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코로나 청구서’ 왔다…영국 법인세 19%서 25%로 인상

중앙일보 2021.03.05 00:02 종합 14면 지면보기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예산안 박스를 들어보이고 있다. 예산안 박스에 연설문을 넣어가는 것은 영국의 전통이다. 이날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코로나19 추가 지원방안 예산안을 보고하며 공공부채 증가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화=연합뉴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예산안 박스를 들어보이고 있다. 예산안 박스에 연설문을 넣어가는 것은 영국의 전통이다. 이날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코로나19 추가 지원방안 예산안을 보고하며 공공부채 증가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화=연합뉴스]

영국이 반세기 만에 법인세 인상에 나서고 미국에서도 중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느라 경쟁적으로 나랏돈을 푼 데 따른 ‘청구서’가 뒤늦게 날아드는 상황이다.
 

코로나 장기화에 나랏빚 급증
영국 47년 만에 기업 대상 추진
바이든도 21→28% 인상 공약

영국의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하원에 코로나19 추가 지원 방안을 담은 예산안을 보고하면서 공공부채 증가에 대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현행 19%인 법인세율을 2023년 4월부터 순이익 25만 파운드(약 3억9000만원) 이상의 기업에 한해 25%로 올릴 계획이다. 순이익 5만 파운드 이하의 기업에는 19%의 현행 세율을 유지한다. 수낙 장관은 “70%의 기업은 법인세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25%의 최고 법인세율을 내는 기업은 전체의 10%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법인세율 인상은 1974년 이래 거의 반세기 만이라고 BBC는 전했다.
 
영국 정부는 법인세 인상에 따른 투자 위축을 막기 위해 기업 신규투자의 130%를 공제하는 ‘수퍼 공제’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법인세율이 다른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계산도 인상 추진의 배경이 됐다. 수낙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인세율을 올려도 주요 7개국(G7)에서 최저이고 G20 회원국 중에서도 다섯 번째로 낮다고 강조했다.  
 
소득세도 사실상 증세 대상이다. 면세점을 올리지 않는 방식으로 과세 대상과 징수액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세율에 손대지 않으면서도 100만 명 이상에게 소득세를 더 걷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계산이다.
 
영국 정부가 증세 카드를 꺼낸 건 나랏빚이 크게 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회계연도 정부 차입은 3550억 파운드(약 557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7%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올해 회계연도에도 2340억 파운드로 GDP의 10.3%에 이를 전망이다.
 
증세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법인세율 인상(21→28%)과 고소득층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37→39.6%)을 내걸었다. 증세로 소득 재분배를 하자는 입장이다.
 
여기에 민주당 진보그룹에 속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상원의원은 지난 1일 ‘극부유층 과세 법안’을 내놓았다. 순자산이 5000만 달러(563억원) 이상인 가구에 재산세 연 2%를, 10억 달러(1조1270억원)를 넘는 가구엔 연 3%를 각각 물리는 게 골자다. 코로나19로 확대된 빈부 격차를 완화할 재원을 부자 증세로 마련하자는 취지다. 블룸버그 통신은 “법안대로라면 미국 상위 부자 100명이 연간 세금으로 780억 달러(87조9000억원)를 더 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도 코로나19로 재정 적자가 급증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0~12월 3개월간 재정 적자가 5729억 달러(약 628조원)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0.7%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재정 지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의 추가 부양안까지 더해지면 적자 규모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미국 구제 계획’이라 명명된 1조9000억 달러(2140조원) 규모의 ‘바이든 표’ 부양안은 하원을 통과해 현재 상원에서 심사 중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