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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름 기억해달라” 했던 '씨빅해커'의 재능기부 '썰'

중앙일보 2021.03.05 05:00
개인안심번호 개발에 참여한 대학생 진태양씨. 사진 본인 제공

개인안심번호 개발에 참여한 대학생 진태양씨. 사진 본인 제공

“개인 안심번호를 만든 ‘시빅해커’ 7인의 이름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지난달 19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개인 안심번호’ 도입을 알리는 보도자료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권오현·손성민·진태양·유경민·김성준·오원석·심원일 7명의 이름도 적시했다. 이어 “(코로나19 방역용) 수기명부를 작성할 때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기꺼이 나서준 시민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7명 중의 한 명인 대학생 진태양(24·영남이공대 컴퓨터정보과)씨는 지난 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개인 안심번호 사용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개인 안심번호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수기 출입명부에 휴대전화 번호를 적었을 때 우려되는 보안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12가34나’처럼 숫자 4자리와 문자 2자리 등 모두 6자리로 구성된다.
 

'정부에 재능 기부한 썰' 들어보니 

코로나19 개인안심번호 도입 안내문. 사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코로나19 개인안심번호 도입 안내문. 사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정부가 이들의 이름을 공개하며 감사를 표한 것은 개인 안심번호가 이들의 '재능기부'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진씨에 따르면 개인 안심번호는 휴대전화 번호를 대체할 방안을 찾던 개인정보위가 시빅해킹(지역사회 문제를 시민이 직접 해결하는 사회 운동) 모임인 ‘코드포코리아’에 도움을 요청해 만들어졌다. 코드포코리아에서 1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진씨는 지난달 28일 코드포코리아 홈페이지에 ‘정부에 재능 기부한 썰’이라는 글을 올리고 개인 안심번호 개발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진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수기명부에 적으면서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을 받거나 스팸 메시지가 급증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며 “개인정보위 측이 개선 방법을 물어오면서 아이디어 9개를 정리해서 보냈는데, 그중 채택된 게 개인 안심번호 방식”이라고 말했다. 대략적인 윤곽이 잡힌 후 주요 과제는 개인 안심번호를 통해 휴대전화 번호를 유추할 수 없도록 하는 것과 사용하기 쉽도록 최대한 짧게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억대 프로젝트,“돈 보다 공익” 

서울의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입장 전 수기명부를 적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입장 전 수기명부를 적고 있다. 뉴스1

진씨는 “무작위로 조합되는 한글 배열에서 혐오·비하 표현이나 음란 표현 등 불쾌함을 유발할 수 있는 조합은 제외했다”고 말했다.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한 달 반이 넘는 논의와 밤샘 회의를 거쳐 개인 안심번호가 탄생했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돈을 받지는 않았다고 한다. 진씨는 “개인정보위가 용역계약을 통해 개발을 진행하자고 했으나 우리 모임은 전원일치로 재능기부 형식을 통해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진씨는 계약을 통해 개발을 진행했다면 최소 5000만원에서 최대 억대 규모의 계약이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돈 대신 공익을 택했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계약에 드는 시간 등을 줄이고 실제 적용을 앞당기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개인 안심번호 개발을 주도한 이들 중엔 고등학생과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두루 모였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해 3월 ‘마스크 대란’ 당시 공적 마스크 재고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진씨는 “개인 안심번호는 아직 홍보가 덜 돼 아쉬운 면이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많이 사용해주셨으면 한다”며 “노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이 개인 안심번호를 쓸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는 등 부족한 부분을 계속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개인 안심번호'란
네이버·카카오·패스의 ‘QR 체크인’ 화면을 띄워 6자리 번호를 확인하면 자신의 개인 안심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식당·카페 등을 출입할 때마다 6자리 문자열만 적으면 되므로 이전보다 훨씬 간편하다. 한 번 발급받으면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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