100조원)를 넘어선 상황에서 머스크가 이렇게 말했다”고 주목했고, 경제전문매체 인사이더는 “머스크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높아 보인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 1월 27일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약 86%가 CBDC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과 CBDC는 실물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정반대의 특징을 갖고 있다.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비트코인은 네트워크 내 모든 참여자가 거래정보를 검증하고 보관하는 분산원장(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반면, CBDC는 탈중앙화에 정면 대응한 화폐로서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 데이터를 보유한다.
 
우선 비트코인과 중국 인민은행이 낸 CBDC 디지털 위안화의 대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폐 발행은 중앙은행의 독점적 책임이고 중국의 CBDC는 ‘중앙집권적 관리’ 아래 있기에, 화폐 발행에 대한 국가의 독점력은 확고하다. 페이스북의 ‘리브라(디엠으로 변경)’로 국가 화폐 발행권이 도전받은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기존 화폐와 동등한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화폐 발행과 통화 정책에 대한 국가의 힘을 유지하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막대한 모바일 결제 시장을 암호화폐나 민간 결제 시장에 넘겨줄 수는 없다. 민간 기업의 결제 플랫폼이 모바일 시장을 넘어 중국 금융 시스템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른 때에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거의 사용법이 같아서 두 회사에 대한 결제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CBDC는 특성상 자금 흐름과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거래 현황과 자산 현황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위안화에 현금처럼 익명성을 보장하고, 탈세나 자금 세탁, 테러 등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경우에만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할 방침이다. CBDC애플리케이션은 결제 송금 기능을 갖추어 디지털 위안화 국제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암호화폐 이외에 사회에 기여하는 블록체인 세상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블록체인이 다음과 같은 세상을 열어간다면 국가는 이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그 배후에 있는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죄악시할 필요까지 있을까 싶다. 예컨대 중고차를 재판매할 때 “이 차의 주행 거리는 얼마인가요?”와 같은 질문들이 쏟아진다. “사고가 났나요?” “이전 주인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았나요?”라고 묻기도 한다.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는 전체 차량 기록을 추적 및 확인하고 주행거리와 같은 데이터를 제3자와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반 에너지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충전 관리 중심으로 벤처기업 대표 사례가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전기차 충전 결제 시스템, 태양광 공유 시스템이면서 동시에 전기차 충전 공유 비즈니스도 함께 하는 블록체인 벤처를 보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시너지를 이루는 미래를 그려 본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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