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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사망 전날…軍, 법원에 '성기훼손은 자해' 주장했다

중앙일보 2021.03.05 21:13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오종택 기자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오종택 기자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전역처분취소 행정소송을 내 변 전 하사와 재판을 앞두고 있던 군이 지난 2일 법원에 변 전 하사를 강제 전역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했던 것으로 5일 파악됐다. 변 전 하사가 숨지기 하루 전에도 군은 변 전 하사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에 따르면 군은 사흘 전 법원에 변희수 하사를 강제 전역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54페이지짜리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군은 준비서면에서 '남성 성기가 없는 것은 장애', '성기재건수술은 고의로 신체를 훼손한 자해',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 없음' 등을 이유로 변 하사를 군대에서 강제 전역조치 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이에 임 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군이 꾸준히 주장해온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군은 왜 심신장애인지, 장애 관련 법률 어디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인권위도 부당하다는 입장을 냈다"고 토로했다.
 
임 소장은 법원의 늦은 일 처리 과정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법원이 (소송을 내고) 7개월여가 지난 시점에서도 소송을 진행하는 심리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라며 "법원은 항상 말로는 인권의 보루라고 주장하는데, 하는 일은 그렇지 않다. 이미 변 전 하사는 사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소장은 변 전 하사의 죽음 뒤에 "혐오와 배제가 있다"며 "군의 배신과 차별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군을 비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뉴시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뉴시스

 
변 전 하사는 군 복무 중 성전환(남→여)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 조치됐다. 지난해 7월 육군의 인사소청 심사가 기각되자, 한달여 뒤인 8월에는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오는 4월 첫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변 전 하사는 지난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 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변 전 하사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나온 군의 애도 표명에 대해 임 소장은 "육군은 4년간 동고동락한 전우의 부고에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며 몰염치한 애도를 전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임 소장은 "지금 군이 변희수 하사에게 전해야 할 것은 애도가 아닌 사과, 핑계가 아닌 대책"이라며 "소수자의 다양한 삶이 배제되고, 낙오하고, 모자란 삶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존엄한 삶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진실을 기필코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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