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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호' 이동국과 '붕어빵 딸' 재아

중앙일보 2021.03.04 15:16
인천 송도 집 근처에서 만난 이동국과 테니스선수인 딸 재아. 김경록 기자

인천 송도 집 근처에서 만난 이동국과 테니스선수인 딸 재아. 김경록 기자

 
“아빠~ 나 보러 진짜 올 거야?”

아빠 은퇴 후 예능서 종횡무진
'뭉쳐야 쏜다'에서 강백호급 활약
테니스 선수 딸, 6일 국내대회 출전
환상발리샷으로 '라이언 퀸' 꿈꿔

“아빠는 김천에 여행 가는 건데. 쪽갈비 먹으러. 농담이고,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학부모로 딸 경기 보는거였어. 근데 무관중 경기던데, 주차장에서 결과를 기다려야 하나.”
 
축구대표팀 출신 이동국(42)이 딸 이재아(14·그랜드테니스)를 바라보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오남매 중 둘째인 재아(쌍둥이 중 동생)는 테니스 선수다. 6일~15일 김천종합스포츠타운 테니스장에서 열리는 2021 전국종별테니스대회 14세부에 출전한다. 이재아는 8일 단식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지난해 K리그1 전북 현대에서 은퇴한 이동국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쏜다’, ‘맘 편한 카페’ 등에 출연 중이다. 바쁘지만 김천에 갈 계획이다. 이번 대회는 무관중으로 치러지지만, 학생 선수의 지도자 또는 가족 1~2명이 함께할 수 있다. 최근 인천 송도 집 근처에서 이동국 부녀를 만났다.  
 
-재아 선수는 몇 년 사이에 훌쩍 큰 것 같아요.
이재아(이하 재아): 키 1m71㎝요. 1년 사이에 7㎝ 컸어요. 몸무게도 10㎏ 정도 늘고. 아빠한테 좋은 걸 물려 받았나 봐요.
이동국(이하 동국): 폭풍 성장했죠. 이제는 재아가 ‘우리 집 유일한 현역선수’죠.
  
-작년에 아시아테니스연맹(ATF) 전체 랭킹 5위였어요. 작년 11월에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 여자 복식에 출전해 본선에 올랐고요.
재아: 대회 최연소 참가자로 한 경기만 뛰어보자며 나갔거든요. 예선 1회전에서 여고생 언니, 예선 결승에서 대학생 언니를 이기고, 운 좋게 본선에 올랐어요. 본선에서 잘하는 언니에게 졌지만 많은 걸 배웠어요.
 
-코로나19 탓에 오랜만에 대회에 출전하네요.
재아: 최근 3주간 제주에서 인천대 언니들과 훈련했어요. 이번 대회는 단식과 복식 다 나가요. 전 아직 소속팀이 없어서, 복식 파트너는 추첨으로 정해져요. 이번에는 언니가 아닌 또래를 상대해서 더 긴장돼요. 열심히 훈련했는데 연습한 만큼 나오겠죠. 목표요? 대회에 오래 남는거죠.
동국: 코로나19 탓에 해외 대회를 못나가 잃어버린 1년이었어요. 미국은 매주 대회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몇 달에 한 번씩 있으니 긴장감이 클 거에요. 재아가 부담 갖지 말고 자기가 연습한 것만 다 하고 나온다면 져도 괜찮아요. 옛날에 지면 무조건 화장실 가서 울었는데, 이번에도 그럴꺼야?
  
-요즘 아빠와 테니스 대결하면 어때요?

