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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하다더니…‘백신 예산’ 적자 건보재정으로 충당 논란

중앙일보 2021.03.06 10:5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참관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참관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100만~50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정부가 재난지원금 못지않게 강조한 추경 편성 명분이 백신 구매ㆍ접종 예산 확보였다. 올 초까지만 해도 충분하다고 한 백신 구매 비용을 추경을 통해 충당하기로 한 배경과 재원 마련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백신 단가 올라 추경 투입 

정부는 올해 1차 추경 15조원 중 18%에 해당하는 2조7000억원을 코로나19 백신 확보ㆍ접종 비용으로 쓰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26일 접종을 시작한 백신 구매에 2조3000억원, 접종에 4000억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당초 충분하다고 강조한 백신 예산이 늘어난 배경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2021년 예산안을 마련할 당시 예정한 백신 구매 물량을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필요한 예산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추진한 4400만명분 백신 구매 예산(1조5000억원)보다 올해 추경에서 포함한 3500만명분 백신 구매 예산(2조3000억원) 규모가 더 늘어난 건 백신 단가 때문이다. 올해 예산안 편성 이후 추가 구매를 결정한 모더나ㆍ화이자ㆍ노바백스 등 백신 단가는 당초 예산안에 포함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단가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 국민 무료접종’이라고 홍보했지만, 전액 국고에서 충당하는 것도 아니다. 기재부는 백신 접종비의 30%는 국고에서, 70%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는 식으로 정했다. 세금으로 마련하는 국가 예산과 건보료가 재원인 건보 기금은 엄연히 다르다. 세금은 납세자 혜택과 무관하게 납세 능력에 따라 부과하지만, 국민연금ㆍ건강보험ㆍ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은 ‘수익자 부담’을 원칙으로 혜택에 맞는 보험료를 낸다. “내가 낸 보험료로 운영하는 건보 재정에서 백신 접종비를 조달하면 무료 접종인가”란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은 “공공 접종센터를 통한 백신 접종은 국고에서 100% 부담하지만, 민간 병원을 통한 접종은 수가 일부를 건보가 부담한다”며 “건보 재정이 양호한 수준인 데다 공적인 측면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건보 재정으로 메워도 괜찮나 

문제는 건보 재정이 화수분이 아니란 점이다. 건보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건보 부채는 2020년 12조9000억원에서 2024년 16조1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80.6%에서 116.1%로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늘어나는 건보 재정 부채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늘어나는 건보 재정 부채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건보 재정은 2017년 현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면서 악화하는 추세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80%에 크게 밑돌자 2023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소요 예산은 총 31조6000억원이다. 건보는 2011년부터 매년 흑자를 내다 문재인 케어를 시작한 2018년 적자로 돌아섰다. 그리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병원 방문자가 급감해 연 3조원에 육박하던 적자가 3000억 원대로 감소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보료 인상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재정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코로나19 재난 상황인 만큼 건보 재정에서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백신 접종처럼 재난 상황에서 특별한 처치를 위한 비용은 국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래다. 세계 최고 수준 저출산ㆍ고령화 추세로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노인 의료비도 급증할 예정이다. 누적 흑자가 든든하더라도 건보 재정 지출 속도가 너무 빨라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형규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보험료 낼 사람은 줄어들고, 들어갈 곳은 많아지는데 예방이 아니라 치료 목적으로 비출한 한정한 건보 재정부터 건드리고 있다”며 “건보 재정에 미래를 대비한 지출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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