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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대회부터 챙기는 ‘테니스 대디’ 이동국

중앙일보 2021.03.05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이동국과 테니스 선수 딸 재아. 공격적인 스타일에 근성, 체격을 빼닮은 ‘붕어빵 부녀’다. 선수 부모인 이동국은 딸 경기를 보기 위해 대회가 열릴 김천에 갈 예정이다. 김경록 기자

이동국과 테니스 선수 딸 재아. 공격적인 스타일에 근성, 체격을 빼닮은 ‘붕어빵 부녀’다. 선수 부모인 이동국은 딸 경기를 보기 위해 대회가 열릴 김천에 갈 예정이다. 김경록 기자

 
“아빠~, 진짜 나 보러 올 거야?” “은퇴 후에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학부모로서 딸 경기 보는 거였어. 근데 무관중 경기던데, 주차장에서 기다려야 하나.”

이동국·재아 부녀 인터뷰
“라켓 그립에 피 잔뜩, 붕어빵 딸
네가 라파엘 나달이냐 혼냈죠”

”아빠는 축구만을 위해 사는 로봇
호주오픈서 아빠처럼 환상 발리샷”

 
전 축구선수 이동국(42)의 다섯 자녀 중 둘째인 딸 재아(14·그랜드테니스)는 테니스 선수다. 재아는 6일 김천종합스포츠타운에서 개막하는 전국종별테니스대회에 출전한다. 첫 경기는 8일이다. 지난해 은퇴한 이동국은 최근 예능 방송 출연으로 바쁘다. 그래도 대회장은 꼭 갈 계획이다. 무관중이지만, 학생 선수의 경우 지도자나 가족 한두 명은 함께 할 수 있다. 최근 이동국 부녀를 인천 송도 집 근처에서 만났다.
 
몇 년 사이 훌쩍 컸네요.
이재아(이하 재) “키가 1m71㎝요. 1년 새 7㎝나 컸어요. 아빠한테 좋은 걸 물려받았나 봐요.”

이동국(이하 동) “우리 집의 유일한 현역 선수죠.”
 
지난해 아시아테니스연맹(ATF) 여자 14세부 5위였고, 11월 한국테니스선수권에서는 여자 복식 본선에 올랐죠.
“예선에서 고교생, 대학생 언니들을 이기고, 운 좋게 본선에 올랐어요. 본선에서는 졌지만, 많이 배웠어요.”
 
이번 대회가 오랜만의 출전인데.
“이번(종별대회)에는 단·복식 다 나가요. 최근 3주간 제주에서 인천대 언니들과 함께 훈련했어요. 목표는 대회에서 오래 남는 거죠.”

“연습한 것만 다 하고 나온다면 져도 괜찮아요.”
 
아빠랑 테니스 치면 어때요.
“왼손으로 쳐도 제가 이겨요. 서티(30) 잡아주고 해도요.”

“은퇴하고 테니스 레슨받아요. 재아를 이기기 위해서죠.”
 
딸이 아빠 근성을 닮은 것 같아요.
“초등학교 3학년 때 경기 도중 팔꿈치가 아픈데 참고 했어요. 병원에서 성장판이 많이 손상됐대요.”

“리틀 이동국, 붕어빵 딸이죠. 어느 날 라켓 그립에 피가 잔뜩 묻어있고, 손에 붕대를 감았더라고요. 그래서 따졌어요. 네가 (라파엘) 나달이냐고요.” 
 
테니스 스타일은 어떤가요.
“2년 전 호주 오픈 때 관중석에서 오사카 나오미(일본)를 봤어요. 공격적이라서 제 롤모델이에요.”

“키가 크면서 힘도 붙었어요. 전술 운영 능력은 더 키워야죠.”
 
예능에서 농구 실력 덕분에 ‘동백호(동국+슬램덩크 주인공 강백호)’로 불리는데. 낚시도 재능이 있고요.
동 “첫 녹화 후에 집에 가서 잠을 못 잤어요. 분해서요. 하루 3시간씩 농구 연습을 했죠. 낚시는 고교 때 은사님이 축구선수로 성공하려면 하지 말랬어요. 당구·도박까지. 취미는 동적인 걸 하라고. 지금 보니 낚시는 괜찮은데.”
 
재아는 뭘 하지 말아야 할까요.
“선수는 몸이 재산이에요. 인스턴트 음식 끊고. 일찍 자고 일어나야죠.”

“아빠는 축구 로봇이었어요.”
이동국의 붕어빵 딸 이재아. 박린 기자

이동국의 붕어빵 딸 이재아. 박린 기자

 
차두리(축구), 허훈(농구) 등 스포츠 2세는 부모의 그늘이 부담인데.
“아빠는 운동선수로 정상에 가본 사람이잖아요. 배울 점 많은 건 좋은데,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한 번씩 힘들어요.”

“사람들이 유전자 얘기를 하는데, 재아가 노력한 걸 지워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죠. 넘어지면 도와줄 수 있지만, 밀어줄 수는 없어요.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해요. 노력한 만큼 보상이 되돌아오죠.”
 
이제 축구장에서 아빠 응원가 못 불러 아쉽지 않나요.
“일주일에 한 번씩 아빠 축구 하시는 걸 보며 자랐는데, 추억이죠.”
 
김상식 전북 현대 새 감독은 잘할까요.
“잘할 거예요. 울산 현대와 우승을 다툴 것 같아요. 개막전이 형 감독 데뷔전인데 못 갔어요. 하필 녹화 날이라. 형이 재아 코치한테 전화해서 ‘우리 며느리 잘 키워달라’고 했대요. 자기 아들이랑 결혼시킬 거라고. 재아는 형을 그냥 재밌는 동네 삼촌인 줄 알아요.”
 
테니스 가르치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
“정현 선수가 삼성 후원으로 좋은 선수가 됐다고 들었는데. 재아는 현대차 지원으로 언젠가 ‘라이언퀸’(이동국 별명 라이언킹)이 되면 좋겠네요.”

“저도 언젠가 호주 오픈에 출전해 아빠의 환상 발리슛처럼, 환상 발리샷을 하고 싶어요.”
 
안정환과 함께 예능을 하고 있는데.
"정환이 형이 ‘여기도 프로 세계랑 비슷해. 누군가 찾지 않으면 상처받을 수 있어’라고 조언해줬어요. 예능은 노는 것처럼 즐거워요. 지금은 다른 것도 잘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과정이에요. 언젠가는 축구에 보답할 길이 있겠죠. 예를 들면 해설 같은 것.”

"해설하려면 사투리 고쳐야죠. 아빠는 센스도 있고 말도 잘하지만. 나중에 감독 맡으면 잘할 것 같아요. 사람을 끌어당기는 게 있으니까요.”
 
인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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