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 고속철, 외국에 발목 잡혔다? 무슨 일

중앙일보 2021.03.04 14:15
고속철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말할 때 빠짐없이 등장한다. 몇 년 전 중국 현지에서는 고속철과 간편결제, 인터넷 쇼핑, 공유자전거를 묶어 신(新) 4대 발명품이라 칭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의 자부심 중 하나인 고속철이 외국에 발목이 잡혔다니, 어찌 된 일일까?
[사진 qq.com]

[사진 qq.com]

 

고속철 선도하지만 철도 레일 수리 기술은 해외 의존
미중 기술 전쟁 이후 중국이 강조해온 '차보즈 기술'

“중국의 고속철, 우유...신분증이 외국 기업에 발목을 잡히면 어쩌나”

 
얼마 전 중국 매체 화상타오뤠(华商韬略)가 내보낸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지난해 미중 기술전쟁이 한창일 무렵, '차보즈(卡脖子) 기술'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됐다. 말 그대로 "꼼짝 못하게 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매체는 중국의 고속철과 신분증 등이 차보즈 기술의 부족으로 외국에 발목을 잡힐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에서 '가오톄(高铁)'라 부르는 중국의 고속철. 다른 나라에 비해 시작은 늦었지만 현재 중국은 속도, 인프라 등 측면에서 '고속철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사진 화상타오뤠]

[사진 화상타오뤠]

 
넓은 영토를 가진 중국에서 고속철은 지역 간 신속한 이동을 가능케한 교통수단으로, 균형 발전을 촉진시켜 지방 경제의 발전을 견인했다.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인도네시아, 태국 등 해외 철도 사업을 따내며 중국의 고속철 굴기를 알렸다.
 
그러나 고속철 철도의 레일에 문제가 생기면 상황은 뒤바뀐다. 일례로 마모된 레일을 수리하는 데 필요한 프레이즈(날개 칼)의 핵심 기술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양국이 틀어쥐고 있다. 오스트리아 회사에서 생산하는 프레이즈는 철도 레일의 ‘고질병’을 단숨에 깎아내 문제를 해결한다. 같은 영역 중국의 기술은 아직 배우는 단계로 핵심기술을 확보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사진 화상타오뤠]

[사진 화상타오뤠]

 
매일 마시는 우유에도 중국의 발목을 잡을 기술이 있다. 상온 우유 포장 기술이다. 스웨덴 회사 테트라팩(Tetra Pak)이 중국 우유 포장 시장의 7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매년 이리(伊利) 멍뉴(蒙牛) 를 비롯한 중국 주요 우유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윤의 상당부분을 이 회사가 가져간다.
 
‘차보즈 기술’은 일상 곳곳에 숨어있다. 중국인이 사용하는 신분증도 해외 기업의 손아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2세대 신분증의 인쇄 제작에는 일본의 후지 제록스, 미국 HP 등 회사가 설비, 기술,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화상타오뤠]

[사진 화상타오뤠]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영역은 반도체다. 미중 기술 전쟁을 통해서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중국 집적회로 수입액은 3500억 달러(약 388조 원)를 넘어섰다. 동기 대비 14.6%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이처럼 수입액이 날로 늘어나는 원인은 관련 기술과 설비를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가공설비를 예로 들면, 일본과 미국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020년 11월에 발표된 ‘국제 반도체 설비회사 랭킹’에 따르면, 15대 업체 가운데 미국과 일본 회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일본은 8곳이 랭크되며 절반 이상을 점유했다.  
[사진 신화왕]

[사진 신화왕]

 
상황이 이러하니 중국은 ‘차보즈’ 기술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전세계가 얽혀있는 글로벌 공급라인을 차단 당하더라도 끄떡없는 필살기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화웨이를 보며 핵심 기술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미국의 제재를 받은 화웨이는 부침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글로벌 뿐만 아니라 중국 내 점유율도 하락하는 추세다.
 
해당 기사를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의외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댓글 중 추천수가 가장 높았던 것들 위주로 추려봤다.
 
“연예인들 수입 좀 덜어서 기술 개발하고, 과학자들 돈 좀 벌게 해줘라, 그럼 인재도 해외로 안 빠지고 나라에 도움이 될 거다.”
 
“기술을 돈으로 사와도 인재를 빼앗기면 소용없다. 매번 업그레이드 되는 기술을 계속 사오는 것도 한계가 있다.”  
 
“미래를 위해서 과학기술 인재가 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칩, 희토류, 전기차 대용량 배터리, 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 사슬에 관해 100일간 검토를 진행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항하는 한편 미국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정부와 방식만 달라졌을 뿐, 미국의 중국 견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속철과 우유팩,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중국인들이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