재아: 일주일 전 쯤 쳤는데, 왼손으로 쳐도 이길 수 있어요, 서티 잡아주고도 10대1인가. 1점도 재미있게 하려고 봐준거에요.
동국: 자존심 상하네. 저 은퇴하고 테니스 레슨도 끊었어요. 오로지 재아를 이기기 위해서죠.
인천 송도 집 근처에서 만난 이동국과 테니스선수인 딸 재아. 박린 기자

인천 송도 집 근처에서 만난 이동국과 테니스선수인 딸 재아. 박린 기자

 
-딸이 아빠의 근성을 닮은 것 같아요.
재아: 초등학교 3학년 때 경기 중 팔꿈치가 너무 아팠어요. 기권하라고 했는데 참고 했거든요. 병원 갔더니 성장판의 80%가 손상됐대요. 아빠는 ‘난 발목 인대 3개 중 2개가 없어. 물집 잡히고 바늘로 터트리는걸 100번 이상 해야 굳은살이 생겨’라고 말하죠.
동국: 저 축구 그만두고 3개월 지나니 굳은 살이 다 없어졌어요. 재아는 ‘리틀 이동국’, ‘붕어빵 딸’이죠. 주사 맞을 때 바늘을 뚫어지게 보고 고통을 즐겨요. 어느 날 라켓 그립에 피가 묻어있고, 손에 붕대를 감았더라고요. 니가 (라파엘) 나달이니?(웃음)
 
-아빠 축구 할 때처럼, 테니스도 ‘닥공(닥치고 공격)’이에요?
재아: 2년 전에 호주 오픈에서 오사카 나오미(24·일본)가 우승한 걸 관중석에서 봤거든요. 공격적이라서 제 롤모델이에요. 다만 테니스가 상대적인 스포츠란 걸 알게 됐어요. 네트 플레이하며 발리나 드롭슛으로 포인트를 따는 훈련을 많이 했어요.
동국: 오사카는 아시아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것 같아요. 재아는 키가 크면서 힘도 생기고, 서브에 힘이 실리고 있어요. 어느 정도 기본기가 갖춰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경기를 많이 안 해봐서, 전술과 운영 능력을 더 키워야죠.
 
-요즘 ‘뭉쳐야 쏜다’에서 농구 실력을 뽐내 ‘동백호(동국+강백호)’라 불려요. 다른 프로에서 낚시 재능도 뽐냈어요.
동국: 만능 스포츠인이 꿈이거든요. 첫 녹화 후에 집에 가서 잠을 못 잤어요. 분해가지고. 하루에 3시간 농구연습을 했죠. 고교 은사님이 축구 선수로 성공하려면 당구, 도박, 낚시 등 3가지를 하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취미는 정적인 것 말고 동적인 걸 하라고. 은퇴 후 해보니 낚시는 했어도 됐겠어요.
 
-그럼 ‘테니스 선수’ 재아는 어떤걸 하지 말아야 할까요.
동국: 몸이 자산이잖아요. 인스턴트 음식을 끊고. 아빠처럼 오후 9시에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났으면 해요. 전 화장실 다녀온 뒤에는 꼭 스쿼트 30개씩 하자고 스스로 약속했어요. 시안(막내아들)이도 밥 먹다 말고 따라했어요.
재아: 아빠는 축구 만을 위해 사는 로봇이었어요.  
인천 송도 집 근처에서 만난 이동국과 테니스선수인 딸 재아. 김경록 기자

인천 송도 집 근처에서 만난 이동국과 테니스선수인 딸 재아. 김경록 기자

 
-차두리(축구), 허훈(농구) 등 스포츠 2세들은 부모님 그늘과 싸우는 것 같아요.
재아: 아빠는 운동 선수로 정상에 가본 사람이잖아요. 배울 점이 많아서 좋은데, 그만큼 저에 대한 기대가 크고, 좀 더 잘해야 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한번 씩은 힘들 때가 있어요.
동국: 그런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아빠 유전자’ 때문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 자기가 노력한 게 없어 지는 거잖아요. ‘테니스 선수’가 아니라 ‘이동국 딸’로 주목 받고. 부담은 안 가졌으면 좋겠어요. 운동을 허락한걸 후회하냐고요? 전혀요. 자기가 워낙 좋아했고 지금 건강하잖아요. 본인이 싫어서 관두지 않는 이상 서포트해야죠. 다만 넘어지면 도와주는 역할은 하겠지만, 밀어주지는 못해요. 어떤 방향으로 가든 자기가 헤쳐 나가야 해요. 노력한 만큼 보상은 정확히 되돌아오니까요.
 
