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오 디자이너. [사진 태오양 스튜디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103/18/ff1cf0e3-018e-40a4-9c74-3fb648f41500.jpg)
양태오 디자이너. [사진 태오양 스튜디오]
경주박물관 리뉴얼 양태오 디자이너
신라 미학과 오롯이 대면 경험
학습서 감성 공간으로 재탄생
로비 복도 벽 뚫고 낸 큰 창 눈길
남산 풍경도 실내로 끌어들여
명상 위해 의자 위치·높이까지 신경
![새롭게 단장한 국립경주박물관 내 신라역사관 로비. 한옥과 신라 굽다리 토기에서 모티프를 따온 천장구조와 벽장식이 포인트다. [사진 태오양 스튜디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103/18/7f57e641-f855-45fa-9514-ca43259b636d.jpg)
새롭게 단장한 국립경주박물관 내 신라역사관 로비. 한옥과 신라 굽다리 토기에서 모티프를 따온 천장구조와 벽장식이 포인트다. [사진 태오양 스튜디오]
“박물관도 이제 학습의 공간에서 감성의 공간으로 바뀌어야 할 때죠.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한 수천 년 전의 신라 유물들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디자인적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선 ‘감상의 연결’을 위해 로비 복도 벽을 뚫고 큰 창을 달아 전시관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끝이면서 새로 시작되는 일종의 ‘오픈 엔디드’ 구조로, 유물 감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다. 건물 입구 한쪽을 통창으로 막고 경주 남산의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인 디자인은 ‘감성적 휴식’을 위해서다.
“창 앞에는 사자 석조물을 배치했어요. 원래대로라면 유물은 전면에 조명을 받아야 하지만, 해를 등지게 한 건 경주 남산 풍경의 한 요소로 유물을 포함시키기 위해서였죠.”
하이라이트는 중앙에 위치한 노출 전시대다. 유리 밖으로 나온 신라 토기들은 고색창연한 색과 질감으로 생생하게 다가와 시선을 확 붙든다.
“박물관에 갈 때마다 유리라는 필터를 사이에 두고 유물을 보는 게 아쉬웠어요. 찬란하고 아름다운 신라 미학과 오롯이 대면할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싶었죠.”
일상에선 할 수 없는 ‘유물과의 직면’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고, 좋은 추억은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새로운 경험에서 촉발된 동시대의 문화 창출. 21세기 박물관이 지향해야 할 숙제를 디자인으로 표현한 것이다.
![신라의 대표 유물인 굽다리 토기를 유리막 없이 노출시킨 로비 중앙 전시대. [사진 태오양 스튜디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103/18/378f0c92-3529-4c95-91c7-ba4edcb8e6c7.jpg)
신라의 대표 유물인 굽다리 토기를 유리막 없이 노출시킨 로비 중앙 전시대. [사진 태오양 스튜디오]
“불국정토(佛國淨土)를 꿈꿨던 신라인들이라면 불상 앞 어디쯤, 어떤 높이에 앉았을까 상상하면서 종교적 위엄과 친근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위치와 각도를 찾아냈죠.”
양 디자이너의 작업에는 늘 ‘한국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그는 정작 스스로를 “디자이너 이전에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서술형 사고방식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과거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이 왜 존재했는지, 어떤 철학을 담고 있는지 질문하고 답을 찾아 현대인의 일상에서도 감성과 휴식을 전달할 수 있도록 동시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하는 게 제 역할이죠.”
“스토리텔링 뛰어난 디자이너” 호평
![2018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와 협업한 피카부 백. [사진 태오양 스튜디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103/18/8fc22db5-69ba-495f-93cf-a0ec89d8d3da.jpg)
2018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와 협업한 피카부 백. [사진 태오양 스튜디오]
“서양 브랜드들과의 작업이 늘면서 제품명을 영어로 짓는 일이 잦다보니 욕도 자주 먹어요. 하하. 한국 문화를 소개하면서 왜 한글을 사용하지 않느냐는 거죠. 하면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구분 짓는 건 우리 문화를 ‘과거’라는 창고에만 처박아두는 것과 같아요. 지켜야 할 것은 당연히 존재하고 그것을 존중하는 일은 더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의 MZ세대 또는 서양인과 소통하려면 적절한 표현법이 필요해요.”
디자인 하나를 시작할 때마다 엄청난 양의 자료조사와 공부를 한다는 그는 지난 8년 간 하루 평균 3~4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없다고 한다.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것의 본질은 사람들로 하여금 매일 ‘무엇을 바라보게 만들 것인가’죠. 엄청난 책임감이 느껴지는 만큼 우리 문화의 과거·현재·미래를 깊이 꿰뚫어보려 노력 중이에요.”
양태오
시카고 미술대학에서 공부한 뒤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와 일했다. 귀국 후 2010년 ‘태오양 스튜디오’를 설립해 롯데월드타워 123층 루프톱 라운지, 중국 베이징 한국문화원 VIP 접견실, ‘백화점보다 좋은 고급 화장실’로 유명한 망향휴게소 화장실 리노베이션 등 한국적 미감을 살린 공간 디자인을 선보였다. 2017년 영국 침대 브랜드 ‘사보이어’와 협업한 ‘문 01(The MOON 01)’로 한국 디자이너 최초로 ‘런던 디자인 위크 톱 10’에 선정된 바 있다.
서정민 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meantre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