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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사퇴 다음날 "박범계 장관님, 살려주십시오" 평검사의 읍소

중앙일보 2021.03.05 11:47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경기 과천정부청사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경기 과천정부청사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의를 밝힌 다음날 현직 검사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살려 달라”며 읍소하는 글을 올려 풍자했다. 이 검사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수사를 전면 중단하면 검찰을 용서해 줄 것이냐고 박 장관에게 물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노산(37·사법연수원 42기)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법무부 장관님, 살려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제목은 지난해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이었던 박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예산과 관련해 “의원님, 살려주십시오”라고 말해보라고 해 논란이 된 것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검사는 먼저 “소인은 일개 형사부 검사로 직접적으로 사건에 관여하지는 않았으나 존귀한 분들의 수차례 경고를 거슬러 제 잘난 맛에 여기 댓글, 저기 댓글 어떨 때는 야심 차게 장문 글도 쓰며 멋모르고 날뛰었다”며 “참다못해 빼 드신 법무부장관과 장관 동지분들의 칼날에 목이 날아가게 생긴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참회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행동을 고치고 검찰 동료들에게 권선(勸善)하려면 장관께서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진대 여지껏 검찰 개혁 말만 들었지 구체적으로 바람직한 검사가 마땅히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장관의 뜻을 들은 바가 없다”며 “명을 경청하고 받들어 비천한 목숨이라도 연명하고자 한다”고 썼다.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박 검사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언급하며 “중대 범죄로 취급해 수사 중인 월성 원전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등에 대해 수사를 전면 중단함은 물론 재판 중인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 등의 사건, 울산시장 하명수사 사건 등에 대해서도 모두 공소를 취소하면 검찰을 용서해주시겠는가”라고 박 장관에게 물었다.
 
또 “저희는 심히 무지한 탓에 범죄가 의심되면 사람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사를 함이 본분인 줄 알았을 뿐 높으신 분들을 수사하면 반역이 된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으니 우매함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검찰이 수사를 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평가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모순’이라고 했는데 그 모순이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뜻이 맞는가”라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기소 여부 결정’이 목적이라면 당연히 사실관계와 법리를 조사해봐야 할 것이고, 그게 바로 수사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짚어 달라”고 강조했다.
 
박 검사는 끝으로 “미리미리 공부해 중대범죄 수사도 스스로 금하고, 분수를 알아 높으신 분들의 옥체를 보존하며 모순되는 행동을 삼갔어야 했건만 왜 장관과 높으신 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을까”라며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라고 적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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