-아빠가 은퇴했어요. 이제는 축구장 관중석에서 전북 응원가 ‘오오렐레’를 못 불러서 아쉽지는 않아요?
재아: 아빠를 응원해주는 소리, 북 소리가 좀 그리워요. 태어나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아빠 축구하는거 보며 자랐는데, 추억이죠. 이제는 ‘축구선수 아빠’가 아니라 ‘방송인 아빠’잖아요.
동국: 지금도 ‘전북 선수들은 이 시간이면 밥 먹고 쉬고 있겠지?’, ‘3시에는 미팅일텐데’란 생각이 들어요. 공간은 다르지만, 머릿속에는 늘 생각나죠.
 
-김상식 전북 신임 감독은 잘할까요? 전북에서 의형제처럼 지냈잖아요.
동국: 잘 할 거에요. 울산 현대와 우승을 또 다툴 것 같아요. 개막전이 상식이 형 감독 데뷔전었는데 못 갔어요. 하필 그날 녹화라. 상식이 형이 며칠 전에 재아 테니스 코치에게 전화해서 ‘우리 며느리 잘 키워달라고’ 했대요. 2009년부터 저랑 같은 아파트에 살았는데, 형이 자기 아들하고 재아 결혼시키겠다고. 랩하고 춤 가르쳐줘서, 재아는 감독님이 아니라 그냥 동네 재밌는 삼촌인줄 알더라고요.
 
이동국의 붕어빵 딸 이재아. 박린 기자

이동국의 붕어빵 딸 이재아. 박린 기자

-예능에서 테니스장 달린 하우스를 함께 경험했죠?
재아:  코로나19 때문에 코트 구하기 어려운데, 꿈 같은 시간이었어요.
동국: 태국 사는 재아 친구가 있는데, 집에 실내 코트 2면이 있어요. 시간 정하지 않고 맘대로 운동할 수 있으니 부럽죠. 한국은 땅 값이 비싸니 산골짜기에 지어야 하나. 근데 집에 테니스장이 있으면 처음에는 좋을텐데, 전 집에서 눈뜨면 축구장 있다면 좋지 만은 않을 것 같아요. 
 
-주니어 때 해외 대회에 나가려면 일년에 몇 억원씩 들지 않아요?
동국: 정현 선수도 어릴 때부터 삼성 후원을 받아 좋은 선수가 됐는데, 재아는 현대자동차(전북 현대 모기업) 지원을 받고, 언젠가 ‘라이언 퀸(이동국 별명은 라이언 킹)’이 됐으면 좋겠어요. 

재아: 저도 언젠가 호주오픈에 나가서, 아빠의 환상발리슛처럼, 환상발리샷을 해보고 싶어요. 
 
-선수 시절 “국동아”라고 부르던 안정환과 예능을 함께 찍고 있네요.

동국: 정환이 형이 ‘나도 처음에는 버벅댔는데, 자신있게 해봐. 근데 여기도 프로축구 세계와 비슷해. 확 할 때는 좋은데, 찾아주지 않을 때는 냉정하게 상처 받을 수도 있어’라고 조언해줬어요. 그래도 예능은 노는 것처럼 행복하고 즐거워요. 일 년 동안 다른 것도 잘할 수 있는지 찾는 과정이에요. 언젠가 축구를 위해 보답할 수 있는 길이 있겠죠. 축구 해설을 할 것 같고, 강연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재아: 아빠가 해설하려면 사투리 고쳐야할텐데. 아빠는 센스 있고 말을 잘해서 뭘 해도 잘 할 거에요. 나중에 감독을 해도 잘할 것 같아요. 리더십이 있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거든요.
 
인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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