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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정체성 상관없이 나라 지킬 기회 달라더니…”

중앙일보 2021.03.05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뉴스1]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뉴스1]

“기갑의 돌파력으로 군의 소수자 차별을 없애버리겠다던 전차조종수 변 하사를 기억한다”
 

극단선택 변희수 전 하사 추모 발길
성 전환에 군 “장애있다” 강제전역
14개월간 군 복귀 위해 법정 투쟁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전역 처분을 받은 변희수 전 하사가 1년여 만인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되자 군인권센터는 4일 그를 이렇게 추모했다.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나라를 지키고 싶다. 기회를 달라”던 변 전 하사의 외침은 끝내 허공에 흩어지고 말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뿌리 깊은 차별과 혐오에 맞서다 사망한 그의 노력은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변 전 하사의 전역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돕던 김보라미 변호사는 “군인이라는 자부심이 높은 사람이었다”며 “배려심 많던 그를 떠나보내게 돼 슬프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4일 마련된 청주성모병원 빈소에는 오전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고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도 “그곳에서는 차별 없이 편안하길 바란다”며 명복을 빌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3일 오후 5시 50분쯤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숨진 상태로 소방대에 발견됐다. 변 전 하사를 돕던 상당구 정신건강센터가 지난달 28일부터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아 신고했다. 변 전 하사는 3개월 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2017년 남성으로 입대한 변 전 하사는 기갑병과 전차 승무 특기로 임관해 경기 북부 지역의 한 육군부대 소속으로 복무했다. 성 정체성을 고민하던 그는 2019년 11월 휴가 중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계속 복무’를 희망했다. 하지만 육군은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이 있다며 지난해 1월 전역 결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이어졌고 변 전 하사는 꾸준히 군 복귀를 시도했다. 지난해 2월에는 “(강제전역 처분을) 다시 심사해달라”며 육군에 인사소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육군은 “군 인사법과 전역 심사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처분”이라며 소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 전 하사는 다시 지난해 8월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오는 4월 15일이 첫 변론 기일이다.
 
행정소송 전망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전역 취소 처분이 뒤집히더라도 복직을 할 당사자가 사라져버려 소송이 각하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만 포항공대 인권자문위원인 박찬성 변호사는 “그동안 받지 못했던 급여 등을 법률상 이익으로 볼 수 있다. 유족이 소송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소송대리인단 측 한 변호사는 “유족분들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냐”며 “지금은 장례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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