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에서 소감을 밝히는 이효희 코치. [사진 한국배구연맹]](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3/05/b86b09b2-7765-4c3c-a0ad-91090febce3a.jpg)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에서 소감을 밝히는 이효희 코치. [사진 한국배구연맹]
이효희 코치는 세트 1만5401개 신기록상과 공로패를 받았다. 동료들은 촉촉한 눈으로 이를 지켜봤다. 하지만 마이크를 잡은 이 코치는 "기회를 주신 구단에 감사하고, 늘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도 감사하다"며 짧게 인사했다. 은퇴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 은퇴식 이후 이효희 코치에게 물었다. "왜 눈물을 보이지 않았나."
이 코치는 "경기가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날 경기는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3위를 두고 IBK기업은행과 벌인 일전이었다. 도로공사는 관중 입장이 이뤄질 때까지 최대한 은퇴식을 미뤘으나,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홈경기로 결정했는데 하필 그 경기가 3위 싸움이 걸린 승부였다.
![현역 시절 이효희 도로공사 코치. [사진 도로공사]](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3/05/6722ccaa-27db-4617-aa08-f9eb4e68f3d6.jpg)
현역 시절 이효희 도로공사 코치. [사진 도로공사]
이효희 코치는 "김종민 감독님에게도 '27일만 아니면 좋겠다'고 했는데, 마지막 홈 경기라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코치는 "팬들이 안 계셔서 아쉬웠지만, 구단 최초로 영구결번까지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했다. 이어 "팬 여러분께 항상 응원해주셔서 고맙다고 하고 싶다. 경기력이 너무 안 좋을 때면 선수들이 "우리가 팬이어도 실망스러울 거다"라고 할 때가 있는데, 그런 때도 부상 없이 뛰라고 격려해주신 것도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 코치의 눈물은 경기 뒤에 나왔다. 이날 경기에서 도로공사는 먼저 두 세트를 내줬지만,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효희 코치는 "넘어가는 경기를 선수들이 뒤집어줘서 고마웠다. 그래서 눈물이 조금 나왔다"고 했다. 선수들은 이 코치를 위해 헹가래도 쳤다. 이효희 코치는 "IBK기업은행에서 우승했을 때 이후 두 번째다. (정)대영이부터 다른 후배들이 기뻐해줘 더 좋았다"고 했다.
![은퇴식이 열린 2월 27일 IBK기업은행전 승리 뒤 이효희 코치를 헹가래치는 도로공사 선수들. [코보티비 유튜브 캡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3/05/18d32014-a1c0-4ceb-8f7a-9a04e0f891db.jpg)
은퇴식이 열린 2월 27일 IBK기업은행전 승리 뒤 이효희 코치를 헹가래치는 도로공사 선수들. [코보티비 유튜브 캡처]
늘 화려했던 건 아니다. 데뷔 초엔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많았다. 20대까지는 국가대표팀에도 거의 가지 못했다. 1시즌 동안 실업팀에서 뛴 적도 있다. 이효희 코치는 "내가 싫증을 안 느끼는 성격"이라며 "하고 싶은게 많은 나이인 어릴 때도 배구 말고 생각하고 싶은 게 없었다. 나가서 노는 것도 안 좋아해서 배구에 집중했다"고 떠올렸다.
그런 그도 배구를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다. 이효희 코치는 "22살 때, 팀에 세터가 3명이었다. 공격수는 그래도 리시브 한 번, 서브 한 번, 공격 한 번이라도 기회가 오는데 세터는 교체 투입이 거의 없다. 선배 세터와 후배 세터 사이에 있다 보니 기회가 더 적었다. 짐까지 쌌는데 최광희 언니가 내 짐을 다 풀어주며 마음을 다잡아줬다"고 떠올렸다.

이효희 코치는 "감독님이 고은이에게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고, 많이 들어주신다. 옆에서 내가 많은 걸 가르쳐주지 못해서 미안한데, 시즌을 치르면서 많이 늘었다"고 칭찬했다. 이어 "고은이가 연습을 진짜 많이 했다. 경기에서 그만큼 못 보여줘 안타까웠는데 이제는 나오고 있다"고 했다.
팀내 선수들이 부르른 호칭은 '효쌤(효희 선생님을 빠르게 읽은 것)'이다. 이효희 코치는 "대영이는 아직도 언니라고 부를 때가 있다"며 "다른 선수들도 운동중에 공을 잡아주거나 하면 무의식적으로 '언니'라고 했다가, '죄송해요 효쌤'이라고 말한다"고 웃었다. 이 코치는 "선수 생활을 최근까지 해서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있는 게 장점인 것 같다"고 했다.

이효희 코치는 "KGC전에서 진 뒤 선수들이 마음이 상했을까봐 감독님이 자리를 만드셨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서로의 플레이에 마음 상해하지 말자'고 했다"며 "누구보다 선수들이 힘든 상황이다.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누구보다 이런 경험이 많은 이효희 코치는 어떻게 선수들에게 힘을 주고 있을까. 이 코치는 "'편하게 하라'고 해도, 머리 속에는 '이겨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 그럴 때일수록 혼자 놔두면 안된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잡담이라도 같이 해줘야 한다"고 했다. 포스트시즌 경기만 40번이나 한 베테랑 선수 출신 코치다웠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