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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동료 병뚜껑 따주면 안돼" 中은행 '이성간 거리두기' 매뉴얼

중앙일보 2021.03.05 05:00
중국 공상은행이 최근 "이성 동료 간의 거리를 두자"는 내부 방침을 담은 만화 매뉴얼을 공개했다. 
 

공상은행, 만화 매뉴얼 공개
"손가락 접촉할 수 있어 곤란"
"펜 주워주기는 문제 없어"

3일 중국 매체인 신랑 차이징(新浪財經)과 미국의 소리(VOA) 등을 종합하면 이 매뉴얼에는 밀폐된 공간에서 이성 동료와의 스킨십이나 일대일 식사, 둘이서만 같은 차 안에 타기, 둘만 있을 때 선물주기 등을 피하라는 내용의 권고 사항이 담겨 있다.  
 
매뉴얼에서는 해도 되는 행동(초록 불)과 위험한 행동(주황색 불), 해서는 안 되는 행동(빨간 불)을 각각 신호등에 비유했다. 
 
예컨대 어깨(주황색 불)는 살짝 건드릴 경우 민감한 행동이 되지만 머리는 쓰다듬으면 안 된다(빨간 불)는 식이다.
 
문제는 위험한 행동과 해선 안 되는 행동 간의 경계가 모호하고 예시 내용도 아리송한 대목이 많다는 점이다. '동료와 나눠도 되는 이야기 주제'라는 제목의 그림에선 투자와 관련된 주제("오늘 펀드가 또 하락했어")는 괜찮지만, 립스틱과 관련된 이야기에는 주황색 불이 들어와 있다. '여자친구 흉보기'는 아예 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직장 내 대화 주제로 펀드(제일 위, "오늘 펀드가 또 폭락했어")는 가능하지만 립스틱 색깔(가운데, "내가 무슨 립스틱을 바르면 예쁠까?" "네 입술에 바른 게 가장 예뻐")은 위험하고 여자친구 이야기(제일 아래, "말도 마, 여자친구랑 싸웠어. 걔가 너무 오버했어")는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 [웨이보]

직장 내 대화 주제로 펀드(제일 위, "오늘 펀드가 또 폭락했어")는 가능하지만 립스틱 색깔(가운데, "내가 무슨 립스틱을 바르면 예쁠까?" "네 입술에 바른 게 가장 예뻐")은 위험하고 여자친구 이야기(제일 아래, "말도 마, 여자친구랑 싸웠어. 걔가 너무 오버했어")는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 [웨이보]

그러나 립스틱 대화 내용을 보면 여성이 "내가 무슨 립스틱을 바르면 예쁠까?" 라고 하자 남성이 "네 입술에 발라진 색이 제일 예쁘다"고 답한다. 
 
남성이 립스틱에 대해 보인 반응("네 입술에 바른 게 가장 예쁘다")이 듣기에 따라선 '여자친구 흉보기'(빨간 불)보다 더 거북할 수 있음에도 '주황색 불' 정도로 언급한 것이다.
이성 동료를 도와줄 수 있는 범위 예시에서 연필 주워주기(위 그림)는 되지만, 병 뚜껑 따주기에는 주황색 불(아래 그림)이 들어와 있다. 손가락을 건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웨이보]

이성 동료를 도와줄 수 있는 범위 예시에서 연필 주워주기(위 그림)는 되지만, 병 뚜껑 따주기에는 주황색 불(아래 그림)이 들어와 있다. 손가락을 건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웨이보]

매뉴얼에는 이성 동료를 도와줄 수 있는 범위까지 제시하고 있다. 
 
연필·펜 등을 주워주기는 '초록 불'이지만 음료수 뚜껑을 따주는 것에는 '주황색 불'이 들어와 있다. 음료수 뚜껑을 딴 뒤 건네면서 손가락이 서로 맞닿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거운 짐 드는 건 OK, 핸드백은 안돼 

또 무거운 짐은 들어줘도 되지만 여성들이 드는 핸드백 같은 물품은 들어줘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적시되어 있다.  
 
공상은행 혁신연구개발센터 측은 "우리는 개인의 발전과 가족의 행복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이들이 매뉴얼을 받아들이도록 독려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현지에선 "중고등학생도 이렇게 간섭하진 않을 것 같다"는 반응과 "회사 내 성희롱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맞으니 차라리 이렇게라도 정해주는 게 낫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VOA는 "중국 공상은행은 전 세계적으로 43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면서 "1년 전까지만 해도 성희롱이 법적인 범죄로 인정되지 않았던 중국의 회사로서는 매뉴얼이 나온 것은 드문 조치"라고 전했다.   
 
중국에선 지난해 성희롱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책임을 학교·기업·단체 등이 지도록 하는 법안이 제정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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