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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땅 가지면 안되나" LH발 전수조사에 공무원 술렁

중앙일보 2021.03.05 05:00
4일 오후 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주변 도로에 LH를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4일 오후 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주변 도로에 LH를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경기도 시흥시청은 요즘 어수선하다. 한국토지공사(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시흥지구에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으로 국민적 관심이 이 지역에 쏠리면서다. 시흥시 역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땅 투기 여부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시흥시의 한 관계자는 "'본보기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광명·시흥지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 땅을 가진 직원들까지 술렁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흥·광명·안산 잇따라 공직자 투기 조사

공무원들이 떨고 있다. LH 직원 땅 투기 의혹 이후 각 지자체 등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땅 투기 전수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에 따르면 시흥시와 광명시는 논란이 된 광명·시흥지구(광명시 광명동·옥길동·노온사동·가학동 811만㎡, 시흥시 과림동·무지내동·금이동 459만㎡ 등 총 1271만㎡)와 관련한 공직자의 토지거래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3기 신도시 전 지역과 경기주택도시공사(GH), 유관부서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안산시는 지난해 5월 3기 신도시 부지로 지정된 장상·신길2지구에 대한 공직자 토지거래 전수조사에 나선다.
4일 오후 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의 모습. 뉴스1

4일 오후 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의 모습. 뉴스1

이들 지자체는 공무원의 토지거래 내역을 전수조사한 뒤 매수 시기 등을 살펴 투기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직 공무원이나 공무원 가족 등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할지도 검토 중이다.
 

"공직자는 땅 가지면 안 되나?" 반발도

곳곳에서 볼멘소리도 나온다. 특히 ‘원주민’ 출신 공무원들의 반발이 크다. 한 공무원은 "늙으신 부모님에게 미리 증여를 받거나 퇴직 이후를 염두에 두고 땅을 샀을 수도 있는 건데 개발 예정지에 땅이 있으면 무조건 투기꾼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부지로 지정된 곳들이 예전부터 개발설이 돌았던 곳이라는 점도 불만의 원인 중 하나다. 광명·시흥지구는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4년 뒤 해제됐다. 하남 교산, 과천, 안산 장상, 부천 대장, 남양주 왕숙 등 다른 3기 신도시 예정지도 서울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 탓에 개발된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한 공무원은 “특별한 개발 정보 없이도 ‘재테크’ 차원에서 지역 공직자들이 신도시 예정지의 땅을 갖게 될 확률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담당 업무가 아닌 이상 공무원도 개발 소식에 어둡다"며 "오히려 개발 계획을 주무르는 시의원 등 정치권 인사나 정보가 빠른 지역 유지나 외지인들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시흥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의원의 자녀가 임야로 된 외진 땅을 사 건물을 짓는 등 '알박기'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 민변 관계자 참고인 조사…수사 속도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4일 의혹을 폭로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관계자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했다. 민변과 참여연대 측에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와 LH 측에도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투기 의혹이 제기된 전·현직 LH 직원을 대상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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